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한반도 (조선일보 퍼옴)

[뜨거워지는 한번도] ①울릉도는 꿩의 천국
강남 제비'제주도 정착…황로, 강원도 번식
철새들 '텃새'화…남방계 새들 자주 몰려와

 

 

 

 

 

 

- [뜨거워지는 한반도] 동·식물 짝짓기 시기 빨라졌다
- [뜨거워지는 한반도] 아열대성 병충해 급속 확산
- [뜨거워지는 한반도] ②山林 '천지개벽'
- [뜨거워지는 한반도]③ 난·한류 '데이트 지역' 점점 北上
- [뜨거워지는 한반도]③ 우리바다 '지중해' 되어가나
- [뜨거워지는 한반도]③ 이한사온 이어지는 겨울
- [뜨거워지는 한반도]④사과·단감 북방한계선 뚫고 北進중
- [뜨거워지는 한반도]④빨리 피고 늦게 지고…나뭇잎 '생애' 길어져

 

 

원래 꿩이 없던 울릉도는 요즘 대량 번식한 야생 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약 1만마리에 달하는 꿩들이 밭에서 무·배추·콩 등을 마구 파먹어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꿩이 울릉도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 1981년 봄. 개인 사육장에서 식용을 위해 50쌍을 육지에서 반입해 왔다. 그해 가을 사육장 그물이 거센 바람에 찢기면서 그 중 일부가 날아가 자연 방사한 꼴이 됐다. 1982년 겨울 한파를 지나 1983년부터 개체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성인봉 등 곳곳에서 흔히 목격된다. 지난 1999년부터 엽사를 동원해 매년 1200마리씩 솎아내고 있지만 그야말로 조족지혈인 셈이다.

본디 울릉도는 꿩이 살 수 있는 서식조건이 아니다. 겨울철 많이 내리는 눈으로 먹잇감을 찾을 수 없어 월동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따뜻한 날씨로 눈이 내리는 양도 줄고 내린 눈도 금방 녹아 사정이 달라졌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적설량은 143.2㎝로, 1961~1971년까지 연평균 적설량 352.7㎝의 반도 안 된다. 온난화로 꿩의 야생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것이다. 이용두(李庸斗) 울릉군 환경보전과장은 “1960년대 초반에는 무릎까지 눈이 왔지만 요즘은 그런 날이 없어 울릉도도 이제 새들이 월동할 수 있는 곳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세계적인 기후 온난화로 아르헨티나 산타 크루즈 지방의 페리토모레노 얼음이 지난해 10월 16일 녹아내리고 있다./ 조선일보DB사진

 

 

온난화로 한반도 동물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특히 가장 기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철새들의 경우 30년 전부터 기존 패턴을 뛰어넘는 ‘이상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여름 철새(동남아 지방에서 봄에 왔다가 가을에 날아감)인 제비의 경우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3월에 왔다가 10월이면 따뜻한 동남아 지방 등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요즘 유입시기는 2월로 1개월 빨라졌으며 날아가는 시기는 11월에서 12월로 점점 늦어지고 있다. 김완병(金完柄) 제주도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거의 1년 내내 제비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제비’라는 표현이 이젠 옛말인 것이다.

여름 철새인 황로의 경우는 1980년대 초까지 남부 지방에 머물다가 1990년 충북 청주시에서, 1995년에는 강원도 양양까지 올라왔다. 황로는 특히 겨울에 날아가지 않고 백로와 함께 번식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 눈밭에서 겨울 추위를 즐기고 있는 꿩 한쌍의 모습. 울릉도에서 꿩의 월동.서식이 가능해지는 등 온난화로 한반도 생태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조선일보DB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