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다이옥신… 음식 속 ‘보이지 않는 적
축적된 환경호르몬 다음 세대까지 영향
화학첨가물 안전성 아직도 검증 안돼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는 아직 그 정체가 무엇인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보이지 않는 적’들이 너무도 많다. 식품에 붙어 있는 항생물질 내성균, 농약 묻은 콩나물, 납 성분의 해산물, 각종 보존제와 색소가 들어간 온갖 가공식품에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우러난다는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까지. 여기다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의 유해성 여부에 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이것들은 식중독처럼 당장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인간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므로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내분비계 장애물질

체내에서 정상적인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생식기능 이상, 면역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독성연구원 내분비장애물질과 강일현 연구사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오는 비스페놀 A나 쓰레기 소각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금속, 농약, 강력 세척제에 든 노닐페놀류와 각종 환경오염물질도 내분비계 장애 작용이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밝혀졌다”며 “사람에게도 비슷한 유해 작용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각종 식품첨가물

가공식품의 섭취가 증가하면서 식용 색소나 보존료 등 각종 화학첨가물의 섭취 또한 늘고 있다.

물론 화학 첨가물에 대해선 섭취 허용량 등이 법적으로 규제돼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첨가물 한 가지만 섭취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첨가물을 복합적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첨가물과 이달수 과장은 “여러 가지 화학첨가물을 복합적으로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총체적인 결과에 대한 안전성 연구는 아직 없다”며 “가급적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여 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잔류 농약과 항생제

최근 국내에서 사용하는 농약은 독성이 약한 데다 햇빛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것이 많아서 국내 농산물을 통해 잔류 농약을 섭취할 가능성은 예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한 ‘값싼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중국 농산물이 국내 식탁을 점령하고 있으며, 항생제를 먹여 닭이나 돼지, 물고기 등을 키우는 경우도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 이유가 항생제를 먹여 키운 어류나 축산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화여대 약학대학 신윤용 교수(독성학)는 “편리하게 살려고 각종 기술과 화학물질을 음식에 도입하게 됐지만 그것들의 안전성은 아직 완전히 확보돼 있지 않다”며 “장기적 부작용에 대한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무작정 특정 음식을 금지시킬 수도 없는 만큼 현재로선 개개인이 먹거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위험성이 있거나 의심스런 물질은 가급적 먹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법으로 정해진 규정만 제대로 지켜도 음식으로 인한 위험은 크게 줄어들므로 정부는 식품 안전을 위한 감시와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기자 wigrace@chosun.com )

입력 : 2004.06.15 09:48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