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한국교회 환경선언문

신음하는 이 강산 통일과 환경의 희년을 위하여

광복 50년. 희년이 선포된 지금에도 이 민족과 이 강산은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틈바구니에서 갈라져버린 우리민족은 냉전과 이데올오기의 물결에 휩쓸려 동족간에 경쟁심과 적대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경제제일주의로 달려 왔다. 그 결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공해강산으로 변해버렸다. 푸르른 국토의 허리는 잘리우고 젖줄을 이루던 강물은 죽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길이 가는 곳마다 쓰레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희년을 맞아 안식을 누려야 할 이 강산은 안식은 커녕 세계화와 지역개발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유린되고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지켜져야 할 전국의 국립공원조차 골프장, 스키장, 휴양시설이 건설되면서 수십년된 나무들이 베어지고 생태계는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서해안 간척사업으로 해양생태계는 위협당하고 있는데 정부는 인천 앞바다의 굴업도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선정하여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서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노력과 언론 및 환경단체의 대증적인 처방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정권하의 경제지상주의를 답습한 세계화라는 목표아래 계속되는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결국 이 강산과 국민을 다 함께 고통 가운데로 몰아 넣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름아래 자사홍보와 지면경쟁을 일삼는 언론에 대해 국민계도 등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그리고 우리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환경단체에 대한 무한한 격려를 보내면서도, 조직의 확장과 힘 겨루기에서 벗어나 순수한 환경운동으로 나아가길 촉구하는 바이다.

오늘날의 환경파괴는 현대산업문명과 물질주의로 말미암은 필연적인 결과이며 결국 아담으로 부터 유래하는 인간의 탐욕과 교만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심을 통제하고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살아가지 않는 이상 환경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동시에 온 교회와 사회에 통일과 환경의 희년을 위한 나팔을 힘차게 부는 바이다. 모든 만민들아 오직 하나님을 섬기며 청빈하게 살아가자. 피조물을 내 몸 같이 사랑하며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이 강산에 진정한 안식을 누리게 하여 희년의 기쁨과 해방의 노래를 부르게 하자. 그리하여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이 강산에서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1995. 6. 5     한국교회환경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전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환경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