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바닷속 생태계 흐린다

 


△ 심해에 사는 연체동물.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생장능력이 떨어진다. <사이언스> 제공

“탄소는 지구의 생명현상을 지속시키는 기본 원소입니다. 모든 생물체의 몸은 탄소를 기본으로 구성돼 있고, 생물의 에너지 저장과 이동도 탄소를 통해 이뤄지죠. 산업혁명 이후 탄소 저장·순환의 균형이 급속히 깨져 이제 그 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강호정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량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가 지구에 끼치는 스트레스는 대기는 물론 강과 바다에 이르고 있으며 바닷속 생태계까지 변화시킨다는 것이, 한국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바다가 육상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까이를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저장고 구실을 톡톡이 해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기택 포항공대 교수(환경공학)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노아) 연구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난 1800년부터 200년 동안 화석연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2240억t의 48%(1180억t)가 바닷물에 스며들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억제해왔음을 밝혀냈다. 이는 저명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16일치)에 발표됐다.

그동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급속히 증가했으나 대기에서는 발생량보다 매우 적은 양(43%)만이 관측돼, 나머지 이산화탄소는 식물에 의해 제거됐거나 바닷속에 녹아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바다에 흡수된 양이 48%나 된다는 수치는 이번에 처음 제시됐다. 또 산림 파괴로 생긴 이산화탄소 양과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양은 거의 같아 산림이 이산화탄소 초과 발생량을 제거하는 데 기여한 바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 초과 발생량의 유일한 처분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중 발생량 급증
산림파괴로 육지 자정능력 대부분 잃어
절반은 바닷물에 스며들어 속앓이 심각


△ 이산화탄소의 기체분자는 농도 높은 대기에서 농도 낮은 바다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바닷물 밀도가 높은 고위도의 추운 지역에서 주로 침전하면서 적도쪽으로 이동한다.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 그만큼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떨어진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노아(NOAA)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이 교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농도는 1800년 280ppm에서 현재 380ppm으로 상승했는데 만일 바다의 구실이 없었다면 농도는 55ppm 가량 더 늘었을 것”이라며 “지금 겪는 것 이상의 기후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농도는 수만년 동안 280ppm 안팎의 균형을 유지해왔으며 이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은 인류 역사에서 근래 200년의 일이다.

바다가 육지의 이산화탄소를 감싸안는 넉넉함을 지녔다 해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 바다는 이미 속병을 앓고 있다. 연구팀은 바다에서 급속히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이온을 제거하는 효과를 낳아 칼슘과 탄산이온에 의존해 살아가는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을 저해하고 산호·조개류의 껍질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닷속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놓인 식물플랑크톤의 생태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년 동안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최대량의 15%에 불과해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90%가 바다에 의해 제거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산화탄소의 방출속도가 제거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결과도 이산화탄소가 생물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강호정 이화여대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8일치)에 낸 논문에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식물에 모두 흡수되지 않고 뿌리를 통해 흘러나와 용존유기탄소(DOC)를 형성함으로써 강의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북반구 추운 지방의 습지에서 대량 발생하는 용존유기탄소의 발생 원인에 대한 의문이 이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육상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재확인된 셈이다.

강 교수는 “생태계가 처리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완충 능력은 제한돼 있다”며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생태계가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도 있지만 이런 주장이 틀렸다는 연구들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