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계 40%밖에 안남아”

밀레니엄委 ‘지난 50년의 환경’ 보고서
“참치·상어 90% 줄어… 신종질병 발생 우려”

이자연기자 achim@chosun.com

입력 : 2005.03.31 19:28 53' / 수정 : 2005.04.01 04:57 25'


인류가 당연하게 누려 왔던 물과 공기, 땅의 혜택을 50년 뒤 후손들은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이미 지구상 생태계의 약 3분의 2가 손상되거나 고갈됐기 때문이다.

밀레니엄생태계평가위원회는 세계 95개국 과학자 1360명의 연구 내용에 근거해 작성한 환경 보고서에서 “지난 50년간 지구 생태계에 일어난 변화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도 속도가 빠르고 정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기상 변화 ▲새로운 질병 출현 ▲동·식물 멸종 ▲삼림 훼손 ▲수질 오염 등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30일 경고했다.



 

생태계의 60% 이미 고갈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증가와 함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명체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의 60%가 오염되거나 과잉 자원 개발됐다. 예를 들어 1945년 이후 개간된 토지는 18~19세기에 농경지로 개간된 토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넓다. 지구 표면의 24%가 인간의 손에 개척됐으며, 지구상에 흐르는 물의 40~50%가 인간에게 이용되고 있다.

중국의 황하, 아프리카의 나일강, 북미의 콜로라도강은 지류가 말라붙었고, 참치·황새치·상어 등은 전체의 90%가 감소했다. 동·식물은 10~30%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1980년 이전에 전 세계 산호의 20%가 이미 사라졌고, 홍수 방지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열대산 홍수과)도 30% 감소했다. 보고서는 “향후 50년간 생태계 파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원 고갈로 인한 경제적 피해

이 같은 환경 파괴는 대체로 음식·물·연료·목재 등을 얻으려는 경제활동의 차원에서 일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 1992년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방에서는 남획으로 대구가 사라지는 바람에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약 2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농작물의 비료로 토양에 축적된 질소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조류(藻類)를 급증시키고, 결국 이 때문에 연안에 산소 고갈로 물고기가 사라지는 ‘데드존(dead zone)’이 형성된다.

캐나다의 한 습지는 그 자체로 1㏊(2.47에이커)당 6000달러의 가치가 있지만, 농경지로 개간됐을 경우 2000달러로 가치가 하락한다.

신종 질병 출현

보고서는 지난 40년 사이에 급격히 진행된 지구 온난화가 100년 뒤에는 환경 훼손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안선 상승과 동·식물의 서식지 변화는 지금도 기존 생태계의 파괴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소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대형 호수들은 콜레라 확산의 온상이 됐다. 생태계 파괴는 말라리아와 콜레라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종 질병까지 예고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