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더미에 바다 골병든다


 

아연·납·크롬 등 고농도
값싼 처리비용에 선호
해산물에 축적 인체 위협

하수처리장 등에서 해마다 수백만t이 발생해 주로 바다에 버려지는 처리찌꺼기(오니)가 다량의 중금속과 유해물질로 오염돼 해양생물과 장기적으로 인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폐기물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런던협약 개정 의정서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발효될 전망이고, 협약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대규모 해양배출을 하고 있어 오니 재활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바다에 오니를 내다버리는 108개 하수처리장·폐수배출업소·정수처리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분을 제거한 오니 속에서 구리가 바다 밑바닥 생물의 생장을 저해하는 농도보다 5배 가량 높은 486.1ppm 검출됐다. 또 아연이 평균 2016ppm, 크롬 1169ppm, 납 112.3ppm, 카드뮴 4.10ppm, 수은 1.8ppm 등으로 나왔다.

고농도의 중금속은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고 이를 최종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니 속에서는 또 폴리클로로비페닐(피시비), 벤조피렌, 농약 성분인 유기인화합물 등 독성이 크고 분해가 잘 안되는 유해물질도 다수 발견됐다. 연구진이 오니의 생물독성을 실험한 결과 성게가 정상적으로 번식하려면 오니를 최고 79만배의 바닷물로 희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오염도는 일본과 북동대서양 해양환경보호협약 기준에 견주어 배출 업소의 85%가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한편,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32개 하수종말처리장 오니의 중금속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모두 일본 기준을 넘어서 해양배출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에 버려진 오니는 서서히 가라앉아 바닥에 쌓이고 일부는 다시 떠오른다. 오니가 부패하면서 바닷물과 바닥의 산소가 고갈되고, 유해 독성물질이 어패류에 축적되며 병원균이 어류의 질병을 일으키는 등 그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투기해역에 관한 환경영향 조사는 한국해양연구소가 올해 처음 시작했을 뿐이다.

해양투기 폐기물 가운데 특히 육상 직매립을 금지하고 있는 하수처리장 오니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하수오니 243만여t 가운데 73.3%인 178만여t이 해양투기됐다. 상당수 자치단체는 아예 하수오니의 재활용이나 육상처분을 포기해,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광역시와 전북도는 발생량을 모두 바다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자체들이 처분단가가 싼 해양투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해양투기 처분단가는 소각이나 재활용의 절반 수준인 t당 2만6천원 선이다.

해양연구원의 조사책임자인 정창수 박사는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에는 도로변의 중금속이 빗물과 함께 들어오고 일부 공장폐수도 유입돼 독성을 띠게 된다”며 “해양환경과 건강을 위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