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과 친해진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막
7:15∼16) 겨울이면 얼음을 깨고 도랑에서 손으로 빨래를 하던 시대와는 달리, 현대는 상수도와 전자동 세탁기가 보급되어 힘들이지 않고 빨래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더러워도 세탁기로 빨래하고, 심지어 더럽지 않아도 한 번 입은 옷이면 습관적으로 빨래한다. 이렇게 물, 전기, 합성세제가 남용되면서 환경오염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갖가지 편리한 살충제, 소독제, 청정제를 개발하여 손쉽게 벌레를 죽이고, 살균시키고, 세척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서 그 물질들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벌레나 균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해를 끼치게 된 것이다. 바퀴벌레약과 같이 성능이 좋은 살충제는 뒤집어 말하면 '독성이 강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인체에 조금만 들어와도 큰 해를 준다는 뜻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깨끗하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 자신을 해치고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도시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인간은 누추한 집, 소박한 의복, 자연에서 채취한 식료 등으로 살았다. 그러나 지금 도시인들의 삶은 깨끗한 주거환경(먼지 뿐만이 아닌 작은 곤충도 얼씬거리지 못하는)에 화려한 옷과 아주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고, 상품화되면서 더욱 탐스럽고, 먹음직한(?) 흠 없는 채소, 과일 등을 먹으며, 갖가지 세제, 세척제, 약품을 이용한 매우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한 도시 문화의 특징은 깨끗하고 보기 좋고, 상업적이고 인공적이다.
이 문화에 길들여지면 더욱 깨끗해지려고 하고, 더 보기 좋은 것을
추구하고, 더욱 상업적이 되고, 더욱 인공적인 것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도시문화는 결코 환경적이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적이지도 못하다. "더러움과 친해진다"라는 말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것과도 통한다. 결국 인공적인 도시문화를 벗어나서
"자연문화"를 찾자는 것이다. ① 지나친 청결을 지양하자. 요즈음 상점에 가보면 청소, 세척, 세탁을 위한 많은 종류의 상품들이 나와 있다. 예전에는 비누 한 두가지면 세수, 머리감기, 빨래, 청소,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비누 외에도 샴푸, 린스, 합성세제(세탁용, 식기세척용), 락스, 변기청정제, 곰팡이제거제, 살균제 등등 그 종류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일본에는 심지어 사용자가 공중전화, 지하철손잡이 등을 소독하는 "살균 스프레이"까지 나와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이용하면 때를 완전히(?) 벗기고, 균도 완전히 죽일 뿐만 아니라 자동기계를 이용해서 손쉽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 깨끗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는가 라며 감탄할 사람도 많겠지만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수세식변기를 깨끗게 하는 청정제 (물이 파랗게 되는 약)을 사용하면 눈에 보이는 변기에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고 깨끗한 것 같지만 그 화학약품은 정화조로 내려가 그 곳에 있는 미생물을 죽여버림으로서 정화조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결국 하수를 극도로 오염시키고 강물까지 오염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지고 보면 정화가 잘되는 수세식화장실도 엄밀하게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옛날 농촌에서는 분뇨를 중요한 거름으로 이용했었다. 그래서 남의 집에 가서 소변만 보아도 어른들의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다 보니 땅이 산성화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생태학적으로도 원래 동물의 배설물은 분해자(미생물)에 의하여 생산자(식물)에게 영양분으로 공급되고, 식물은 소비자(동물)에게 먹히우게 되어 있다. 즉 분뇨가 생태적인 순환 고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끗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물로 씻어 내고, 결국 강으로 흘려 보냄으로서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똥냄새를 싫어하게 된 현대는 농촌에서 조차도 인분을 거름으로 쓰지 않고 버리고 있다. ② 가정내의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자. 가정에서 쓰이는 화학약품은 너무나도 많다. 세척제, 소독제, 살충제, 청소제 뿐만 아니라 표백제, 접착제, 광택제 등이 있는데, 이런 약품들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지만 집구조물, 가구 기타 집기 등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실내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실내공기를 정기적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나친 청결을 지양하고, 화학약품 대신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한다. 청소용 약품을 잘못 혼합하여 욕조를 청소하던 주부가 사망한 예가 일본에서 있었다. 화학약품을 사용할 때에는 그 성분이 무엇인지 유의해야 한다. ③ 외관으로 사물을 판단하지 말자. 과일이나 야채를 구입할 때 사람들은 크고, 빛깔 좋고, 흠없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비료, 농약, 성장촉진제, 방부제, 살충제 등을 뿌리고 심지어는 방사선을 쪼이기도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된 산업사회속에서는 상품화과정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농촌과 도시가 직거래하며 서로 인격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농산물을 주고 받는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더러움이라는 개념은 물체의 외관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전하면 장애자, 노인, 타인종 문제에까지 확산된다. 사회적으로 소외받기 쉬운 계층에 대해서 불결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면 그들을 차별하게 되고 배척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외관으로 사물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