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12. 참여 전문가 결산
"생명 존중 마음으로 환경 보호해야"

지난 3월 시작한 중앙일보.시민환경연구소의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캠페인의 1단계 행사가 3일 국제심포지엄으로 마무리됐다. 캠페인은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회의 연구.조사활동 등의 형태로 지속될 예정이다. 이 활동 내용은 중앙일보 지면과 연구소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ecohealth.or.kr)를 통해 소개된다. 1단계 행사를 마감하면서 참여한 전문가들의 자체 평가와 계획.제안 등을 들어본다.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장=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70만명이 안전하지 못한 물과 위생조건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기오염으로 인해 80만명,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로 15만4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인한 건강 피해가 우리라고 예외일 리 없지만 최근까지도 정부는 이 문제를 부처 간에 서로 떠넘기고 회피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환경연구소가 중앙일보와 함께 캠페인에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환경과 건강 문제를 언론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시도는 국내 최초일 것이다.


▶권호장 단국대 교수=당국도 캠페인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고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기회가 마련됐다. 대기오염 기사가 나간 뒤에 서울시에서는 시 공무원과 환경단체가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고, 먼지예보제 도입을 앞당기기로 합의하는 등의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

'서울의 공기가 도쿄 수준만 되면 3년은 더 살아'라는 기사가 보도된 뒤 여러 사람이 이를 인용하는 것을 보았다. 어려운 내용이 쉽게 전달돼 학자들과 언론이 함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예신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연구원=캠페인과 '환경보건백서'라는 책자가 나오기까지 여러 전문가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환경보건이란 분야가 국민 건강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이라는 대명제 아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됐으면 한다.

▶김소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연구원=다양한 분야와 관점들이 어우러져 환경오염 문제를 다각적으로 제시했고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게 했다. 사실 환경 문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적잖이 당황하곤 했는데, 이번 캠페인을 통해 가장 쉽고 적절하게 답할 수 있게 됐다. 환경이 아프면 당신도 아프다고.

▶이지현 서울환경연합 국장=먹을 거리와 사회,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몸이 생태계'라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 다른 생명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생명존중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육식문화'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으나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정익철 런던대 연구원=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개개인의 건강 문제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인류가 함께 살고 있는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나아가 생존을 위해 생활방식과 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주선희 환경교육센터 국장='자신의 후손에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됐다. '내 몸안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바깥 생태계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화학물질 관리는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근거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영향은 어느 한 가지 오염물질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낮은 농도라도 함께 존재하는 여러 오염물질과 그 분해물들에 의해 일어난다. 위험수준 이하의 오염도에서도 그 오염물질의 중간 분해물까지 함께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독성이 나타난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위험인구의 개념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위험인구는 오염물질의 종류.노출시간.방지시설.감시체계 등 위해성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위험인구 개념은 국가와 자치단체의 환경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여영학 변호사=환경보건 분야에서 사회적인 문제 제기와 정책적인 제안은 활발해지고 있으나 환경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제도적인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환경보건 문제의 법제도적 측면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

▶유승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앞으로 유전자변형식품, 식품첨가물, 식품 중의 환경호르몬 등 우리와 친숙한 부분을 찾아 지속적인 연구와 자료축적을 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또 정기적으로 환경보건 백서를 발간, 최신 정보를 소비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장재연=2004년 환경부가 조직을 개편, 환경보건 담당 부서를 만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환경부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정책이 단순히 오염물질 관리가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중심으로 보는 관점으로 바뀌어야만 환경 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자기 과제로 생각할 것이다.

▶최예용=캠페인을 총괄.진행한 입장에서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이번에 낸 '2004년 시민판 환경보건백서'는 환경보건의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환경보건위원회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환경보건백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호장=환경 문제의 핵심에 국민건강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기 때문에 환경 오염의 문제는 결코 미룰 수 없다는 너무나 평범한 상식을 다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회 전문가=▶강태선 원진녹색병원 노동건강연구소 연구원▶고영림 서울보건대학 교수▶구도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원▶권호장 단국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김소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연구원▶김수현 바른생활실천연대 대표(약사)▶김예신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연구원▶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박용신 평화한의원 한의사▶여영학 환경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 소장(변호사)▶유승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이종태 한양대 교수▶이종현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이지현 서울환경연합 국장▶임신예 서울시립 서대문병원 의사▶임종한 인하대 교수▶장재연 아주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정익철 영국 런던대 연구원▶조수자 월간 '함께 사는 길'위원▶주선희 환경연합 환경교육센터 국장▶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하은희 이화여대 교수▶황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

◇취재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강찬수 환경전문기자.권근영 기자<envirepo@joongang.co.kr>

2004.06.03 17:38 입력 / 2004.06.04 08:1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