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골프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11일 문화관광부와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175곳이며 여기에 건설 예정인 곳까지 더하면 총 262곳이다. 즉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의 절반인 87곳이 추가 건설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골프장에 대한 면적 제한이 대폭 완화되고 복잡한 심의·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는데다 지방세와 특소세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어서 골프장 건설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찬성측
입장
‘골프장 수와 국력은 비례한다.’
광활한 국토를 가진 미국의 골프장이 무려 2만 5000여개에 달하는 건
물론이고 남한 면적의 3.8배에 불과한 일본도 2000개가 넘는다.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주변에만 200여개가 몰려 있어 현재 운영중인
우리나라 전체 골프장 숫자보다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골프장 기근 국가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대중 골프장을 포함, 연인원 1511만5577명으로 나타났다. 한국 골퍼의 수를 100만여명으로 추산할 때 골퍼 1인당 1년에 겨우
15라운드를 한 셈이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 대단히 낮은 수치다. 이 때문에 골프장 회원권은 수억원대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부킹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린피도 외국보다 크게 비싸 골프가 ‘사치 스포츠’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골프업계에선 주5일근무제
실시이후 급증한 국민 레저수요 충족은 물론, 농민 소득 증대를 위해서도 골프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천수답과 농사짓지 않는 땅(묵전), 폐염전 등에 골프장을 조성, 세수를 확보하고 골프장 운영수익을 농민에게 돌려주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 실제 골프장 1곳(18홀 기준)이 조성되면 첫해에 지방세 105억원(토지·건물 취득 및 등록세)이 들어오고 매년 7억원
이상(재산·종토세) 시·군세가 늘어난다.
또 골프장 운영직원과 기술자, 조경사, 경기보조원(캐디) 등 200명이 넘는 고용창출
효과(연간 인건비 54억원)도 발생한다.
골프계에선 골프장 건설을 해외 골프여행으로 인한 외화낭비를 줄이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기면서 건강이 좋아져 의료비 지출이 감소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는
‘보이지 않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아직 골프장 1개를 건설하는데 착공에서 최종
개장까지 무려 700여개의 인·허가 도장을 받아야 한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kr
반대측
입장
환경단체들은 골프는 산이 많고 구릉이 적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엔 맞지 않는 스포츠라고 지적하고 있다.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산을 깎아내야 하고 인공적으로 잔디밭을 조성하는데 농약과 비료를 대량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질오염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 중 임야면적 대비 골프장 면적비율이 가장 높은 제주에서는 지하수 고갈 문제까지 생겨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많은 골프장들이 물이 귀한 제주의 지하수 함유지대인 중산간과 곶자왈 일대에 건설되고 있어 지하수 고갈과 오염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는 계곡을 따라 건설된
골프장이 산림 및 하천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각종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일대 회원제 골프장 8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수계 발원지에 위치한 골프장들이 하천을 오염시키는 바람에 내성에 강한 종들만 살아남아 종의 구성이 단순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골프장
방류수로 인해 주변 수질의 오염상태가 해마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골프장 인근의 한 하천에서 오염내성 지표물인
깔따구류의 개체수로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다른 하천보다 67배 이상의 오염도를 보였다. 골프장 3개가 하천을 공유할 경우 약 200배의 오염을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어 골프장의 오염원 정화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산지를 깎은 경우, 경사도 40도
이상의 비탈면은 골프장 건설 이후 10~20년이 지나도 주변식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암반 등이 그대로 돌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우선 골프장 입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골프장을 건설할 때는 가급적 고유식물 군집을 식재하고 코스
조성시 원형보존지역이 생태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의 생태계에 연계시키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희정기자
nivose@
기사 게재 일자 2004/05/11 문화 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