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둑을 막기 시작한 이후 돈지 갯벌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백합과 모시조개가 사라지고 있어요. 주민들도 하나둘 고향땅을 등지는 바람에 지난 2001년 마을 초등학교가 폐교됐습니다. 부안에서 가장 번창하던
돈지 포구가 폐항처럼 변하고 말았어요.”
23일 오전 전북 부안군 계화면 의복리 돈지포구에서 상경한 강해진(50·부안군
돈지어촌계장)씨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영향으로 생태계가 급변, 인근 농어민들의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갯벌에 모래입자들이
두껍게 쌓이거나 사막화하면서 어패류가 폐사하고, 어장에 뻘이 쌓여 고깃배들이 들고나기 힘들어지면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새만금 연안의 농어민 대표 10명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사업으로 발생하고 있는 생태계 파괴와 어획량 급감으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호소했다. 지난 1991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인 김제, 군산, 부안 지역의 주민대표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사례를 고발하고,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촉구했다.
전북 군산
지역 대표로 참석한 문명호(64·군산시 옥서면 내초도)씨는 “모래갯벌이 점점 뻘갯벌로 변하면서 내초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인 맛조개와 생합 등이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며 “어업을 포기한 주민들은 인근 공장이나 쓰레기 선별장의 일당 노동자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안 새만금생명평화모임 공동대표인 서대석(53·부안군 위도)씨는 “김양식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부안 격포 수락동에서는 밀물과
썰물흐름의 변동이 심해지면서 김양식용 그물이 뒤집히거나 뻘이 그물에 엉켜붙으면서 김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격포와 위도 근해까지 죽뻘이
쌓이거나 앙금이 생겨서 갯바위에 붙어 있는 지충이 등 해초류가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간척은 농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부안군 주민대표인 고은식(42·부안군 계화도)씨는 “부안군 주산면, 행안면, 정읍시 고부면, 영원면에서는 방조제 건설로 물이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해 강수량이 조금만 많아도 논이 침수되고 있다”며 “공사시작 이후 안개가 끼는 날도 늘어 작황이 좋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