“다국적기업 ‘물 독점’심각”

한국은 ‘지구의 벗’ 리카르도 나바로의장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

“매일 9·11 테러로 인한 사망자보다 5배나 많은 5000여명이 오염된 물 때문에 병들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한편에선 일부 다국적기업이 수자원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의 상품화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 국제본부 리카르도 나바로(54·사진) 의장은 2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해 물의 사유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시민사회포럼은 유엔환경계획(UNEP) 총회 및 세계환경장관회의에 각국 환경운동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세계 44개국 206명의 환경운동가들이 참석, 물과 위생의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나바로 의장은 “공공재인 물을 사유화한 기업, 이들을 돕는 세계은행과 각종 무역협정은 ‘악의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에즈, 벡텔 등 다국적 기업들이 제3세계 국가들의 물관련 사업을 장악하면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의 용인 아래 물가격을 가나에서는 2배, 볼리비아에서는 3배로 올리는 등 엄청난 횡포를 부렸다는 것. 과테말라에선 한 다국적기업이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댐을 건설하다가 주민들이 반대하자 군대까지 동원해 이 과정에서 400여명이 죽은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 인구 중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이들이 5명중 1명꼴”이라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물 도둑질로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은 물의 상품화에 대한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구시민사회포럼 대표 30여명은 29일 개막한 세계환경장관회의에 직접 참석, 물 사유화 금지 등 물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하며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계획이다.

제주〓정희정기자 nivose@

기사 게재 일자 2004/03/29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