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에 환경이 죽어간다

전국 폐광 주변지역 토양이 중금속 함량 기준치보다 최고 10배를 초과하는 등 중금속 오염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폐광 공해방지사업은 지지부진, 주변 토양까지 오염시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 오염 쌀이 생산되는 등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침출수 유출에 토양·하천 신음 -

◇폐광 주변, 오염 심각=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2003년도 폐금속광산 토양오염실태 일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강원·경기·전남 등 4개지역 32개 폐광 중 16개 폐광이 중금속에 오염됐으며, 주변 토양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고성군 고명광산 일부 지역에서는 비소(As)가 토양오염 대책기준치(15ppm)의 10배가 넘는 162ppm이 검출됐다. 대책기준치란 이를 초과하면 복원 대책을 세워야 하는 수준이다.

전남 나주시 공산면 덕음광산 인근 논에서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유발하는 카드뮴(Cd)이 대책기준치(4ppm)를 초과하는 4.9ppm이 나왔다. 수질오염도 심각했다. 고명광산 갱내 물에선 비소가 먹는물 기준치(0.05ppm)보다 무려 30배 가량 높은 1.45ppm을 기록했다.

강원 정선 강원광산도 7.6배가 높은 0.38ppm이 검출됐다. 덕음광산은 침출수에서 카드뮴이 먹는물 기준치(0.01ppm)의 5.6배인 0.056ppm이 나와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고명광산의 하천 바닥 퇴적물인 저질은 일부지역에서 대책기준치(15ppm)의 3배 가까운 38.5ppm이 검출됐다.

◇중금속에 오염된 쌀까지 등장=지난해 경남 합천군 봉산면 폐광 부근에서 재배된 쌀을 검사한 결과, 카드뮴 잔류량이 0.3~0.4ppm으로 기준치(0.2ppm)를 초과, 쌀 1.1t이 소각 처분됐다. 농림부에 따르면 폐광산 주변 농경지에서 생산된 쌀이 중금속 기준치를 초과, 폐기처분된 양은 지난해 모두 7t에 이른다.

- 오염된 농산물에 괴질도 발생 -

이타이이타이병 의심환자가 발생한 경남 고성군 병산마을도 주민들이 구리 폐광으로 오염된 물로 재배한 쌀을 장기간 섭취함으로써 체내에 카드뮴이 일반인의 최고 5배까지 축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병산마을의 폐광도 사실상 30여년 전부터 작업이 중단되고 1992년 광업권이 소멸됐지만 지금까지 공해방지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원 폭발=폐광 인접 마을 주민들은 폐광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조속히 공해방지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산마을 이장 양창수씨(58)는 “수십년 전부터 폐광으로 인한 하천·토양 오염 등이 빚어졌다”며 “군청에서 이를 알고도 대책을 외면해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남대 토목환경공학부 양운진 교수는 “곳곳의 폐광이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비가 오면 갱내 중금속에 오염된 물이 하천으로 흘러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늑장대처, 오염확산 한몫=환경부와 산업자원부가 9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폐광 공해방지사업은 ‘하세월’이다. 환경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경남지역 폐광은 전체 95개소로 16곳이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했고, 45개소는 토양오염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폐광 가운데 지금까지 갱구를 막고 광미(광석가루) 유출을 방지하는 공해방지사업이 완료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또 2006년까지 추가로 8개 폐광에 대해 같은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나머지 광산들의 경우 계획조차 잡혀 있지 않다.

- 당국 늑장대응에 주민들 분노 -

경남도 관계자는 “산자부의 예산난 등으로 공해방지사업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자원부가 지난해초 발표한 전국 휴·폐업 금속광산은 모두 906곳이다. 산자부는 당시 22곳은 광산피해가 심각하고 28곳의 경우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곳으로 분류했지만 환경부 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여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준·박영철기자 ycpark@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6월 06일 2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