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소비생활 
조 용 훈 
(한남대 기독교학과 교수)

환경위기는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과학기술의 발전, 산업경제의 확대, 정치행정의 실패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에는 무제한의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문제가 놓여 있다. 왜냐하면 과학기술과 산업경제는 인간의 물질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방향으로 발전되고 확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물질의 소유와 소비에서만 행복을 찾으려 할 경우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제한된 지구자원은 더 빨리 고갈될 것이며 동시에 오염물질의 배출량도 비례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잘못된 소비행태로 인한 환경문제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것은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다. 편의주의적 가치관에 따른 일회용품의 확산은 막대한 자원낭비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바로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거리다. 주지하듯이 자판기의 종이컵은 20년, 알루미늄캔은 100년, PET병은 100년, 컵라면 스티로폼 용기는 500년이 지나야 자연상태에서 분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1년 한 해동안 우리나라에서 쓰고 버린 일회용 기저귀가 6억개, 종이컵 28억개, 알루미늄 접시 4억개, 카메라 100만개 등 수량으로 치면 매일 4톤 트럭 4천대분이나 된다고 한다. 1991년 발생한 우리나라 쓰레기 중에서 일회용품 쓰레기가 20%나 차지하고, 유원지에서는 절반 가량이 일회용품 쓰레기라고 한다.

유한한 지구는 무한한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환경윤리의 첫 과제는 무한한 인간욕망에 근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비생활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배경에서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가 논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란 지구자원의 유한성과 자연의 정화능력의 한계를 염두에 두는 환경친화적 소비생활을 일컫는다. 지속가능한 소비란 물질을 악마화하여 무조건적인 소비의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이원론적 사고는 기독교 사상과 거리가 멀다. 사실 사람은 일정한 재화의 소비없이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유할 수도 없다. 적당한 소비는 국민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한 소비가 문제삼는 것은 필요 이상의 소비와 사용가치보다 소유가치를 중요시하는 잘못된 소비행태이다.

현대인의 잘못된 소비양태는 다음 몇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 혹은 낭비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분수란 개인이나 국민의 평균소득 수준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과소비란 자신의 소득이나 사회의 평균소득을 넘어서는 과다한 소비를 뜻한다. 둘째,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과시소비가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셋째, 남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모방소비도 있다. 상류계층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끌려 그들이 구매하는 브랜드나 드나드는 백화점, 음식점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도 모방소비의 원인이 된다. 넷째, 판매원의 유혹에 넘어가는 맹종소비가 있다. 다섯째, 무계획적인 즉흥소비가 있다. 여섯째, 자포자기성 실망소비도 있다. 특히 하층계급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자칫 실망소비로 이끌게 된다.

지속가능한 소비란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비판적이며 윤리적인 소비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최소한의 물질소비로 최대한의 삶의 만족을 얻으려는 경제적인 소비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재화나 용역의 사용가치를 소유가치보다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행태를 통해서 우리의 내면은 물질적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국민경제 구조는 건강해지며, 자연환경은 더 잘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이같은 지속가능한 소비생활 즉, 새로운 생활양식을 모색하고 실천하는데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