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서울을 짓누른다


△ 경기도 분당 새도시 상공에서 서울 쪽으로 바라본 하늘이 마치 이불을 덮어놓은 것처럼 오염물질 띠에 잠겨 있다. 수많은 미세먼지로 이뤄진 이 오염띠는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시야를 가리는 겨울철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탁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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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0㎛‘미니 저승사자’

일요일인 지난 1일 북한산에 오른 김철호(45·회사원)씨는 정상에 오른 쾌감도 잠깐, 맑은 날씨인데도 아파트들이 희뿌연 오염물질 층에 잠겨 있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두 시간 남짓 산을 오르는 동안 김씨는 약 1500ℓ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상쾌한 기분과는 달리, 그 속에는 주로 자동차에서 나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은 입자들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폐포를 거쳐 혈액 속으로 녹아들어가 폐와 심장에 타격을 가했다. 다행히 김씨는 건강한 편이어서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았지만, 미국이라면 이날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도에선 노약자의 등산을 말렸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해마다 1만명 이상이 미세먼지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런 공기를 마시는 유산소운동이 과연 몸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몰라 운동을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악이다. 특히 수도권의 오염도는 선진국 대도시보다 2~4배나 높다. 미세먼지는 특히 겨울 동안 수도권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 크기=미세먼지가 무서운 까닭은 무엇보다 작기 때문이다. 굵은 먼지는 거의 대부분 기도 점막에 걸려 가래 등으로 배출되는 반면 작은 것일수록 폐 깊숙이 침투해 오래 머문다. 정부는 모든 먼지를 한데 묶어 ‘총먼지’로 규제하다 1995년부터 지름 10㎛(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입자상 물질을 미세먼지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10㎛는 머리카락의 10분의 1쯤 되는 굵기다. 미세먼지의 큰 것은 세균, 작은 것은 바이러스 크기다.<그림 참조> 따라서 하나하나의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한데 모이면 햇빛을 흡수하거나 흐트려 시야를 부옇게 흐리는 시정장애 현상을 일으킨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의 연구를 보면, 수도권에서 안개 같은 기상요인 때문이 아닌 이유로 시정이 악화된 횟수는 지난 30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의 평균시정은 약 12㎞로서, 자연상태의 가시거리 150~230㎞의 10분의 1도 안된다.

 

자동차가 주원인

◇ 발생원=미세먼지가 어디서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매우 복잡해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자동차, 난방·발전소·공장 등의 각종 연소시설, 노천소각 등 인위적 요인과 황사, 산불, 안개, 흙먼지 등 자연적 요인으로 나뉜다. 게다가 아황산가스나 이산화질소가 뭉쳐 형성되는 가스상 물질도 전체 미세먼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대도시에서 가장 큰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동차다. 흔히 경유차가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휘발유차도 미세먼지 발생원이기는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가운데 지름이 작은 것들은 대부분 자동차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이들이 건강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국 환경보호청은 97년부터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 기준을 따로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안문수 환경부 대기정책과장은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의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 기준을 새로 설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는 건강영향과 직결되는 지름 0.1㎛ 이하인 ‘초미세먼지’에 주목하고 있다.


교통사고보다 3배 무겁다

◇ 건강영향=미세먼지에는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계농도인 ‘문턱값’이 없다. 특히 폐와 심장에 직·간접 영향을 끼친다.<표>

동물과 인체를 이용한 각종 실험과 역학조사들이 미세먼지의 급·만성 영향을 입증해 줬다. 세계적 연구결과를 보면, 지름 10㎛ 이하 미세먼지의 하루농도가 10㎍/㎥ 증가하면 1~5일 안에 사망률이 1% 늘어난다. 또 지름 2.5㎛ 이하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5%,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8%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김예신 박사팀이 서울의 대기오염물질 43종의 위해도를 계산한 결과 미세먼지는 전체 폐암 발생자의 86%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꼴인 연간 약 2천명으로 잡고 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