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11℃ 이상 높아질 수도

PC 9만5천 대 참여한 컴퓨터 모델 실험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온실가스 방출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금세기 중반까지 지구 기온이 최저 섭씨 1.9도에서 최고 섭씨 11.5도나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는 대규모 컴퓨터 모델 실험 결과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됐다.

대부분의 기존 컴퓨터 모델 연구들은 지구의 이산화탄소 수준이 산업혁명 이전의 2배가 되면 21세기 중반 지구 기온이 1990년보다 2~5℃ 높아질 것으로 예측해 왔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기후예측 컴퓨터 모델연구 사업 Climateprediction.net 운영자들은 야심적인 '컴퓨터 나누기' 프로젝트에 따라 전세계 150개국 9만5천 명의 PC 사용자들에게 영국기상청이 만든 지구 기후 모델 프로그램을 배포해 각지역의 미래 기후를 예측하게 했다.

각 PC는 이산화탄소 양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배가 될 경우 지구 기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추측하는 약간씩 다른 2천 종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맡았다.

이 방식으로 수집된 컴퓨터시간 8천 년 분의 자료는 400만 년 이상에 걸친 기후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 최대의 슈퍼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작업량을 해 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스테인포스는 "실험 결과 온실가스 양이 늘어나면 환경에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훨씬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지금과 같은 온실 가스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위험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해수면도 상승, 홍수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 협약은 오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5.2% 낮은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영국 기상청의 마일스 앨런 박사는 "위험지대는 우리가 금세기 중반에 도달할 지점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Climateprediction.net 연구는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영국자연환경연구위원회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개인 PC를 통해 프로그램을 배포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인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가동되는 스크린세이버 소프트웨어로 제작됐으며 라디오 잡음을 통해 먼 우주로부터 신호를 포착하려는 미국의 외계지능탐사(SETI) 프로젝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런던.파리 로이터.AFP=연합뉴스)
2005.01.27 10: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