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희년 한국기독교회 환경선언문

                          -신음하는 이 강산, 통일과 환경의 희년을 위하여-

천지를 지으셔서 만물의 근원이 되시는 성부 하나님과 이 세상을 사랑하사 육신을 입고 오신 성자 하나님과 만물을 교통케 하심으로 하나가 되게 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믿는 한국교회는 희년을 맞아 환경선언문을 발표한다. 해방과 분단의 50년이 되는 올해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하여 도약하는 해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을 선포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희년은 땅을 쉬게 하고, 자유를 공포하며, 각각 제 땅을 찾아 돌아가는 해이다.

한반도의 남고 북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여! 해방을 선언하라. 자유케 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이땅에 충만하시어 어느 누구도, 어떤 미물도 억압으로부터 벗어날지어다. 경제제일주의로 인하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상실하고, 자연은 아름다운 모습을 잃버리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으이 구호와 지역개발의 기치 아래 총체적인 생태계 파괴가 가속되고 있다.

1.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이 강산은 모든 생물의 천혜의 보금자리로서 잘 보전하여 먼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할 이 민족의 영원한 터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를 종횡으로 끊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국립공원까지도 훼손하며 골프장, 스키장, 위락시설이 건설됨으로써 생태게는 중병을 앓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제가 본격화 되면서 주민들과 자치단체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이러한 자연훼손은 심화되고 있다. 쏟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2. 인천 앞바다의 룰업도 핵폐기장 건설은 점점 중요한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과 핵정책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립과 핵주권 확보의 명분에 의하여 묵시적인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믿는 정부는 인천 시민과 국민들의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무시하면서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주민의 과반수가 기독교인인 덕적도(굴업도의 어머니섬) 주민들의 헌신적인 반핵운동이 신앙고백적인 운동임을 깨닫고 동참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힘이 지배하는 이 사회 속에서 주님의 요구에 따라 죽음으로 평화를鱁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3. 표면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형태의 환경운동에 대해서 교회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의 자사 홍보사업으 일환으로 벌이는 환경사업은 물론이요 유수 언론기관의 경쟁적 환경사업과 무분별한 사세 확장의 시도는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환경운동은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전환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간단체의 환경운동이 국민 대중에게 환경문제를 일깨우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조직확장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환경파괴는 현대 산업문명과 물질주의로 말미암은 필연적인 결과이며 결국 아담으로부터 유래하는 인간의 탐욕과 교만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심을 통제하고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살아가지 않는 이상 환경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동시에 온 교회와 사회에 통일과 환경의 희년을 위한 나팔을 힘차게 부는 바이다. 모든 만민들아 오직 하나님을 섬기며 청빈하게 살아가자. 피조물을 내 몸과 같이 사랑햐며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이 강산에 진정한 안식을 누리게하여 희년의 기쁨과 해방의 노래를 부르게 하자. 그리하여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이 강산에서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 이 글은 지난 1995년 6월 4일 주일에 동대문교회에서 드려진 '환경주일 연합예배'에서 저희 단체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환경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