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 ① 이상기후와 원인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가 잇따르면서 엘니뇨와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로 지구 생태계가 변화해 인류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지구의 오랜 역사로 볼 때 현재 상황을 지구 온난화로 볼 수 없으며 설사 그렇게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위험은 알려진 것보다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과연 지구온난화는 기우인가. 아니라면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가.

이 같은 논란을 ① 이상기후와 원인 ② 지구온난화 논란 ③ 한반도의 기후변화 ④ 교토의정서의 의미와 전망 등 4회로 나누어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7월 말 끝난 한반도의 장마는 지난 45년 간의 장마 가운데 기간면에서 세 번째로 길었고 강우량은 3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마기간은 46일로 평년의 32-33일을 훨씬 웃돌았고, 강우량 역시 전국 평균 717.3mm로 평년 강우량인 346.2mm의 2배를 넘었다. 이것은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였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과 중국이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인도네시아에는 쓰나미, 미국에는 폭염이 발생하는 등 지구촌에 이상기후가 속출했다.

◇ 이상기후 = 지난 7월 중순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부 해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은 자바섬 해안 180㎞에 걸쳐 대형 쓰나미를 일으켜 최소한 660명이 사망하고 330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인도양 해저 33㎞ 지점에서 발생한 잇단 지진의 영향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 자바섬의 해변을 덮치며 호텔이 파괴되고 가옥들이 휩쓸려 떠내려 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올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당초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중서부를 강타했던 불볕더위는 북동부 지역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 등지에 화씨 100도(섭씨 37.8도) 이상의 폭염을 쏟아부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2001년 취임 후 처음으로 폭염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뉴욕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대규모 정전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럽에서도 가뭄과 폭염이 계속됐다. 여름에도 시원한 날씨를 자랑했던 북서유럽에 속하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올해 잇따라 혹서주의보가 발동됐다.
프랑스는 남서지방의 기온이 섭씨 37도를 넘어서면서 당국이 혹서주의보를 발령했고, 네덜란드에서는 7월에만 혹서주의보가 두 번이나 발동됐다. 네덜란드에서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혹서주의보가 발동된 것은 1948년이래 거의 60년 만에 처음이었다. 벨기에 역시 7월에만 두 번의 혹서주의보를 발동했다.

세계 언론매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이어지는 이 같은 이상기후에 대해 `기상이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같은 이상기후는 일과성 이변인가, 아니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현상인가.

기상학자들은 유럽대륙에 뜨거운 공기가 유입됨에 따라 7월의 이상 열파가 초래됐다고 진단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발전소, 자동차, 항공기 등에서 쏟아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이상 혹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을 `기상이변'이라고 표현하지만, 기상학계에서는 `극한기후' 또는 `극한기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것은 올해에만 국한된 일과성 현상이 아니다. 과거 11년 지구전체의 평균기온을 보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850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더운 10년이 과거 11년에 몰려 있다. 전세계 평균기온이 최근 몇 년 간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역시 극한기후가 기승을 부렸으며 유엔의 공식기구는 이 극한기후의 가능한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를 언급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월 2005년을 열파,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 "극한 기후 현상(extreme climatic phenomena)으로 점철된 한 해"라고 규정했다. WMO의 미셸 자로드 사무총장은 "2005년에는 비정상적인 온도가 지구의 많은 지역에서 기록됐다"면서 이 같은 이상 기후는 "지구 온난화와 관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극한 기상 또는 극한 기후 현상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전례없는 강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극한기후'는 보통 통계적으로 볼 때 상위 또는 하위 5%에 해당하는 기후를 가리킨다. 즉, 지금까지 8월에 강수량이 최저 0㎜에서 최고 100㎜였고 올해 8월의 강수량이 5㎜이하이거나 95㎜ 이상이라면 이상기후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WMO는 지난해 발생한 극한 기후 현상으로 ▲ 유럽대륙과 북아프리카에 몰아친 강력한 열파 ▲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괴롭힌 60년래 최악의 가뭄 ▲ 러시아와 동유럽 일부,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등지에서 발생한 홍수 ▲ 미국 동남부 해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다 빈도의 허리케인 등을 꼽았다.

◇ 원인 = 전문가들은 극한기후의 원인으로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엘니뇨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태평양 적도부근 남미해안으로부터 중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무역풍이 따뜻한 물을 서쪽으로 밀어내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니뇨는 2∼7년마다 불규칙하게 발생하는데 주로 9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태평양상의 에너지 분포가 바뀌고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페루등 남미지역과 태평양을 둘러싼 열대, 아열대지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등지에 이상기상을 일으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엘니뇨는 1997-1998년에 발생한 뒤 지금까지 잠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에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란 인간의 산업활동 등으로 대기중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가 많아지면서 지구에 복사된 태양열이 대기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의 권원태 실장은 "최근 발생한 이상기후는 대부분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본다"면서 "온실효과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의 순환패턴이 달라져 이 같은 극한기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크게보면 엘니뇨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의 순환패턴에 영향을 미쳐 혹서, 사막화현상, 강우량 증가, 국지적 강수량 분포의 변화, 지역식생의 변화, 해수온도와 해수면의 상승 및 지진의 잦은 발생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는 2003년부터 여름에 고온현상이 발생해 올해에도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4년째 계속되는 유럽 여름의 폭염현상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있다고 분석한다.

한반도 등 동북아에서 발생하는 집중호우는 주변 대기나 해양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권실장은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중에 수증기량이 많아져서 호우가 발생한다"면서 "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공기중의 수증기 함유능력은 7% 상승하며 기온이 10도 올라가면 수증기 함유능력은 100%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무더운 여름에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겨울에 호우가 내리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kdy@yna.co.kr (서울=연합뉴스)
06/9/5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