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은하, 우주

                              손영종 교수

우리의 궁극적인 고향은 우주

우리는 때로 "나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이 넓은 우주 속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문득 문득 하게 된다. 더 넓은 우주를 그토록 아름답게 장식하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우리의 마음 속에는 왜 끊임없는 동경심과 호기심이 생기게 될까? 그것은 우주와 그 속의 별들이 우리가 머나먼 과거에 태어났던, 그리고 우리가 언젠가 궁극적으로 돌아갈 바로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정신, 영혼, 그리고 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들 한다. 사람의 정신과 영혼에 대해서는 우주의 과학적 탐구를 통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바로 우주 속의 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현대과학과 천문우주학의 별과 우주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는 분자,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원자 등의 많은 종류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이러한 여러 원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 원자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도 탄소 원자들을 비롯한 많은 원소들이 있다. 과연 우리의 몸과 지구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원소들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그런데 이러한 원소들은 현재 지구 상에서 자연스럽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물질들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원소들은 우리 지구가 형성될 당시, 그리고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 속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천문우주학자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소들이 형성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별들의 내부임을 알게 되었다. 우주가 처음 형성되었을 때 뜨거웠던 우주에서는 수소와 헬륨이라는 아주 가벼운 원소 밖에 생겨나지 않았다. 이러한 수소와 헬륨이 뭉쳐 처음으로 생겨난 별들은, 별의 내부의 엄청난 온도와 압력에 의해 마치 수소 폭탄이 연속적으로 터지는 것과도 같은 엄청난 수소 핵융합 반응이라는 것이 일어나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핵융합 과정을 통해 탄소와 산소, 그리고 철과 같은 많은 물질들을 스스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일정 기간 모두 거치게 되면 별에서 생겨나는 에너지의 량이 줄어들게 되고 그 때 에너지를 잃은 별들은 자신을 지탱할 힘이 결국은 모자라게 되어 초신성이라고 불리우는 엄청난 별의 폭발로 이어진다.

이전까지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 모든 원소들은 이 폭발과 함께 가스 구름으로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게 된다. 새로운 원소들을 많이 포함하게 된 이러한 가스 구름들은 다시 뭉쳐져 새로운 별들을 만들고, 또 그 별들 내부에서는 더 많은 원소들을 핵융합 과정이라는 것을 통하여 생산해낸다. 바로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어, 보다 많은 원소들을 더 많이 포함하는 가스 구름으로부터 태양과 지구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천문우주학자들은 현재 우주의 나이를 약 120억 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지구와 태양의 나이는 약 45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와 태양은 우주가 형성된 후부터 약 80억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속되어 왔던 수많은 별들의 생성과 폭발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여러 원소들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던 가스 구름으로부터 만들어 진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주는 120억 년 전 처음 형성될 초기로부터 지구와 인간의 탄생을 위해 80억 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 동안 준비해온 셈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소들이 과거의 뜨거운 별에서 만들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태어난 우리의 고향이 바로 우주 속의 별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한편, 천문우주학자들은 태양의 전체 수명을 약 100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태양의 나이가 약 45억 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제 약 55억 년 후 태양도 자신의 에너지를 잃고 폭발하여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이 때는 지구도 엄청난 태양의 폭발과 함께 우주 속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몸을 이루었던 그 모든 물질들도 우주 공간으로 장렬히 퍼져 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별로 태어나 우주의 한 부분을 밝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돌아갈 궁극적인 고향도 바로 저 드넓고 아름다운 우주이며, 우리는 언젠가 아름다운 별이 되어 우주를 밝히게 될 것이다.

우주 속에서 지금의 우리는 다름 아닌 별 먼지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단순한 별 먼지가 아닌, 마치 연어라는 물고기가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듯이, 우리의 궁극적 고향인 우주의 기원을 끊임없이 이해하려 노력하는 생각하는 별 먼지인 것이다. 우리는 얼핏 길어야 100년 정도의 사람의 짧은 수명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는 우리를 오늘 이 순간, 이 땅에 보내기 위해 80억 년 동안 수많은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준비해왔고, 또 먼훗날 우리를 다시 맞이할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모두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km 이며, 이보다 더 빠른 속도의 움직임이 자연계에는 없다." 언뜻 들으면 아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러한 사실은 현재까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하고 정확한 진리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빛의 속도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출발한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오늘 이 순간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나 천체를 관측한다면, 그 별을 떠난 빛은 우리에게 올 때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시간적으로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빛 여행 시간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봅시다. 태양은 우리로부터 약 1억 5천 만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태양 빛은 약 8분 전에 출발한 것이다. 태양이외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로서, 빛의 속도로 약 4년이 걸려야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이 별을 관측한다면 4년 전의 이 별을 모습을 보는 것이지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아주 멀리 있는 천체들을 관측한다는 것은 바로 우주의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어려움이 뒤따른다. 천체들의 거리가 우리로 부터 멀어질수록 그 밝기가 급격히 희미하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천체들을 직접 보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천문우주학자들은 보다 크고 정밀한 망원경을 만들어 아주 희미한 별빛을 최대한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망원경이 크면 클수록 더 희미한, 즉, 더 멀리 있는 천체를 볼 수 있고 그만큼 더 우주의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바로 망원경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되는 셈인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초대형 망원경들이 세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점차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 북반구에는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높이 약 4200m)에 지름 10m의 두 대의 켁 망원경, 지름 8.3m 의 수바루 망원경, 지름 8m의 제미니 망원경 등이 있으며, 남반구의 경우에는 칠레의 안데스 산맥에 지름 8m급 이상의 세계의 대형망원경들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천문우주학자들은 지구 대기와 구름의 영향을 피해 우주 공간에 우주망원경을 쏘아올려 과거 우주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관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허블 우주망원경이라는 것인데, 이 망원경은 지름이 2.4m에 불과하지만 지상의 초대형 망원경보다 더욱 선명한 천체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허블 우주망원경은 우리로부터 100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즉 100억년 전 과거의 수많은 은하 영상들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천문우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약 120억 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우주의 모습은 우주가 생긴 이후 20억 년 밖에 안된 시절의 우주의 모습인 셈인 것이다. 이러한 관측들로부터 천문우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은 경상북도 영천시 보현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지름 1.8m 망원경이며, 불행히도 현재로서는 우주망원경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의 노력도 끊임이 없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있는 지름 3.6m 망원경을 비롯한 세계의 대형망원경을 직접 방문하여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초 우주 공간으로 발사될 예정인 자외선 우주망원경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더불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곧 우주 공간의 타임머신인 우주망원경을 보유하는 우주과학 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별의 종류와 일생

우리는 때로 우주를 바라보며 "참으로 아름다운 별들도 많구나,  저 많은 별들을 어떻게 다 헤아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많은 별들이 갖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 피부의 색깔에 따라 백인, 흑인, 황인, 그리고 성에 따라 여자와 남자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몸무게, 키, 그리고 생김새가 완전히 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나이에 따라 아기, 어린이, 청소년, 어른, 노인 등으로 구별되며, 이러한 사실은 태어나서 자라고,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의 일생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별들도 마찬가지이다. 밝기에 따라 밝은 별, 어두운 별, 색깔에 따라 푸른 별, 붉은 별 등 갖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며, 각 별들의 질량이나 크기는 서로가 모두 다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별들 중에는 지금 막 태어난 별, 그리고 한창 젊음을 불태우는 별, 그리고 죽어가는 별, 그리고 죽은 흔적만 보이는 경우 등이 섞여 있어서, 사람의 경우와 똑같이 별들도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가는 일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별들의 수명은 수백만 년으로부터 백억 년 이상에 이르기 때문에 길어야 백년에 불과한 인간의 수명으로 볼 때 우리가 한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별의 삶과 죽음을 모두 볼 수 없을 따름이다.

 별의 밝기 - 별의 밝기는 옛날 그리스시대부터 등급이라는 것으로 나타내져 왔다. 즉 맨눈으로 보아 가장 밝은 별을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나누어 별의 밝기를 구별하였다. 1등급 차이가 날 때마다 밝기는 약 2.51배 차이가 나는데, 따라서 1등급 별은 6등급의 경우보다 5등급 차이, 즉 밝기로는 약 100배(2.51×2.51×2.51×2.51×2.51) 밝은 별이다. 현재는 별의 밝기의 기준을 직녀성, 즉 '베가'라고 불리는 거문고 자리 알파별을 0등급으로 두고 밝기를 비교하여 다른 별의 등급을 나타낸다. 즉 직녀성 보다 2.51배 어두운 별은 1등급 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별의 밝기를 단순히 눈으로 보고 나타내서는 별의 본래의 성질을 표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밝기의 별이라도 가까운 데 있으면 밝게 보일 것이고 먼 곳에 있으면 어둡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문학자들은 별을 32.6광년(10파섹) 에 두었을 때 얼마만큼 밝게 보일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절대등급이라고 한다. 베가의 경우는 절대등급으로 0.5등급이며, 낮 동안 엄청나게 밝게 보이는 태양의 경우 절대등급은 4.8등급에 불과한 보통의 별이다.

 별의 색깔과 온도 - 별들은 밝기 외에 색깔도 다르다. 즉 어떤 별은 푸르게 보이고 어떤 별은 붉게 보인다. 이러한 별의 색깔은 별 표면의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치 촛불의 색깔이 온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별의 표면 온도는 약 3만도에서부터 겨우 3천도 정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데, 온도가 높을 수록 푸르게 보이고 온도가 낮을수록 붉게 보인다. 태양의 경우 표면온도가 약 6천도 정도이고 색깔은 노랗게 보인다.

 별의 일생 - 별은 우주 공간 속에 있는 가스와 먼지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져서 만들어진다. 이 때 별을 만드는 재료의 대부분은 수소인데, 이들이 뭉쳐져 온도가 아주 높게 되어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에너지를 발생시켜 별이 빛나게 된다. 이러한 별을 '주계열별'이라고 부른다. 우리 태양도 주계열별에 해당되며, 이러한 주계열별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00억 년 정도이다. 태양은 현재까지 약 45억 년을 주계열별로 살아왔고 앞으로 약 55억 년 동안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이러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별도 그만큼 커야 하는데 질량이 최소한 태양의 10분의 1 정도 이상이 되면 가능하다. 질량이 이보다 작은 경우에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스스로 에너지를 내지 못하는 행성과 같은 천체로 되어 버리고 만다. 주계열별 단계에서 핵융합이 차츰 진행되어 나가는 동안 수소는 헬륨이라는 원소로 바뀌게 되는데,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가 모두 고갈되면 별은 적색 거성으로 크게 부풀게 된다. 태양이 약 55억년 후 적색 거성이 되면 지금 보다 50배나 더 크게 부풀게 되고 15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후 적색 거성보다 훨씬 큰 적색 초거성의 단계로 급격히 부풀어 오르게 된다. 태양의 경우 지금의 300배 이상 부풀어 오르게 될 것인데, 이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넘어 화성의 궤도 가까이까지 커지게 된다. 이 때면 지구는 뜨거운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결국 모든 것이 녹아버리는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별은 곧 초신성이라는 거대한 폭발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별 바깥부분을 이루는 대부분의 물질은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나가며, 중심부는 아주 급격히 수축하여 밀도와 중력이 엄청나게 큰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을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이 별들도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이라는 일생을 가지고 있다. 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언젠가 그에 딸린 지구와 함께 폭발하여 자신이 태어났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이러한 물질들은 거대한 가스 구름에 합류되어 또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킬 것이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우리에게 반드시 끝이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을 이루는 물질들은 궁극적으로 우주의 별에서 왔고, 언젠가 우주로 돌아가고, 또 새로운 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믿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먼 훗날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인 셈이다.

가족을 이루는 별들

세상에 완전히 혼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제 자매가 모여 한 가족을 이루어 살아간다. 그리고 아파트나 한 동네에 모여 이웃을 이루며 살아가고, 어떤 지역에 모여 주민들이 살아가고, 또한 하나의 나라에 모여 국민들이 살아가고, 궁극적으로 지구라는 하나의 세계에 모여 전 세계인들이 살아간다. 또한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어울려 살아간다. 즉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캄캄한 밤하늘을 영롱히 밝히는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별들이 광막한 우주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은 지구를 비롯한 9개의 행성과 혜성들, 그리고 소행성들을 가족으로 품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실제로 태양과 짝을 이루는 별은 없다(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따라서 지구를 비롯한 태양의 가족들은 실제로 별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별들은 두 개의 별들이 어루러져 짝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러한 별들을 '짝별' 또는 '쌍성'이라고 부른다. 모든 짝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공전을 한다. 짝별들은 때로는 서로가 갖고 있는 물질들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북두칠성의 일곱개 별들 중, 손잡이 쪽 여섯번째 별은 맨눈으로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미자르와 알코르로 이름이 붙여진 두개의 별로 나누어져 보이는 짝별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시력검사에 이 별을 이용하여 두 별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만 군인으로 뽑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별들은 세 개, 네 개 이상 여러 개의 별들로 어우러져 서로 서로 공전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별들을 삼중성, 사중성 또는 다중성이라고 부른다. 수백 개 내지 수천 개의 별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별들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일정한 모양은 이루지않고 한군데 모여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산개(퍼져 있는)성단'이라고 부른다. 겨울철 밤하늘 황소자리에서 플레이아데스 또는 좀생이 별이라고 불리우는,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산개성단을 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수백 개의 별들이 어우러져 모여 있는데, 맑은 날 불빛이 없는 곳에서 맨눈으로 보면 7개의 별을 구분할 수 있어 칠공주 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개성단들은 은하수를 따라 분포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수십만 내지 수백만개의 별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별들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중심부에 많은 별들이 모여 있고 생긴 형태가 공처럼 생겼기 때문에 구상 성단 또는 공꼴 성단이라고 부른다. 산개성단과는 달리 대부분 구상성단들은 은하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며, 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만큼 크기도 매우 커서 지름이 약 50 광년에서 300 광년(광년: 1초당 30만km를 가는 빛의 속도로 1년간 갈 수 있는 거리)이 넘는 것들도 있다. 성단들에 대해 천문우주학자들이 밝혀낸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산개 성단이나 구상 성단들을 이루는 별들은 모두 생일이 꼭 같은 쌍둥이 별들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한 장소에서 동시에 생겨난 것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성단을 구성하는 별들이 포함하고 있는 물질의 특성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이 별들의 수명은 모두 다른데, 별들의 수명은 각각의 질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태양 크기 정도의 별은 수명이 100억 년 정도이며, 이보다 질량이 크면 수명이 더 짧고, 질량이 작으면 수명이 더 길다.

이러한 우주의 별 가족들은 은하라고 부르는 더욱 크고 거대한 집단을 이룬다.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우리도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은하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 은하의 크기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에 이르는데, 우리는 은하의 중심에서 약 2만 6천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이러한 은하가 또 수천억 개 더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주의 크기를 약 150억 광년으로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은하는 단 한 개 밖에 없는데 바로 22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것이다. 즉 북반구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것이다.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별을 만드는 먼지와 가스들도 포함되어 있어 새로운 별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수명을 다한 별들이 폭발하여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은하를 우주의 생태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은하들 또한 수십 개 내지 수만 개가 모여 거대한 가족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것을 '은하단'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우주의 별들도 어떤 형태로든 다른 별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인간의 삶도 누군가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우주의 기본질서인 것 같다.

우주의 팽창과 미래

옛날 사람들은 지구상의 모든 것이 변하여도 우주만큼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70여 년 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힘으로써 사람들의 우주관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멀리있는 은하들의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여, 멀리있는 은하일수록 우리로부터 더 빨리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우주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변화한다는 것을 입증한 인류 역사의 대발견이었다.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팽창하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주의 팽창을 가장 간단히 설명하는 방법은 풍선을 생각하면 된다. 풍선의 표면 여러 곳에 점을 찍고, 풍선의 표면이 우주공간이고 그 위의 점들이 은하들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풍선 위 어느 점에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하자. 풍선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면 이때 모든 점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풍선 위 어느 점에 서 있던지 똑같은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우주의 팽창에서도 모든 곳이 다른 곳으로부터 동시에 멀어지고 있는 것이어서 우주 팽창의 중심은 따로 없고 모든 곳이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얼마나 빨리 멀어지고 있을까? 천문우주학자들은 우주의 크기를 약 120억 광년으로 추정하고 있다(광년 : 빛이 1년 동안 갈 수 있는 거리). 우주의 팽창속도는 추정하는 방법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들은 서로 초속 30km 정도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우리 몸의 크기에 적용해보면 머리끝과 발끝이 100년 동안에 겨우 1백만분의 1cm만큼 멀어지는 작은 속도이다. 물론 '은하와 은하'같이 어마어마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 멀어지는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와질 수도 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우주 속에 있는 우리의 몸이나 주위의 모든 것들도 따라서 팽창하는 것일까? 우주의 팽창은 서서히 넓어지는 강과 같다. 만약 서서히 넓어지는 강물 위로 두 종이배가 따로 흘러간다면 이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커지겠지만, 만약 이 둘을 끈으로 묶어 놓은 경우에는 이들 사이의 거리는 강폭이 늘어나는 것과 관계없이 일정할 것이다. 따라서 태양, 지구 등과 같이 중력으로 묶여 있거나 우리 주변의 물체들 같이 강력한 힘으로 튼튼히 묶여 있는 경우에는 우주의 팽창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사람이 비록 영원히 산다고 할지라도 우주의 팽창에 의해 몸이 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는 현재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주는 영원히 계속 팽창할 것인가? 천문우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수도, 충분히 팽창한 후 다시 수축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 중 어느 것이 옳으냐에 대한 것은 우주 전체에 얼마만한 양의 물질과 에너지가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우주 내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생각할 때 우주의 평균 밀도의 값이 '임계밀도'라는 값보다 작은 경우에는 영원히 팽창하게 되고, 더 클 경우에는 팽창 후 수축하게 된다. 여기서 임계밀도란 1cm3에 수소원자 10개가 들어있는 양에 해당하는데, 이는 공기밀도의 '10억×10억×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밀도이다. 현재까지 천문우주학자들은 여러가지 관측들을 통해 우주의 평균밀도는 이 임계밀도보다 약간 작거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아직 정확한 값을 모르는 상태이다. 다시말해 현재로선 우주가 영원히 팽창만 할 지 팽창 후 수축을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우주가 결국에 다시 수축할 경우 물질들의 평균 온도는 한없이 증가하게 된다. 즉 주변의 모든 물질, 빛 등이 엄청나게 뜨거워지게 된다. 반대로 우주가 팽창만 할 경우는 물질들의 평균 온도는 계속해서 낮아져서 우주의 모든 것들이 식어가게 될 것이다. 아주 먼 훗날 우주는 점점 작아지면서 뜨거운 용광로와 같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더욱 커지고 별 하나 없는 차가운 암흑의 상태로 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때의 인간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외계지성체, 외계인(ET)은 있는가?

별은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우주 공간 속의 천체를 말한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바로 태양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에 딸린 9개의 행성 중 하나이다. 현재 천문학자들에 의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하나의 은하는 약 1000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의 갯수만 해도 약 1000억×1000억 개의 엄청난 숫자이다. 이렇게 수많은 별들 중에 오직 태양이라는 별만이 우리 지구와 같은 생명체을 가진 행성을 가지고 있을까? 외계인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발달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가 외계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즉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을 만나는 방법과, 우리가 직접 외계인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서 만나는 방법이다.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과의 만남 - 우리는 지구상에서 미확인 비행체(UFO) 또는 외계인(ET)들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지구에서 사람들이 외계인이나 UFO를 보았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단순한 일반적인 자연현상이거나 착각에 의한 것들로 판명된 것들이다.

 직접 외계인을 찾아가서 만남 -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들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약 250만 광년, 즉 빛의 속도로 달려도 약 250만 년이 걸리는 그야말로 까마득한 거리에 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웃별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도 약 4광년 떨어져 있는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 탐사선 기술로 약 20만년은 걸려야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따라서 실제로 우리가 우주에 나가서 외계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광활한 우주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지금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약 30여년 전부터 우주탐사선에 인간의 메세지를 실어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내기 시작하였다. 현재 인간의 메세지를 싣고 태양계를 벗어나 머나먼 우주공간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우주탐사선은 4개, 즉 2대의 파이오니어호와 2대의 보이저호이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우주에서 이 탐사선들이 발견되고 이에 실려보낸 우리의 메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가느다란 희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직접적인 우리와 외계인과의 만남은 넓은 바다에 던진 병 속의 쪽지가 누구에겐가 전해지리라는 기대와 같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수만 광년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의 거리를 생각하면 외계인이 자신들이 만든 로켓이나 우주 탐사선을 타고 우리의 주위로 직접 찾아오는 일도 매우 실현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외계인과의 전파 통신을 통한 만남 -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천문학자들은 보다 효율적인 외계인 탐색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바로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외계에서 오는 인공전파 메세지를 찾거나 우리가 우주로 인공전파 메세지를 보내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외계인 탐색 계획을 세티(SETI, 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이라고 부른다. 외계에서 보내오는 인공전파에 대한 탐사는 미국, 러시아, 유럽, 그리고 호주 등 세계 각 나라에서 지난 40여 년간 꾸준히 시도되어 오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또한 인간의 인공전파 신호를 직접 우주에 쏘아 보내기도 한다. 1974년 천문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세계 최대의 직경 300m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3분 동안 외계인을 향한 인간의 전 신문을 보낸 적이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천체를 향해 전파를 발사하려는 계획을 하고있다.

이와 같이 우주로부터 오는 외계의 신호를 포착하고, 우주를 향해 우리의 메세지를 보내는 등 인간의 노력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외계에서 온 인공신호가 포착되었다는 뉴스는 전해오지 않고 있으며, 외계인으로부터 우리의 인공신호를 포착했다는 응답도 깜깜 무소식이다. 즉 아직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아무런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주 속의 다른 생명체와의 만남이 애초부터 허락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이자 세계적인 과학저술가였던 칼 세이건 박사는 "지구밖 문명체를 찾는 일은 계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그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즉 만약 이러한 탐사에서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는 이 광활한 우주가운데 아주 희귀한 지적 생명체임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고, 만약 외계인과의 극적인 교신이 이루어진다면 인류는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우주 속에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 판명되든 그렇지 않든 우주의 새로운 지적 생명체, 즉 외계인에 대한 탐색은 인간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되어나갈 것이다.

[발제자 소개]
손영종: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