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결성

환경위기는 이제 더 이상 전 세계적으로 미룰수 없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환경문제를 자세히 들어다보면 자연환경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물질적 양만 생각하는 가치관과 이에 기반한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하여 사람들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이익과 욕구의 문제인 것입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자발적인 가난, 청빈, 그리고 무소유를 기반으로 깨달음과 영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대로 환경운동이 근본적으로 지향해야할 과제인 것입니다. 그동안 갈등과 대립의 상처를 통합과 조화의 사회로 만들어가는데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종교간의 연대와 협력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교단들이 협력하여 '종교환경회의'를 창설하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천주교 환경문화원, 원불교 천지보은회
                                  (공동대표: 김영락 ·수 경  이선종 · 최용록 )
      일시 : 2001년 5월 22일(화) 오후 2:00
      장소 : 조계사 불교회관 1층

      다음과 같은 사업을 전개 할 예정입니다.

      1. 종교 환경단체간의 경험과 정보 교류
      2. 종교간 환경관련 교리 및 의식의 이해와 학습을 위한   정기적인 포럼및 워크샵개최
      3. 전국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의 입장표명 및 공동대응  
      4. 전국 및 지역에서 전국적인 공동의 환경실천
      5. 기타 본 협의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타 사업추진

종교환경회의 참회문(공동)

          우리는 그 동안
          대량파괴를 통해 대량생산을 이루었으며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부추기고,
          대량소비는 대량폐기를 초래했습니다.
          대량폐기는 대량오염을 일으키는 가운데
          생산과 소비, 그리고 파괴와 오염의 고리 속에서
          뭇생명은 소리도 못 지른 채 죽어갔지만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우리는
          말 못하는 짐승과 식물들이 내지르는 침묵의 절규를 듣고도
          짐짓 못 들은 척 외면해왔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살다 간 성자들은 한결같이
          수평선 위로 무심히 흐르는 한 조각의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풀잎까지도 우리 모두가
          생명이라는 하나의 근원에 이어져 서로서로 관계의 그물을 짜고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임을 말해주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타생명의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들에 핀 하얀 민들레
          계곡의 가재, 갯벌에 숨은 조개도
          태어날 때 입고 나온 옷 한 벌이면 충분히 빛나는데…  
          우리는 장롱 가득 옷을 쌓아두고도
          백화점 세일 때마다 새 옷을 사들이고
          아직 쓸만한 물건이라도 신제품이 나오면 서슴없이 바꾸며
          매일 매순간 썩지 않을 쓰레기를 쏟아냈고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지구상에 남아 우리의 삶과 만남을 기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존재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단지 기본적인 생존욕구만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위기상황은 도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자연의 은은한 빛깔과 소리, 담백한 맛을 잃어버렸고
          숲 속의 신선한 공기를 잊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우리가
          골프와 스키를 타며 운동을 즐기는 동안
          토끼와 산새들은 자신들이 거처할 둥지와 굴을 잃었고
          시멘트로 도로를 말끔히 포장하자
          땅 밑에서 움트던 새싹들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시들어버리고
          밀림 속에서는 죄 없는 동물들이
          값비싼 모피를 찾는 사냥꾼의 추격에 쫓기고 있습니다.  
          눈 코 귀 입 그리고 촉감을 위해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지만 만족해할 줄 모르고
          五感의 노예가 되어 감각적 쾌락을 좇은 결과,
          그 동안 좋은 것을 위해
          너무 많은 생명을 희생해왔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합니다.

          우리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강물에 떠오른 물고기와 누렇게 말라죽은 나무들
          봄이 되어도 과수원을 찾지 않는 벌나비
          이들이 사라지면서 관계의 그물코가 줄줄이 풀어지고
          이제는 나자신의 생존까지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의 집인 초록의 지구는
          머지않아 전복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 오늘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고 함부로 저지른
          모든 허물과 어리석음을 아파하며…
          사라져간 수많은 동식물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
          뿌연 하늘과 붉은 빛 바다, 오염된 땅, 망가진 숲 앞에 꿇어 엎드려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희의 큰 탓이옵니다!」 외치며 가슴을 칩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앞으로
          어리석은 마음 버리고 지혜를 닦으며
          저마다의 지고한 가르침과 삶의 진리를 따라
          저 생명이 보전되어야 이생명이 보전될 것임을 마음에 새겨
          거스름 없이 살고자 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01년 5월 22일                          종교환경회의 출범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