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과 함께 걸어온, 기독교환경운동 20년
-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역사와 현황 -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획실장

세계 교회가 생태계 문제를 신앙적 관심과 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은 1960년대였다. 그리고 창조신앙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신학적 과제로 삼게 된 것은 1975년 나이로비에서 열렸던 세계교회협의회(WCC) 5차 총회에서였다. 1983년 밴쿠버에서 열린 제 6차 총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 '창조질서의 보전'이라는 실천적 과제가 정해졌고, 1990년에는 우리 나라 서울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의 '정의, 평화와 창조질서의 보전'(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JPIC) 세계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94년에는 진보와 평등성이라는 지구적 가치에다 '삶의 질', 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접목한 '생명신학' 프로그램이 시작하기에 이르른다. 이러한 세계교회들의 움직임은 생태적 관심을 신학적 주제로 다루게 하여 기독교 환경운동을 구체화하는 실천적 배경이 되었다. 사실 1970년대 서남동 교수의 생태학적 신학론의 태동 이후 80년대 후반 들어 신학의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다양한 환경논의들은 기독교 환경운동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독교 내의 환경운동은 1970년대에 크리스챤아카데미나 YMCA가 근대화에 따른 환경파괴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환경문제가 사회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기장여신도회전국연합회 등을 시작으로 교회여성들의 관심과 실천이 서서히 싹을 틔웠다. 그리고 1982년 들어서 비록 사회단체의 형태를 띠기는 했지만 환경운동을 부문운동이 아닌 전체운동으로 펼치게 될 '한국공해문제연구소'(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http://www.greenchrist.org, ☎02-522-8905)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초창기 연구소는 반정부활동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공해문제를 폭로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들을 마련해갔다. '온산공해병'과 '소각장 건설의 문제점',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밝혀내고 사회문제화시킴으로써 사회 전반에 공해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것을 대표적 업적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기독교신앙을 바탕에 둔 실질적인 기독교 환경운동의 시작은 1990년대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시기에 태백, 인천, 광주, 부산 등지에서는 기독환경단체들이 속속 조직되었으며, 운동의 주체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 단체들은 짧지만은 아니했던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경험을 토대로 하였기에 그 운동에 힘이 있었다. 사회 속의 환경운동은 물론이고 교회 속의 신앙적 환경운동도 전개되었다.

특히 1984년에 세계환경의 날(6월 5일)을 기념하면서 6월 첫 주일을 '환경주일'로 정하여 지켜온 것은 교회연합사업에도 한 몫을 하였다. 리우회의 이후 환경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던 1992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각 교단에서는 환경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연합사업으로 환경주일 공동예배자료를 발간하였던 것이다. 이후 각 교단에는 교단적인 차원에서 '환경주일'을 정하고, 지금까지 해마다 환경설교와 기도문, 예배자료 등을 만들어 전국교회로 보급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물질문명에 흠뻑 젖어 있는 삶을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의 삶으로 돌아서게 하는 회개운동인 '생명길 좁은문'운동, 교회가 지역사회의 환경센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녹색살림터' 모델 개발 및 보급, 매일 정오에 1분씩 공동의 환경기도문을 놓고 기도하게 하는 '창조보전을 위한 기도운동', 창조신앙사경회, 환경전도활동 등은 이 시기 적잖은 기독인들이 환경문제를 신앙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신음하는 피조물들을 위해 헌신하는 길을 걷도록 해주었다. 생태적 관점에서 성서를 다시 보면서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학습시킨 '환경통신강좌'와 '단순한 삶을 위한 생활훈련'은 교회와 지역사회 내 선한 청지기를 세울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생태적으로 사고하며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게 하는 기초를 놓았다.

이후 운동은 새로운 변화가 시도된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던 교회의 환경운동이 '환경위원회'를 두는 등 단순한 차원의 실천을 뛰어넘게 된 것이다. 즉 개인뿐 아니라 교회들이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또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1998년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교회의 환경운동과 생명신학의 접목하는 차원에서 제정한 '녹색교회 21'이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그리고 19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연 '녹색교회 21' 교육은 죽어가는 생명, 신음하는 피조물을 돌보아야 할 교회들이 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을 찾게 하였다. 특히 구체화의 첫 단계가 2000년 들어 시작된 '교회를 푸르게' 하는 일이다. 이 운동은 교회가 회색도시에 나무를 심어 푸르름을 회복하고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감싸안게 하였다. 이는 기독인들이 창조신앙을 회복하여 온전한 인간성을 갖게 하여 피조물과 더불어 온전한 구원에 이르도록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일구게 하였다. 또 최근 들어서는 10여 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생명밥상운동'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의 밥상을 살리고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 이 시기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를 중심으로 1998년 이후 매년 실시된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영성', '21세기 생태위기와 인간의 삶', '생태감수성 회복을 위한 교회지도자교육'은 운동의 질적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다. 즉 단순히 이웃으로서의 자연을 사랑하자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독교의 구속적 사랑(아가페)과 함께 그 동안 잊혀졌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도 우주의 신비와 하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창조의 영성을 회복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표로 삼도록 하였다. 또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기독교수도공동체인 '동광원'의 땅을 빌려 운영하는 환경농장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말농장 프로그램들은 땀흘려 농산물을 일구어 먹는 기쁨을 누리며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깨닫게 하는 커다란 베품이 되고 있다.

이 시기, 또 다른 특징은 인적 물적 자원은 물론이고 이미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교회들과, 지역의 운동조직들(8곳: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인천, 전북, 태백, 함양)이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리산 식수댐 건설 반대성명 및 대정부 건의', '영월 동강댐 반대 및 물사랑 서명운동',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회' 개최, '2001 기독인환경선언문' 공동 발표 등은 대표적인 연합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대운동은 핵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 반대,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새만금간척사업 백지화를 위한 활동 등 일반 환경운동 및 종교환경단체와의 연대에로까지 닿아 있다.

현재 기독교 환경운동의 주체는 개인, 지교회, 지역교회연합, 교단, 전문환경단체 등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 실천의 경우 그 동기가 신앙적인 것이든 대응적인 것이든 간에 교회, 기독시민단체, 기독환경단체, 사회단체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수나 힘을 가늠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독교인이 남한 인구의 25%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실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운동을 대중화해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운동의 신앙적인 동기를 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성경공부에 환경교육을 접목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목회자의 관심과 확실한 문제의식을 끌어내는 것도 시급하다. 환경운동은 목회자의 솔선수범 없이는 불가능하다. 매 주일 설교를 통한 영적인 각성과 환경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둘째로 교회 실천의 경우 참여의 폭이나 운동의 내용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한 부서의 실천에 머물거나 지역사회의 문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는 사회적인 면에서 각종 사회단체들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 및 강력한 조직체를 지니고 있어 어떠한 시민환경단체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환경보전운동에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교회들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제적인 열매 또한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환경운동을 보다 더 신앙운동으로 심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환경운동이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운동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 관련된 운동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환경문제는 어느 한 가지 이론이나 처방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자기중심성(개교회주의, 성장제일주의)을 탈피하고 다양한 신학적 모색과 더불어 녹색교회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만약 과거의 틀에 매여 자기 갱신의 기회를 놓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낡은 옛 종교'의 하나로 취급될 지도 모를 일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교회 조직을 환경실천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 그 동안의 경험과 논의를 모아 신학적, 목회적, 예배적, 선교적, 교육적 차원에서의 생태적 대안을 마련하고, 적용가능한 실천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하면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을 존중하고 양육하는 '섬김과 돌봄'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그들이 하나님의 형상을 기억해내고 창조동산의 아름다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죽어가는 세상에 새하늘과 새땅(계 21:1)이라는 하나님의 상급이 주어지리라 믿는다.<끝>

각주1:) '생명길은 좁은문으로!'(마7:14)라는 말씀에 기초하여, 다음 열가지 계명을 정하고 실천운동을 전개하여왔다. 1) 하나님만을 섬기며 청빈하게 산다(마 6:24), 2) 경건한 신앙생활을 한다(딤전 4:7-8), 3) 절제하는 생활을 한다(벧후 1:5-7), 4)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잠 19:17), 5) 남녀가 서로돕고 존중한다(갈 3:28), 6) 자연과 친숙해 진다(사 11:6-9), 7) 작고 단순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마18:3-4), 8) 불편함을 즐기며 부지런한 생활을 한다(잠10:4), 9) 더러움과 친해진다(막 7:15-16), 10) 생명길 좁은문의 전도자가 된다(행 1:8).

2.) 녹색살림터의 기능으로는 중고품, 환경상품, 유기농산물을 보급, 환경교육과 환경감시활동 등이다. 현재까지 광명(이완홍), 대봉(김정일), 연동(이성희사), 평강(허성환), 장안원(민선규), 황지중앙교회(이상진) 등에서 시도되었다.

3.) 정오에 1분씩 기도하도록 하고 매월 기도제목 우송함.

4.)성서묵상, 환경이론, 환경실천의 순서로 구성된 교재를 6개월 동안 우편으로 받아보면서 교육받도록 함. 덕수교회(담임 손인웅)의 경우 170여 구역모임이 주일마다 이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5)) 물질주의에서 해방되기 위한 단순한 삶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1회씩 3박 4일 동안 진행된다.

6) ) 녹색교회21은 생명위기 시대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초대교회의 신앙양식(예배, 친교, 교육, 봉사) 등을 빌어서 표현한 것이다. 그 내용을 압축한 것이 녹색기독인십계명과 녹색교회십계명이다. <녹색기독인십계명> 1) 일회용품을 쓰지 맙시다. 2) 이용합시다. 대중교통. 3) 삼가합시다, 합성세제. 4) 사용합시다, 중고용품. 5) 오늘도 물, 전기를 아껴씁시다. 6) 육식을 줄이고, 음식을 절제합시다. 7) 칠일은 하나님도 쉬셨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게 삽시다. 8) 팔지맙시다, 소비광고에 한눈을. 9) 구합시다, 작고, 단순하고, 불편한 것! 10) 십자가 정신으로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 <녹색교회십계명> 1) 환경주일(6월)을 정하여 지킵시다. 2) 신음하는 피조물을 위해 기도합시다. 3) 하나님의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설교합시다. 4) 창조보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합시다. 5) 환경전담 부서를 둡시다. 6) 환경을 살리는 데 예산을 사용합시다. 7) 불필요한 행사를 줄이고 소비를 절제합시다. 8) 냉난방을 절제합시다. 9) 중고품, 재활용품, 환경상품을 애용합시다. 10) 지역사회, 교회들 간에 환경보전을 위해 연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