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의 제8차 총회와 세계환경장관회의가
29~31일 제주도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세계 150개국의 정부 대표와 50여개 국제기구.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12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환경회의다.
'물과 위생'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서는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수 공급의 확대▶물 문제 해결을
통한 빈곤퇴치 전략 등을 중점 논의한다.
중앙일보는 회의에 앞서 클라우스 퇴퍼 UNEP 사무총장과 김학수(金學洙)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사무총장, 행사를 준비해온 곽결호(郭決鎬) 환경부 장관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김정욱(金丁勖)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구 환경문제의 현황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사회=오늘 좌담은
특별총회에서 다룰 중요한 이슈들과 지구환경 문제 현황을 미리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먼저 이번 회의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퇴퍼 총장=역대 UNEP회의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가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200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지구환경정상회담(WSSD)에서 채택했던 지속가능 발전 실행 계획의 실적을 짚어보게 된다.
이번 회의는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한국은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환경보전 책임도 잘 지키고 있어 회의 개최의 적지라고
생각한다.
▶곽결호 장관=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준비해 왔다. UNEP와 긴밀하게 협조가 이뤄진 데 대해 퇴퍼 총장께 감사드린다.
이번 회의 주제가 물 문제인데 한국처럼 국민이 물 문제로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도 물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을 둔 사례는 없다. 한국의 경험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ESCAP는 환경과 관련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김학수
총장=ESCAP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지역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1985년 장관회의를 개최하면서 환경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11월 열린 프놈펜 회의에서는 수자원 관리 개선 등 7개 환경 중점 과제를 선정했고 이것이 WSSD의 행동강령에 반영됐다.
아시아의 사막화는 아프리카보다 심각하다. 아프리카의 32%가 사막화됐다면 아시아는 37%가 사막화됐다. 숲이 사라지면 물도
사라진다. 사용가능한 수자원에 대한 취수량을 보면 중앙아시아는 85%, 남부아시아는 48% 정도다. 40%가 넘어가면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5년 농업용수 수요는 90년에 비해 100%, 공업용수는 7배나 증가할 전망이다.
▶퇴퍼=UNEP 본부는 빈곤한 지역인
아프리카에 있다. 빈곤은 환경의 가장 큰 적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전 세계의 3.2%에 불과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강대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환경회의에서 선진국들은 정부개발원조(ODA)를 GNP의 0.7%까지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0.36%에서 0.2%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0.7% 기준을 지키는 나라는 다섯 나라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 가난한 나라들이 분노한다. 선진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
▶사회=중국의 황사가 심각하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만주에서부터 불어온다. 이는 과도한 방목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퇴퍼=황사 피해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갖고 협력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황사는 전 세계 지구환경 문제임이 분명하다. 과도한 방목으로 숲이 사라지면 황사가 더 심해진다.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결국은 빈곤과의 싸움이다.
▶郭=이번 제주회의에서 동북아 황사문제가 지역 문제가 아닌 지구환경 차원에서
다뤄지도록 하고 저도 관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UNEP에서도 적극 지원하기를 바란다.
▶사회=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수백만명이 오염된 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오염된 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퇴퍼=전 세계에서
1분마다 여섯 명이 수인성 전염병으로 희생되고 있다. 전 세계 24억명이 위생적인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다. 담수의
70%는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관개기술을 개발하고 수자원에 대한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金=아시아 인구의 60%는
아직도 위생적인 수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구의 50%는 독극물인 비소(As)로 오염된 지하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다른
회원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 ESCAP에서는 지질학자 등을 파견해 조사하고 있다.
▶郭=한국에서는 농어촌.섬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이 31%에 머물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수원수의 수질이나 정수 기술, 수돗물 공급체계와 관련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또 한강 등 4대강 특별법을 만들고 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수변구역 지정과 물이용 부담금 제도를 통해 상.하류 간
공영(共榮)을 지향한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수질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처럼 강마다 법을 따로 만든 나라는 없을 것이다.
▶사회=郭장관은 이처럼 수질 관리를 잘한 덕분에 장관이 되셨다. (웃음) 사막화와 산림파괴는 물 문제로 연결된다. 빈곤과 물은
따로 떼내 설명할 수가 없다.
▶퇴퍼=숲과 저수지와 습지를 파괴하면 홍수의 피해가 엄청나게 확대된다. 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물을
관리한다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댐 건설보다 숲과 습지를 보전하는 것이 더 낫다. 한국에서 강별로 특별법을 마련한 것은 놀랍다. 고도의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金=현재 ESCAP는 모범사례를 찾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인도네시아
마을에 소(小)수력 발전소를 설치하고, 스리랑카에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성공적인 사회운동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캄보디아.라오스.네팔 등에
보급했는데, 비교적 잘 적용되고 있다.
▶사회=남북한 통일 노력에 있어서 ESCAP나 UNEP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金=북한은 환경 파괴가 심하고 수자원 관리에도 관심이 많다. 대동강 관리에 대해 ESCAP에 자문하기도 했다. 북한은 ESCAP
회원국이어서 환경.무역.정보산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조언해주고 있다. 최근 북한은 통계 분야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고 환경 책임자 등 세 명을
보냈다.
▶퇴퍼=3년 전에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환경.농업.에너지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 북한의 전문가가 참석했다면 다양한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저는 독일 통일시기에 환경장관을 맡고 있었다. 하수도 시설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동독과 협력을 유지했다. 서울에 와서 독일 통일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과 독일은 상황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비무장지대를 '그린벨트'로 만드는 것이다. 분단의 비극을 미래의 이익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郭=북한을
초청했는데 오지 않아서 아쉽다. 이번 회의에서 동북아 황사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다뤄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훌륭한 대안이 제시되고 각국이 이를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정리=강찬수 기자<envirepo@joongang.co.kr>
◇유엔환경계획(UNEP)은=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의 권고와 제27차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같은 해 설립된 유엔 산하 환경 전문기구다. 유엔의 환경관련
업무의 방향 설정과 조정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전파하고 환경 현황을 평가한다. 또
지구환경정상회의(WSSD) 등 지구환경과 관련된 각종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환경협약의 탄생을 지원하고 있다. UNEP
총회는 UNEP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홀수 연도에는 나이로비 본부에서, 짝수 연도에는 다른 지역에서 열린다. 2000년부터는 세계환경장관회의를
총회 때 함께 열고 있다.
◇亞.太 경제사회위원회(ESCAP)는=제2차 세계대전 후 아시아의 경제 재건을 위해 1947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했던 유엔 아시아.극동 경제위원회(ECAFE)가 전신이다. 49년 태국 방콕으로 사무국을 옮겼고 74년 ESCAP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 50여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사회 개발에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지역경제협력▶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경제성장과 사회개발을 통한 빈곤 퇴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54년에 가입한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53개
회원국과 9개 준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