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트림·방귀도 지구온난화 원인?

농촌진흥청 2005-2007년 정밀조사 계획
교토의정서 발효로 축산국가 공통관심사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02.15 05:52 44'

호주와 뉴질랜드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과학자들도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인 메탄가스(CH₄)를 소들이 얼마나 방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의 트림과 방귀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기후변화협약 대책의 하나로 ’반추(反芻)가축 장내발효 개선’이란 이색 사업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적극 추진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반추가축이란 소, 염소, 양, 사슴 등 위(胃)가 4-5개인 동물.

반추가축은 천적이 없을 때 풀을 뜯어먹어 특정 위에 저장했다가 되새김질(반추)을 통해 다른 위로 보내는데 여기에 사는 반추미생물이 이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의 트림이나 방귀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비웃기쉽지만 2001년에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1억4천803만8천 TC(탄소톤) 중 반추가축의장내발효 과정에서 나온 양이 0.4%(72만2천 TC)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소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감축문제는 16일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들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는 한 때 가축의 메탄가스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위한 재원 확보 명목으로 목축업을 하는 농민들에게 가축 한 마리당 일정액의 ’방귀세’를 부과하려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한 바 있다.

지난해 말 호주와 뉴질랜드 학자들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실험실에 소를 3일 간 집어넣고 메탄가스를 정확하게 측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연구소 관계자들도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강구하고 있지만 한 발짝 앞선 측면도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가축의 장내발효에 의한 메탄 배출계수 측정 및메탄 저감기술 개발’을 끝냈기 때문이다.

축산연구소 강수원 박사는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연간 40∼50㎏의 메탄가스를방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젖소는 조금 더 방출하고 염소나 양, 사슴은 방출량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현재 소를 195만4천두(2004년 12월 현재는 216만6천두)나 기르고 있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18위인 한국으로서는 소 트림이나 방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축산연구소는 올해부터 2007년까지 10억5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될 경우 현재 설치돼있는 낡은 ’호흡대사실’을 새로 설치해 소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나오는 온실가스를 정밀 측정하고 향후 반추위 메탄 발생 억제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강 박사는 “10년 전에 설치된 호흡대사실은 너무 낡았다. 예산이 책정될 경우뭘 먹이면 메탄 발생량은 줄고 고기, 우유 등의 생산량은 늘어나는지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축산연구소의 관심은 다른 사료를 줄이는 대신 반추위를 거치지 않는 사료의 양을 늘리거나 메탄가스 발생량이 적은 특정 반추미생물 양을 늘리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있다.

강 박사는 “지금까지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료를 많이 먹이는데 중점을 뒀지만 교토의정서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사료 양은 줄이면서 고기나 우유의 양을 유지하는 게 관심사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