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도시여 안녕‥태양도시로 가자

대구에서 첫 ‘세계 솔라시티 총회’ 북적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태양도시!’

14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대구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솔라시티 총회’가 내건 주제다.

리우선언과 교토의정서가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보전을 위한 나라 사이의 약속이라면, 솔라시티 총회는 그 약속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도시들이 모여 경험과 비전을 나누는 회의다. 이번에 첫번째로 열리는 솔라시티 총회에는 스웨덴 예테보리,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샌타모니카, 일본 삿포로 등 12개국 19개 도시에서 시장과 정책 담당자들이 모여 태양도시를 건설해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정책적 대안을 찾고 있다. 세계태양에너지학회(ISCI)를 중심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비즈니스 포럼과 시민포럼도 열리고 있다.

태양도시는 화석에너지 대신 태양에너지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가 도시의 동력이 되는 친환경 도시다. 대구시는 2001년 국제에너지기구(IEA) 솔라시티 프로그램의 파트너 도시가 되면서 태양도시로 가는 첫 발을 뗐다.

대구시 투자통상과 홍석준 사무관은 “예로부터 대구는 일조량이 풍부해 사과가 맛있기로 유명하다”며 “넉넉한 태양열과 빛이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가는 밑거름”이라고 소개했다.

12개국 19개도시 대표들 모여
“화석도시여 이제 안녕이다”

대구시는 무더운 분지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2050년까지는 깨끗한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태양도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2010년까지 총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635㎾p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워 한 해 550㎿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화력발전과 견줘 이산화탄소를 82톤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공공시설에 약 3432㎡의 태양 집열판을 달아 태양열 급탕시설을 갖췄다. 하루 68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신천하수사업소에 399ⓕp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150㎾p 규모의 소수력 발전설비를 세워 환경시설과 청정 에너지 생산을 결합한 생태에너지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태양에너지 이용뿐 아니라 친환경도시를 향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어우러지고 있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나무 740만 그루를 심고, 공공기관과 학교 터를 사들여 40곳이 넘는 공원을 새로 만들었다. 2004년 현재까지 시내버스 1795대 가운데 555대를 천연가스 버스로 바꿨고, 2010년까지 모든 버스를 천연가스 버스로 바꿀 예정이다. 또 대구시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매주 금요일 일정 구간을 인라인스케이트 전용도로로 지정하는 등 레저스포츠를 넘어선 이동수단으로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에너지 저소비형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구시에너지기본조례를 만들어 친환경도시의 큰 틀을 잡았다.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태양 집열판을 설치하는 데 그치는 ‘태양도시 흉내내기’가 아니라 도시계획과 교통체계를 바꿔 도시 체질을 화석도시에서 태양도시로 바꿔야 한다”는 게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스웨덴의 도시 예테보리는 30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 현재 난방용 석유의 97%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꿨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는 시조례를 통해 새로 짓는 건물과 주요 건물에서 쓰는 온수 필요량의 60% 이상을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는 ‘빛고을’ 광주가 이름에 걸맞게 대구보다 한 발 앞선 2000년부터 ‘태양도시 광주’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2002년에는 대구를 제치고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태양에너지 실증 연구단지를 따냈고, 주택 111가구가 쓰는 에너지의 80%를 태양에너지로 자급하는 그린빌리지를 짓고 있다.

2000년 광주‥2001년 대구 합류
2050년까지 녹색도시 만든다

경북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김종달 교수는 “태양도시는 모든 국가에서 경쟁적으로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앞당겨 실현하는 길”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친환경도시를 건설하는 동시에 에너지환경산업의 중심도시로 키울 수 있어 환경과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준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강력한 의지를 확안하고, 각 도시의 지정학적·경제적·정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구체적인 시간표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세워 실천한다.” 세계 솔라시티총회에 참가한 태양도시들이 16일 ‘대구 선언’을 발표하면서 맺은 약속이다.

대구/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한겨레신문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