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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이야기 홍창의
1984년 12월 영국의 한 농부가 자기 소가 행동이 이상해진 것을 보고 수의사에게 진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소는 7주후에 결국 사망하였다. 그런데 1985년 초에 같은 소 떼 중에서 비슷한 증세를 가진 소들이 나타났다. 1986년 11월에 그것이 "광우병"이라는 새로운 병인 것을 알게 되었다. 1990년 5월에 영국의 농수산 및 식품장관은 광우병이 사람에게는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TV 앞에 나타나 자신이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광우병"이란? 광우병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이러한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뇌 조직을 건강한 양이나 다른 종의 동물 뇌에 주사함으로 써 실험적으로 같은 병을 일으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입으로 먹이는 방법으로는 감염율이 대단히 미약하였다. 자연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스크래피가 전파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광우병의 기원은 소에게 먹이는, 고기와 뼈를 섞은 사료를 만드는 과정이 변경된 1981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보다 전에는 지방과 해로운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고온과 유기화학 약품으로 처리하였는데, 1981년부터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하여 광우병 오염 물질이 증가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광우병은 처음에는 스크래피에 감염된 육골식을 통하여 전파되었을 수도 있으나 1990년대에 광우병이 증가한 것은 감염된 무증상 광우병 소의 고기와 뼈가 섞인 사료를 소에게 먹임으로 써 광우병 병원체의 증폭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프리온병 광우병이 발견되기 이전에도 인간이나 동물에게 광우병과 비슷한 병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병들도 프리온에 의하여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 병들을 전체적으로 '프리온병'(prion disease)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프리온병에 속하는 병으로서 사람에게서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p disease, 이하 CJD라 약함), 쿠루(kuru),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들이 있고, 동물에서는 양, 염소에서 보는 스크래피, 소에서 보는 광우병, 밍크에서 보는 밍크뇌증, 기타 사슴, 고양이, 고라니, 동물원 원숭이 등 여러 동물에서 이와 비슷한 병들을 볼 수 있다. 이들 프리온병의 공통된 특징은 잠복기가 길고 뇌의 공포화 현상이 나타나며, 전염성 질환인데도 염증증상이나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며, 일단 증세가 일어나면 전부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라는 점이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소의 광우병과 비슷하게 인간의 뇌의 해면상 병변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병으로 1920년부터 이미 알려진 병이다. 그러나 이 병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이 병은 인구 100만 명의 하나 정도로 드문 병이고, 걸리는 연령이 50-70세의 노인이고 8개월 정도의 경과를 거쳐서 치매상태가 되면서 죽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별로 주목되지 않았다. 드문 질병이지만 일단 걸리면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어 사망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서운 병이다. 또 쿠루(kuru)라는 병이 옛날 파푸아뉴기니의 동부 고원에 살고 있는 원주민 포레(Fore)족에서 볼 수 있었던 병인데 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부인과 아이들이 애도하는 의미에서 죽은 친척의 뇌 조직을 먹고 또 그것을 피부에 바르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데 1950년대 이후로 이런 습관이 없어지면서부터 이 병은 사라졌다. 쿠루(kuru)라는 말은 이 부족의 말로 "두려워서 떤다"는 뜻인데 이 것은 이병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행동 장애를 묘사한 병명이다. 이 병은 발병한지 2년 내에 다 사망하였다. 성장 호르몬이 부족한 왜소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사해서 치료하는데 현재는 유전자 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성장호르몬을 쓰고 있지만 옛날에는 사람의 시체에서 떼어낸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을 주사한 때가 있었는데 이런 환자가 주사를 맞은 지 10-15년 이상 지난 후에 CJD가 발생한 예들이 있다.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 영국에서는 광우병이 많이 발생하자 혹시 이 병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CJD 연구 위원회를 결성하여 CJD 의 발생동향을 감시하던 중 10명의 새로운 환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환자들은 전에 보았던 CJD 환자와는 증상이나 병리 소견이 다른 점이 많았다. 전에 보던 CJD보다 발병 연령이 젊고 병의 경과가 길고 소견도 차이가 많았다. 그래서 1996년 이 병을 변종(變種)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라고 명명하였다. 이 변종 CJD는 소의 광우병과 발생 시기와 지역이 비슷하였고 동물실험에서 이 두 질환은 거의 동일한 소견을 나타냄으로 이 두 질병은 같은 병원체에 의하여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 광우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1년3월2일 현재 영국에서는 95명의 변종CJD 환자가 보고되었다. 그 중에는 12세의 소녀도 있었다. 그밖에 프랑스 에 3명, 아일랜드에서 1명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비교적 많은 소고기를 영국으로부터 수입한 나라였고 아일랜드 환자는 영국에서 살았다. 소가 광우병에 감염이 되고 나서도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광우병의 증세를 나타내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그런 잠복기에 있는 소는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전염성은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변종CJD 환자가 발생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상과 같이 소의 광우병과 .인간의 변종CJD 사이의 관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광우병에서 배우는
교훈 1. 가축들로 하여금 그들의 본래의 자연식을 먹게 하라. 가축들에게 반추동물의 조직이 들어있는 사료를 먹여서는 안 된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소, 양, 염소 같은 동물들을 가두어 놓고 가축으로 키우면서 순전히 자신들을 위하여 값싼 비용으로 최대한의 고기나 우유를 제공하는 인간의 소유물로 삼아 왔다. 그러기 위하여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도 주고, 반추동물의 조직이 섞인 사료를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반추동물의 조직을 통하여 광우병이 옮겨진 것이다. 사람의 뇌를 먹었던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 포레족에서 쿠루병이 생겼던 것 같이 소에게 같은 동물의 단백질을 먹게 하므로 써 결국 인간이 소를 식인종과 같은 존재로 만든 것이다. 소는 오랜 세월 동안 초장에서 풀을 뜯어먹고 살아 온 동물이다. 인간은 그들에게 본래대로 풀을 먹도록 하는 것이 자연 생태에 맞는 일이다. 영국에서는 1988년 7월부터 모든 가축동물에게 반추동물의 조직이 들어 있는 사료를 먹이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 결과 1992년 이후부터 광우병의 수는 연차적으로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다 2.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 근래에 와서 어떤 동물의 질병이 다른 종족의
동물에게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 졌으며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광우병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소의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광우병이 돌고있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소고기를
마음대로 먹음으로써 많은 사람이 변종CJD에 걸려 사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3. 병든 동물의 단백(특히 뇌, 척수, 눈, 림프조직, 내장 등)을 인간의 식품과의 연결에서 단절시켜야한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평균4-5년) 겉으로 광우병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고기나 소의 사료를 수입하는데 있어서는 광우병이 없는 것이 확인된 나라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는 물론 이런 나라에서 소고기나 사료를 수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은 문제는 없다. 그러나 1994, 95년 영국에서 사료를 수입한 때가 있다고 하므로 2005년경까지는 광우병 소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소의 조직과 관련된 물질이 들어 있는 화장품이나 의약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단 우유나 우유 제품은 먹어도 무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영국의 광우병 파동에서 지적된 사실은 영국정부가 이에 대하여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가축농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일이므로 지연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더 빨리 대처하였더라면 광우병 소와 변종CJD 환자의 발생을 적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여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를 다 놓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광우병이나 변종CJD 환자가 보고된 바가 없지만 영국 및 유럽국가들의 경험을 살려서 만반의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학자, 수의학자)로 하여금 체계적인 연구 기구를 구성하여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항시 이 병의 발생에 대하여 감시하고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축 사료에 대한 엄격한 관리법을 만들어서 가축에게 남은 음식물 등 일체의 동물사료를 먹이지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CJD 및 변종CJD를 지정 전염병으로 추가 개정하므로 써 이 병의 발생 감시와 역학 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앞으로 이 병에 대한 더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된다. (살림(01/4호)에서 전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