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의 새로운 의미

                              김규수   전도사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에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불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8)

 

 우리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로 인해 지구는 지금 깊은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대륙의 40% 이상이 사막화되어 버렸고, 오존층 파괴와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 이변의 속출은 이젠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적한 산업 쓰레기 토양의 산성화 계속되는 산성비 등 이루 나열할 수 없는 갖가지 요인들로 인해 하루 평균 백 여종의 동 식물이 멸종해 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지 못한 우리 인간들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그 세상을 인간에게 다스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땅을 정복하라(창 1:28)’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는 이미 자연을 잘 관리하고 지키라는 명령이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시편 104편 기자는 인간의 지위가 다른 생명체바다 겨로 우위에 있지 않고, 동물에게도 인간과 똑 같은 삶의 권리가 있다고 노래합니다. 결국 인간도 자연에 속한 피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자연을 단지 인간을 위한 도구로 오판했고, 이제 그 도구의 수명이 다함에 따라 우리 인간의 생존도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제야 위기를 자각한 인류는 최근 민족, 국가, 종교 및 제반 이념들이 차원을 넘어서서 환경보호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문제점은 산재해 있습니다. 이미 경제 발전을 이룩한 선진국들이야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먹고사는 문제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바로 밥의 독점이 그것입니다. 밥이란 본래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서로 협동해서 만드는 것으로, 공동체적으로 나누어 먹고, 또한 공동체적으로 밥을 만드는 그러한 생명의 집단적이고 통일적인 순환활동의 상징인데, 빈익빈부익부 현상으로 인한 국가적, 개인적 갈등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도 아니요, 또 오늘 내일에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말리아, 에디오피아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다가 서서히 스러져 가는 생명이 한둘이 아닌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영양 과다로 인한 비만 인구들을 위해서 다이어트식품 개발비로 타자되는 예산이 기하학적이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오유들로 가득한 오늘을 살아가는 개개 교회들과 교단에서, 세계의 생명을 위한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현대의 자연과학과 이를 활용한 과학기술은 인류의 장래에 위험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현재 우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적이 방향으로 인류를 몰고 갈 것이라 생각하고 오직 눈앞에 보이는 개인적인 안일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어 가느냐, 아니면 한 층 높은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결정의 열쇠는 어느 특정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작은 능력과 관심을 받쳐 이를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 역사적 시점에 삶을 부여받은 우리 각 개인이 느껴야 할 가장 엄숙하고 중요한 사명의식 입니다.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인류의 장래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것을 방관한다든가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방조하는 것은 현대인이 하나님 앞에 범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죄악임을 우리는 먼저 인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자연의 보전을 둘러싼 갈등에서 오늘날 모든 교회가 결단 앞에 세워져 있으며 공동의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말미암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과 정치적으로 억압받는 사람, 변두리로 밀려난 소외된 사람들,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폭력이 희생자를 위해서 행동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연을 다루고 지상의 원료를 다룰 때 우리는 이들을 살려내고 보살 필 의무가 있으며, 인간이나 자연에 악영향을 직접적으로 주거나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저항해야 합니다. 또,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우리가 먹을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우리의 교회당이나 시설들이 이러한 기본 명제에 따라 운영되고, 교회적 행사에서 이 명제가 고려되며 교회 내에서 우리의 식생활 방식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빈곤 사이의 상관관계가 설명되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의 빈곤과 자연의 파괴에 직면한 우리는 교회로서의 정의로운 세계의 빈곤과 자연의 파괴에 보존을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있어서 예수를 따른다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생명운동을 자신의 몸으로 매개하는 일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생태학적 위기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오늘의 교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삶의 터전으로서 은총으로 주어진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위해 선택되었다는 것, 따라서 오늘 우리에게는 교회 자체의 존폐 여부보다는 생명 공간으로 주어진 이 지구의 존속여부가 더 문제시되고 있다는 것을 열린 마음과 마음으로 긍정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