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특강, “넘쳐서 문제다”

“환경생태계가 병들고 파괴되는 자연재앙 앞에서는 강자도 약자도, 승자도 패자도 없다. 생명위기의 21세기, 인류는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있다.” 21일 과천 정부청사 4동 지하대강당.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스님과 함께 ‘생명평화 탁발순례’을 하고 있는 지리산 실상사 전 주지 도법스님이 건설교통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명평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도법 스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한다”면서 “서울 인구 3백만명만 줄이면 건설교통부가 서울에서 해야 할 교통문제, 주택문제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개발논리에 얽매이고 힘의 논리, 독점의 논리, 싸움의 논리로 가도록 했던 세계관이 문제”라면서 “우리의 사고와 삶을 지배했던 잘못된 세계관을 내던지고 올바르고 바람직한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했고 이는 변화와 발전, 개발과 성장으로 요약된다”면서 “우리가 노력한 결과 엄청나게 부자가 되고 편리해지고, 부분적·현상적으로는 대단히 좋아졌지만 구체적인 인생살이의 내용은 생명위기와 공동체 붕괴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 가치로 보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가치의식과 삶의 방식에 의해 우리의 건강성과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인간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왔다”면서 “너와 나의 관계에서도 네 인생은 네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너와 나의 인간관계에서 자기중심의 사고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강연은 300여석의 강당을 꽉 채우고도 100여명의 직원들은 자리가 없어 서서 강연을 들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김종훈기자 kjh@kyunghyang.com〉 경향신문
최종 편집: 2004년 04월 21일 19:5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