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신규건설 중지해야”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지속할지를 깊이 토론한 시민 합의회의에서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원전 반대운동과 무관한 보통 시민들이 내린 이런 결론은, 최근 방사성 폐기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이 논의되고 있는 등 원자력 정책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소장 김동광)는 11일 국민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8일부터 3박4일 동안 국민대에서 연 시민합의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시민패널 보고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원자력과 직접 관계가 없는 20~60대 시민 16명이 참여해 원자력 찬·반 전문가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고, 강의 청취와 질의 응답, 자체 토론 등을 거쳐 마련한 이 보고서에서, 시민들은 “가동 중인 기존 원전을 무조건 중지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원전의 신규 건설을 중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패널 가운데 12명이 원전 신규 건설 중지 의견이었고, 4명은 원전건설을 축소하되 필요하면 국민의 동의를 얻어 추가건설을 허용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현재 정책인 원전 추가 건설을 지지한 참가자는 없었다.

시민들은 원전을 새로 짓지 않는 대안으로 태양·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재원 확보를 비롯해 △전력정책 수립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할 것 △전력소비를 낮추기 위한 철저한 수요관리 △원자력 규제기관의 독립성 확보 △지역분산형 전력시스템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재의 전력정책이 공급 위주로 원자력 의존이 심하고, 정책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이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신재생에너지 개발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시민과학센터는 이 보고서를 이날 국회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 관련 부처, 지속가능 발전위원회 등에 보내 원자력 정책 수립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참여 사회쟁점 논의

시민합의회의란?=과학기술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거리를 보통 시민들이 전문가 질의 응답과 내부 토론을 거쳐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는 참여형 합의틀의 하나다. 1987년 덴마크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최근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한 방안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98년과 99년 유전자 조작 식품, 생명 복제기술 등을 주제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연 바 있고, 지난해엔 서울대에서 스마트카드 도입에 관한 합의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ecothink@hani.co.kr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0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