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교회(기장 충남 정병길)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남전리
전화: 0459-952-6325 fax 0459-952-3834
주요활동: 도농 직거래

자체소개
우리 남전교회는 10년 전부터 환경문제, 땅의 오염문제, 먹거리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유기 농산물 생산을 위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어린이부가 동네 청소를 하면서 휴지, 빈 병, 농약병, 캔, 비닐 수거도 하고, 동네 부녀회에서는 해마다 헌 신문, 잡지, 병, 비닐 등을 모아서 팔아 기금으로 사용했습니다. 교회 주변 청소를 할 때면 제초제 사용은 하지 않고 일일이 호미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였습니다.저희 교회는 시골에 있는 교회로 약 100명에서 120명쯤 모이는 작은 교회입니다. 교인의 65%이상이 60세 이상이고 70세∼80세의 어르신들이 많아서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주일 대예배 때의 일입니다. 목사님의 설교 후 광고 시간에 "우리교회 김집사님께서는 르망 승용차를 구입하셨다고 하니 모두 축하해 주십시오"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신 어떤 할머니께서는 "누가 늑막염에 걸렸나?"하고 물으신 일도 있었고, 교회에서 일년에 두 번씩 남전노인학교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하는데 "이번 효도관광을 남양유업 공주 공장을 견학가게 되었으니 모두 나오십시오"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 내용을 어르신들께서 "효도관광 점심을 라면(남양)으로 준다"고 오해하셔서 효도관광에 가지 않는다고 안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처럼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는 노인분들게 세제사용을 적게 하라고 말로 하기보다는, 직접 무공해 비누를 만들어 드리고 다른 교회에 판매도 하며, 만드는 방법도 알려 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교회 집사님 몇 분이 목사님을 중심으로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이리제일교회를 비롯해 군산 등 가깝고 접하기 쉬운 교회들과의 거래였습니다. 농산물은 일주일에 한 번 배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가져갔던 농산물을 도로 남겨 오기도 했고, 운반도중 손실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서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직거래 방식을 '계절 직거래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또 유기농 쌀농사를 짓기로 했고, 전교인이 노력했습니다. 윗 논에서 내려오는 농약을 친 물을 피해 다른 수로를 내고 몇 번씩 잡초 제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렁이 농법으로 시작했으나 심한 가뭄으로 우렁이가 죽고 풀만 무성해서 이웃에서 모두 싫어했습니다. 풀씨가 자기네 논에 온다는 거였죠. 주위 몇몇 논은 우리교회 성도님들의 논이어서 모두 유기농으로 지었으나, 대다수 동네분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년, 2년 해를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확은 적었지만 농약 한번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어서 쌀을 생산했다는 기쁨은 컸습니다.
성탄절엔 온 교인이 손수 지은 유기농 쌀로 밥을 하고 떡을 해서 먹었습니다. 우리의 수고가 땅을 살리고 건강을 살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그러나 그런 꿈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던 97년, 논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는지 기억조차 못합니다. 벼멸구를 죽인다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 석유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한 포기 한 포기 씻기는 일을 했는데도 논은 군데군데 폭탄 맞은 것처럼 심각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생각보다는 소출이 많아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IMF를 겪으면서 비싼 유기농 쌀을 찾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반 쌀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니 정말 슬픈 일이었지만 실패도 성공도, 기쁨도 절망도 모두 접어 두고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유기농 쌀농사를 지으면서 우리는 잘될지 안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서울 송암교회와의 계절 직거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장에 내다 파는 가격보다는 좋은 가격으로 팔고 싶은 생산자의 욕구와 싱싱하고 좋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싶은 구매자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시행착오, 웃지 못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농산물이 올라가는 시기와 농산물 값이 내려오는 기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차액을 우리 담당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쪽 교회 목사님, 여신도회 담당자님, 실무진 집사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극진한 사랑이 있어 지금까지 6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좀더 많은 좋은 잡곡을 보내드리기 위해 교회에서 광고하고 밭에 직접 가보고 많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방문도 하였습니다. 또한 양질의 쌀을 보내드리기 위하여 정미소에 부탁을 하고 직접 방아도 찧었습니다. 영하의 실외에서 70이 다된 집사님들과 밤새워 배추를 절여서 보내기를 수없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이 오지 않고, 배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적절한 가격이 아니라고,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을 경시할 때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밭에서 배추를 뽑아 100포기 200포기 세며 허리 한 번 펴지 못할 때 우리는 애꿎은 코만 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설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며 또한 송암교회처럼 웃음으로 용기를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힘을 냈습니다. 우리의 직거래 관계는 사고 파는 관계를 벗어나 사랑과 우정의 관계, 자연을 사랑하는 관계, 하나님이 주신 이 땅을 지키는 이들의 관계였습니다.
우리 열린터(집사님 10여분이 공동 작업하는 사업장)의 농산물은 맛이 참 좋았습니다. 효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지으니 맛과 향이 좋으며 보관도 오래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첫 해(97년) 유기농으로 참외, 오이, 고추, 상추, 쑥갓 등의 품목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참외는 얼마나 달고 맛이 좋은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오이와 고추는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 그냥 씻지 않고도 먹었죠. 군산 생협에서 우리 농산물이 아주 좋다고 하시며 생협 회원에게 판매 알선도 해주었고 많은 농산물을 소비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나 값이 문제였습니다. 유기농산물 마크가 있어 인정된 제품이면 괜찮은데 법적인 절차가 까다로워서 그것도 우리에게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저농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400평짜리 초대형 비닐하우스 2동에서는 올 봄에도 방울 토마토, 오이, 고추가 수확되었습니다.
우리는 또 색다른 일을 9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죽염을 만들어 된장과 간장을 담그는 것입니다. 그 된장과 간장의 맛은 일품입니다. 식이요법이나 수술 후 건강 회복을 위한 분들, 그밖에 자연식품이나 체질 개선을 위한 분들이 많이 찾으십니다. 처음에는 우리들만이라도 건강을 위해서 만들어 먹고 이웃에게 선물하고 나누어 먹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까지 왔습니다. 이제 군과 농협에서도 우리를 위해 힘써 주신 덕분에, 대전 스파피아 호텔과도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생산하기 위해 깨끗하고 예쁘게 공장을 단장했습니다. 우리와 계절 직거래를 하고 있는 교회가 작년엔 3교회로 늘어났고, 개인이나 작은 단체에서도 우리를 계속 밀어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가꾼 콩으로 직접 메주를 만들고, 죽염도 구어 그것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는 쓰레기는 분리해야 하고 농약은 적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또한 물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며 생명을 존귀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합니다. 아직까지도 미비하고 어설프며 이행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달보다는 다음 달이, 올해보다는 다음 해엔 더욱 좋아 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나님이 저희를 사랑하고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며 아끼니까요. 저는 풍요로운 가을을 기대합니다. 설레임으로 기다립니다. 저희의 배추, 무, 잡곡, 쌀이 도시의 어느 곳으로 불려 가기를 기다리며......
저희들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우리와 같은 농촌 교회가 많이 늘어나서 서로 돕고 사는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글쓴이 : 이미자 / 남전교회 집사, 기독교장로회 충남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