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위기 용인 대지산 주민이 지켜

땅 한 평 사기 운동 효과 … 29일 자연공원 조성식

 

마구잡이 개발에 휘말려 훼손될 뻔하다가 주민들의 '땅 한 평 사기운동'과 지주들의 그린벨트 지정 요청 등으로 지켜낸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죽전택지지구 내 대지산에 자연공원이 만들어져 29일 조성 기념식을 연다.

환경단체인 용인환경정의는 27일 "택지개발 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환경단체,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2002년 3월부터 최근까지 대지산(28만㎡) 내 8만여㎡ 부지에 자연공원을 조성했다"며 "29일 관계자와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용인환경정의는 이날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대지산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벌였던 활동일지 등을 담은 타임캡슐 봉안식도 함께 연다.

자연공원에는 등산로와 야생화단지, 주민들의 환경보존 활동 기념물 등이 마련됐으며 한국토지공사는 곧 이 공원을 용인시에 기부채납해 시가 관리토록 할 계획이다.

용인환경정의 관계자는 "주민들과 함께 지켜낸 대지산이 자연공원이 되어 주민들 품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지산 일대는 2001년 12월 건설교통부가 개발 유보지로 지정해 공원이나 녹지로 영구 보전키로 했다. 이는 시민들이 개발예정지 땅을 구입해 개발을 막는 내셔널 트러스트 (National Trust)운동이 정부의 보전 결정을 이끌어낸 첫 사례로 기록된다.

대지산은 분당과 인접한 해발 350m의 야산으로 1998년 10월 용인 죽전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됐다. 하지만 택지로 개발할 경우 울창한 산림이 훼손될 것을 우려, 토지 소유주들은 그린벨트 지정을 요청했으며 환경단체는 '땅 한 평 사기 운동'으로 산정상 땅 100여 평을 매입하는 등 개발 반대운동을 폈다.

2001년 4월에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17일간 나무 위에서 개발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과 문화유적지 등을 시민과 단체가 사들이거나 신탁 받아 보존하는 운동으로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도입돼 그동안 강원도 동강 살리기, 광주 무등산 지키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용인=정찬민 기자 <chanmin@joongang.co.kr>

2005.05.28 04:30 입력 / 2005.05.28 05:06 수정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