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빙하 녹아 50년 뒤 '노아의 홍수'?

바다 얼음 20% 줄어 남극 빙붕도 무너져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도 2020년이면 사진으로만 남을지 모른다.

또 21세기 중엽에 이르면 북극해의 얼음도 여름철 동안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www.earth-policy.org)는 최근 인터넷으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구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지구를 덮고 있던 얼음이 갈수록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소 자넷 라센 박사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0.6℃ 상승한 지난 25년간 엄청난 속도로 얼음이 녹아내렸는데 금세기 동안 지구 온도가 1.4~5.8℃ 추가 상승할 경우 해빙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센 박사에 따르면 북반구에서 얼음으로 덮인 바다의 면적은 2002년과 2003년 연속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북극지방의 온난화 현상은 1990년대 들면서 훨씬 뚜렷해졌고 북극해의 얼음도 10년마다 15%씩 줄고 있다. 라센 박사는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 해양 대류 형태가 달라질 수 있고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극해도 마찬가지다. 바다 얼음이 1950년에 비해 약 20% 줄었다. 이 지역 기온이 지난 50년간 2.5℃ 상승한 탓이다.

수천년 동안 존재해온 남극의 빙붕(氷棚,얼음으로 덮인 대륙붕)도 무너져내리고 있다. 2000년 3월엔 면적 약 1만㎢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산이었던 B-15 빙붕에서 로스 빙붕이 떨어져 나갔다. 이어 2002년 5월 또다시 폭 31㎞, 길이 2백㎞의 빙붕이 떨어져 나갔다.

육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곧바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21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0.1~0.9m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로 볼 때는 해수면이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란드의 경우도 매년 51㎦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해수면을 매년 0.13㎜씩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7m가 상승, 전 세계 연안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셋째로 얼음이 많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도 지난 30년간 크게 줄었다.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는 빙하의 끝자락에 베이스 캠프를 쳤는데 지금은 빙하가 등반코스를 따라 5㎞나 위쪽으로 올라간 상태다.

히말라야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호수를 채우면서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 같은 속도라면 히말라야의 빙하호 가운데 44곳이 적어도 5년 후에는 범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빙하 그 자체는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수자원이다. 빙하가 녹으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물을 공급해주지만 장기적으로 건기 때 강물의 유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빙하가 사라지면 수많은 사람이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envirepo@joongang.co.kr> .
2004.02.05 17:41 입력 / 2004.02.06 09:17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