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재 사용했다고 ‘친환경 아파트’는 아니다

주변 생태와 조화·거주 쾌적성등 여러요소 갖춰야

요즘 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면 ‘친환경’을 내세우지 않는 아파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트 건설에서 ‘환경’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건축업체들이 각기 내세우는 ‘친환경’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친환경 아파트’라고 광고하는 아파트들 대부분이 사실은 여러가지 친환경적 요소 가운데 유해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자재 사용, 녹지비율 확대와 같은 일부 요소만을 적용하고 있는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짜 친환경 아파트라고 불릴 수 있는 아파트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환경운동연합과 한겨레신문사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환경아파트 워크숍’에서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친환경아파트와 관련된 핵심적 환경지표로 지구환경 보전, 주변 환경과의 친화성, 거주 환경의 쾌적성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아파트 배치와 설계·시공 등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에너지 사용의 감소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 단지 주변과의 생태적 연관과 순환성에 대한 배려, 인간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쾌적한 실내 환경 등이 중점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고려가 적용된 구체적인 사례로 가급적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 면적을 줄이거나 투수성 포장을 해 물순환 기능을 높이고, 소생물 서식공간 등 생태적 공간을 배려하며, 건물 배치와 구조 설계 때 대기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람길을 고려하는 것, 단지 설계에서 성토와 절토 등의 지형 변화를 최소화하고, 식물은 주변 생태 환경에 맞는 자생종을 식재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진짜 친환경건축물이 지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아파트와 업무용 건물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건축물 가운데 친환경 건축물 본인증을 받은 건축물이 지난해말 현재 6개에 불과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예비 인증까지 포함하면 친환경 건축물은 54개이고, 이 가운데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은 35개다.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돼서 만들어지는 이런 친환경 아파트 이야기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해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기존 아파트들이 뒤늦게나마 친환경 아파트에 가깝게 다가갈 수 방법은 없을까?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친환경 아파트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있는 이재준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뜻만 모으면 방법은 많다”며 시멘트나 보도블록으로 덮여 있는 아파트 안 공간의 녹화, 생태연못 조성, 빗물 활용 시스템 도입, 불투성 재질의 포장을 투수성 포장으로 교체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 처음부터 친환경 건축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기존 아파트를 친환경 아파트로 바꿔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그런 방향에 친환경아파트 운동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06/7/6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