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햇빛부족 도시’

서울 시민이 햇빛을 본 시간이 최근 4년새 급감해 지난해에는 하루 4시간도 채 안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30년간 서울지역의 평균 일조시간은 하루 6시간에 가까웠다. 특히 심각한 대기오염이 일조시간 급감의 주요인으로 꼽히면서 관련 질병이 크게 늘 것이라는 경고성 관측도 나오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총 일조시간은 1450시간으로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3.97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사과나무의 생장에 필요한 일조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971년 이래 서울의 평균일조시간은 2114시간으로 하루 평균 5.79시간이다.

일조량 급감 추세는 2000년부터 나타났다. 1999년 2144시간이었으나 2000년 1506시간, 2001년 1605시간으로 급격히 줄었고 2002년은 1421시간으로 가장 적었다. 이는 불과 5년 전인 98년의 일조시간(2080.2시간)에 비해 무려 31%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인천이나 수원 등 수도권 인근 도시들의 일조시간은 98년에 비해 각각 16%와 11% 떨어지는데 그쳤다.

일조시간은 햇빛이 구름이나 안개, 대기오염 물질등에 가리지 않고 지상에 비치는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나타내는 일사량과는 다르다.

이기간중 서울의 일사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4302메가줄(MJ/㎡)이었고, 1998년 3791MJ/㎡, 2000년 3902MJ/㎡, 2002년 4596MJ/㎡으로 최근 오히려 늘어났다.

일조시간 급감원인에 대해선 전문가들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일조시간이 줄어들면 ▲우울증 ▲알레르기성 질환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골격계 질병등의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에 의한 스모그가 태양빛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오염때문이라면 일사량도 일조시간과 같이 급감했어야 하는데 일사량이 줄지 않았다는 건 고층건물 급증 등 도시환경 변화 때문에 햇빛이 가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kr  문화 일보
기사 게재 일자 200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