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형광등에서 수은이 샌다

한해 1억4000만개 배출...90%이상 방치

‘쌓아놓거나 혹은 부서뜨리거나.’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A사 공장 한편에 마련된 창고. 이곳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폐형광등 3000여개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회사 홍승주과장은 “지난해 형광등재활용협회에 가져가라고 요청했지만, 지방자치단체 수거분만 받는다고 해 쌓아놓았다”며 “환경오염을 막기위해 시행하는 제도라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우선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장뿐 아니라 형광등 사용이 많은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대 시설관리담당 이승재씨는 “지난해 형광등은 형광등재활용협회를 통해 적법하게 폐기했고 다만 올해 배출된 3000개는 재활용업체의 처리용량부족으로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명을 다한 폐형광등이 국내에서 한해 1억4000만개가 배출되고 있으나, 재활용 처리시설 부족으로 이처럼 90%이상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 특히 공장이나 대형건물 등에서 사용됐던 폐형광등은 가정보다 배출량이 2배나 많지만, 형광등재활용협회가 처리용량부족을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고 있어 창고에 쌓아놓거나 부숴서 지정폐기물로 배출하고 있다.

형광등 1개에 함유된 수은은 10~50㎎정도. 마구 버려진 형광등의 수은이 토양과 수분에 스며들어 인체에 축적될 경우, 신장손상, 유산, 미나마타병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형광등 폐기시 수은분리가 필수적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0년 11월부터 국내 형광등 생산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폐형광등 수거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활용업체들이 형광등 생산업자들로부터 처리비용을 거둬 이 비용으로 가정배출 폐형광등을 무료로 처리하고 있다. 산업용의 경우는 배출자에게 형광등 1개당 55원의 처리비에다 운송비, 인건비 등을 합쳐 2.5t 트럭 1대당 32만원씩을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형광등재활용협회에서 가동하고 있는 처리시설은 경기도 화성 단 1곳뿐. 이곳의 연간 처리능력은 1200만개에 불과해 한해 발생하는 폐형광등 1억4000만개(가정용 33%, 산업용 67% 추산)의 1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경북 칠곡과 전남 장성 등에 폐기시설이 완비되는 이달말부터는 폐형광등 처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처리용량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처리비용 분담문제로 갈등이 빚어질 것이 뻔하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팀장은 “형광등 업체가 영세해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 명확한 이상, 환경부와 생산자, 대형배출업체가 재활용비용 분담을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