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곤충·새가 사라진다

英 환경센터 조사...35년간 나비 71·조류54·양서류32%줄어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계에서 ‘나비 효과’가 이미 진행 중이란 사실이 올해 과학적으로 처음 증명됐다. 나비가 생태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비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서 무슨 경천동지할 일이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비감소는 곧 인간에 대한 자연의 저주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비뿐만 아니다. 새, 개구리, 벌레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자연환경센터는 지난 68년부터 35년여 동안 총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나비, 조류, 자생식물 개체수를 직접 세어본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기간동안 영국에서 나비의 일부종류는 71%, 새의 일부 종류는 54%, 자생식물은 2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곤충의 멸종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국제자연보호연맹도 전세계의 양서류 32%, 거북 종류 42%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구 역사상 6번째 생태계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대멸종은 6300만년전 백악기에 발생한 공룡멸종이었다.

그보다 앞선 4차례의 생태계 대멸종 때에는 각각 지구상에서 90%의 생물이 멸종했다. 물론 6번째 생태계 대멸종이 시작된 것은 수만년 전부터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들이 지금 당장 멸종될 염려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선지 이라크 전쟁, 테러사건, 미국 선거 등 화끈한 뉴스들 틈에서 영국의 나비감소와 같은 ‘한가한’뉴스는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영국 자연환경센터의 집념어린 연구결과를 ‘2004년 10대 과학뉴스’ 중 7번째로 선정했다. 인간이 지금 당장 오만과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인간도 나비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란 경고다.

올해 유난히 지구촌에는 환경재앙이 많았다. 일본에서는 연일 섭씨 4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날씨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했고, 호주 해안에서는 고래 수십마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래사장으로 올라와 집단 자살했다. 이 모든 것이 나비가 없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된‘나비효과’일지도 모른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