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부끄런 ‘해양 대량투기’

“(80개) 당사국 가운데 오직 한국·일본·필리핀만이 하수 찌꺼기(오니)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해양투기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1972년 체결된 런던협약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 세 나라 가운데 필리핀은 배출량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일본은 99년 전체 하수 찌꺼기의 0.2%인 4천t을 바다에 버렸을 뿐이다. 제대로 된 하수처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 나라 가운데 찌꺼기를 대규모로 바다에 버리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유기물이 풍부한 하수 찌꺼기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보고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92년, 유럽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를 끝으로 98년까지 하수 찌끼의 해양투기를 모두 중단했다. 일본은 절반 가까운 하수찌끼를 건설자재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매립하거나 퇴비로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악취와 침출수가 난다는 이유로 하수 찌꺼기 매립에 대한 민원이 심해지자 정부가 97년 육상매립 금지방침을 밝혔고, 값싸고 손쉬운 대안으로 해양투기가 주요 처분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런던협약의 구체적인 규제안을 담은 ‘1996 의정서’는 내년 중에 발효될 것으로 협약 사무국은 예상하고 있다. 의정서가 하수 찌꺼기 투기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엄격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 의정서는 다른 대안이 없을 때만 해양투기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해양투기를 대신할 뚜렷한 처분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배재근 서울산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니의 독성 정도와 지역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니 처리시설 건설에 3년은 걸려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 등 협약 발효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한 단계다. 김미화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부처 사이 떠넘기기로 세월을 보내다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국내외 여론 압박을 무시하고 해양투기를 계속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