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부품 85%를 다시 공장으로

자동차 재활용 현장

-독일 베엠베·폭스바겐 공장을 찾다

라면봉지에서부터 가전제품까지, 폐기물 재활용은 이제 제품생산자의 책임이 됐다. 물건을 만들 때부터 폐기물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이제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자동차 재활용’은 화급한 과제가 됐다. 이들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2년 ‘수명 다한 자동차에 관한 지령’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2002년 7월 이후 생산하는 새차와 2007년부터는 운행하던 모든 차에 대해 제조회사는 무료로 수명 다한 차를 회수해 재활용해야 한다. 재활용률은 2006년까지 80%, 2015년까지는 85%까지 높여야 한다. 또 지난해 7월부터는 납, 카드뮴, 6가크롬, 수은 등 중금속은 자동차에 일절 쓰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돈은 덜 들이면서 재활용률을 높일 것인가. 요즘 자동차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목표다. 자동차 재활용 분야에서 가장 앞선 독일의 자동차회사 베엠베(BMW)와 폴크스바겐을 찾아 재활용 현장을 둘러봤다.

먼저 에어백부터 “뻥”

뮌헨 교외 운터슐라이쉬하임에 자리잡은 베엠베의 ‘재활용 및 해체 센터’(RDC)는 해마다 약 1800대의 자동차를 처리하는 공인된 폐차장이자 자동차 재활용에 관한 세계적 연구개발과 훈련 센터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이 센터 마당에는 아직 쓸 만해 보이는 고급차들이 줄지어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기록지를 붙이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차를 만들 때 고객의 주문에 따라 개별 제작하듯이 폐차 때도 모델과 상태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체된다.

첫 공정은 에어백을 터뜨리는 일이다. 안전문제 때문에 재이용은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점점 쓰기에 편하지만 재활용은 불편한 쪽으로 진화했다. 60년대만 해도 차 무게의 2%이던 플라스틱은 현재 13%에 이른다. 많으면 25가지의 다른 플라스틱이 쓰이기도 한다. 중금속이 들어 있는 각종 전자부품과 에어컨, 에어백이 늘어난 것도 재활용 때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요인이다.

다음 단계는 차에 남아 있는 액체를 제거하는 일이다. 엔진오일, 연료, 냉각수, 세척액, 브레이크오일 등 폐차 한 대에는 약 23ℓ의 각종 액상 폐기물이 남아 있다. 폐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빼내는 것도 기술이다. 이어 엔진을 떼어내 부품생산공장으로 운반하고 금속부품들을 분해한다. 다음엔 유리와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앞유리창은 진공청소기와 절단기로 이뤄진 장치로 1분 만에 말끔히 떼어낸다. 이제 남은 차체는 운반이 쉽도록 압축해 분쇄공장으로 보낸다. 손바닥만하게 분쇄된 차체는 다른 차체를 만드는 공장으로 향한다. 이렇게 알뜰하게 재활용해야 2015년의 재활용률 목표 85%를 맞출 수 있다. 남는 섬유와 유리 찌꺼기 등은 매립된다. 차 한대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찌꺼기는 80ℓ 들이 가정용 쓰레기통 분량 이하여야 한다.

쓰레기 80ℓ넘으면 안돼

폐차과정은 손이 많이 간다. 따라서 재사용과 재활용이 쉽도록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엠베는 사치스런 차의 상징이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비율은 15%에 이른다. BMW 3 시리즈 차종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품의 무게는 1세대(1975~82년) 때 4㎏에 지나지 않았지만 98년 이후 4세대에선 무려 43㎏나 된다. 이 센터 홍보담당자인 귀도 은 “재생부품이라도 품질과 성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환경에 대한 철저한 고려가 고급차라는 명성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지능형 분리기술 등장

함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상용차 공장은 1만5천여명이 일하는 유럽 굴지의 자동차 생산공장이다. 이 회사는 90년부터 자동차의 생산부터 사용, 폐차에 이르는 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는 생애주기평가(LCA)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자동차 재활용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이른바 ‘지능형 분리기술’을 채택해 재활용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금속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고무, 섬유 등 모든 재활용 가능물질을 잘게 부숴 정교하게 분리·회수한다. 분쇄된 조각을 밀도, 모양, 자성, 전기전도도, 투명도 등의 차이를 이용해 세세하게 가려낸다. 바퀴와 차체 사이에 플라스틱 라이닝을 덧대 차도에서 튀어오르는 물과 돌조각으로 인한 손상을 막아 재활용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서 재활용을 향한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회사 공보담당자인 테리 휘트브렛은 “자동차 재활용이 기업에게 ‘행복한 변화’는 아니지만 독일인의 취향에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뮌헨·함부르크/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