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제종길

갯벌은 갯가의 너른 벌판이라는 느낌을 주는 우리말이지만 정작 국어 사전에는 개펄을 표준말로 적고 있는 곳이 많다. 사전에서는 개펄을 '조수간만에 따라 주기적으로 공기 중에 노출을 반복하는 모래·점토질의 평평한 해안의 퇴적지형의 하나로 갯벌이라고도 한다', 또는 '갯가의 진흙이 깔린 벌판. 간조와 만조 차가 큰 해안지형'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갯벌은 개펄이 주는 진흙탕의 느낌을 많이 감소시키고 어감이 더 부드러워서 인지 최근 학계와 일반을 중심으로 그 쓰임이 개펄보다 훨씬 우세해져 용어가 점차 대체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반면에 이전에 많이 쓰였던 일본식 한자어인 간석지(干潟地)는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물론 언론 등에서는 여전히 개펄이 빈번히 쓰이고 있다.

갯벌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이 때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제안하였던 1992년 리우 유엔 환경개발회의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갯벌이라는 주제의 등장은 리우 회의가 조성한 사회적 분위기와 시화호 등 간척사업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 시화호는 당시 시흥군과 화성군 사이에 있던 군자만(또는 시화만)을 통째로 막는 물막이 공사가 1994년에 완공되면서 생긴 간척호이다. 방조제가 생긴 이후 시화호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거론한 환경 문제의 중심 주제 중에 하나였으며, 새만금 간척사업의 논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가 1997년에 습지협약(일명 람사협약)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를 전후하여 습지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이 언론과 환경 관련 단체로부터 자주 제기되었으며,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우리 나라 습지의 절대적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갯벌이 주목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새로워지는 시기였고,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였다. 또한 생물다양성협약과 습지협약 등 자연환경 보전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국제협약에 가입하면서 자연자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1998년에는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을 통해 자연과 환경 가치를 실질적으로 인정하였다. 이전부터 자연보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민간·사회단체들은 바로 1990년대 중반에 이러한 사화환경을 주도하면서 갯벌 보전활동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십 년도 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해안 퇴적물 벌판을 일컫는 용어의 쓰임새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으며, 개발해야 하는 황무지를 최고의 가치를 가진 자연자산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내었던 사회적인 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자연의 가치에 대한 시각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갯벌의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면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곧 간척사업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하였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어쩔 수 없이 갯벌 개발과 보전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이미 방조제 공사가 60% 가량 진행된 상태였던 새만금 간척 사업에서 보전 논리는 사업의 진퇴를 결정할 정도로 높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동안 갯벌을 비롯한 연안습지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민간단체들이 교육과 홍보활동을 활발히 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갯벌의 가치를 입증하려고 외국의 정보를 무리하게 대입하여 개발 주체들로부터 반격을 받긴 하였지만 개발 논리에도 지나치게 모순이 많아 갯벌의 보전 의식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글은 필자가 그 동안 적은 글의 일부를 종합하고 보완한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계속 진행 여부에 대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되었는데, 이 내용은 지역을 바꾸어 생각하면 어느 갯벌에서나 논쟁이 될만한 쟁점들이다. 특히 갯벌 개발에 대해 새롭게 논쟁이 시작될 조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개발 압력이 높은 경기만 해안지역에 대입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류에 관한 내용은 조류학자의 견해를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갯벌의 현황

   갯벌의 종류 - 일반적으로 갯벌은 퇴적물의 조성에 따라 구분한다. 퇴적물 입자가 고운 점토나 실트 등 펄이 우세하면 '펄 갯벌(mud flat)'이라 하고, 상대적으로 입자가 굵은 모래성분이 많은 갯벌을 '모래 갯벌(sand flat)'이라 한다. 그리고 두 종류의 갯벌들이 한 갯벌에 나타나는 곳을 '혼합갯벌'이라 한다. 퇴적물의 조성은 갯벌 주변의 지형과 파랑, 바람의 세기, 해수의 흐름과 관계가 깊은데 흐름이 빠른 수로 주변이나 해변에는 모래가 많은 퇴적되는 반면에 흐름이 완만한 내만이나 강 하구의 후미진 곳에서는 펄이 우세하다. 모래 갯벌은 사람이 걸어다녀도 거의 빠지지 않지만, 펄 갯벌은 다리가 다 빠질 정도로 무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폭이 수㎞나 되는 펄 갯벌에서 일하고 조사하는 것은 대단한 어렵다.

모래갯벌이 있는 곳은 대개 해안의 경사가 상대적으로 급해 갯벌의 폭이 좁다. 그러나 펄 갯벌은 경사가 더 완만하고 벌판의 폭도 넓어 5㎞가 넘는 곳도 있다. 전형적인 펄 갯벌에는 크고 작은 수로가 있으나 모래갯벌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혼합 갯벌이 나타나는 해안은 내만과 일반 해변이 연결되는 곳에 나타나며 이 경우에도 넓은 갯벌을 형성하기도 한다. 과거 인천 송도갯벌이 혼합 갯벌의 좋은 예이며 안쪽은 펄이 많은 갯벌이나 바깥쪽으로 나갈수록 모래가 우세한 갯벌로 변하였다. 경기만의 해안에는 이런 갯벌이 많았다.

현재 강화도 남단 갯벌은 동검도 주변은 펄 갯벌이나 서쪽으로 갈수록 혼합갯벌 그리고 모래가 많은 갯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계속 진행되는 것은 갯벌과 가까운 곳에 해안선 변화가 빈번하여 지형 변화와 함께 바닷물의 흐름과 세기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크고 작은 수많은 강과 하천들이 있어 다양한 형태의 갯벌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생물상도 풍부하고 매우 다양하다. 생물이 다양하다는 것은 큰 자연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갯벌은 종류에 따라 주변 염습지의 식생과 경관이 달라지게 되는데 내만 갯벌인 경우 갯벌 가장자리에 칠면초, 통통마디, 나문재, 갯개미취, 갈대와 같은 염생식물이 넓게 자라는 식물 군락지가 있다. 하구에 있는 갯벌인 경우에는 갈대밭이 광활하게 발달하는 경우도 많다. 시흥갯벌에서는 전형적인 경기만의 내만갯벌과 염생식물들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으며, 순천만, 강진만, 새만금의 만경강 하구 주변에서는 갈대밭이 있는 전경을 관찰할 수 있다.

모래갯벌에는 염생식물 지대가 없으나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한 사구(砂丘: 모래언덕)가 존재하고, 해당화와 사초류와 같은 해안 사구식물이 나타난다. 그리고 일부 해안, 주로 모래갯벌의 저조선(물이 빠졌을 때의 해수가 있는 곳) 부근에는 거머리말(또는 잘피)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바다 현화식물이 서식하는 곳도 있다. 이곳은 산란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나 빠르게 훼손되고 있어 반드시 보전해야 할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갯벌이 놓여있는 지형과 환경여건이 각양각색의 갯벌로 만들고, 갯벌 나름대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갯벌의 규모 - 우리 나라는 육상면적에 매우 긴 해안선을 가졌으며, 길이가 장장 11,500여 ㎞에 이른다. 갯벌은 육지의 하천 등에서 유입되는 토사와 해안에서 해수 침융물질 등이 침전·퇴적되어 형성되는데 조석간만의 차가 최대 약 10m나 되는 경기만 주변에 대규모로 발달해 있다. 남쪽으로 갈수록 조의 차가 작아져 갯벌의 단위 면적이 좁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여년 간 집중적으로 시행되어 왔던 매립·간척사업으로 인해 굴곡이 심한 자연해안은 점차 단순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1998)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약 2,393㎢의 갯벌이 분포되어 있으며, 이는 국토 면적의 약 2.4%에 해당된다. 서해안에는 전체 면적의 약 83%인 1,980㎢의 갯벌이 분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남해안에 산재되어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인천광역시 포함) 35%, 충남 13%, 전북 5%, 전남 44%, 경남(부산광역시 포함) 3%로서 경기와 전남이 우리 나라 갯벌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갯벌 면적을 1987년의 건설부에서 조사한 면적과 단순히 비교하면 15%가 상실된 것으로 보이나, 최근 10년 간 시행되었던 대형 간척사업으로 상실된 갯벌면적이 810.5㎢ 이상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5% 이상이 갯벌이 상실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1987년의 갯벌 면적이 3,203.5㎢이상일 것으로 추정되었는데도 2,815.4㎢로 발표된 것은 당시 면적을 산정하면서 이용한 인공위성 영상자료 및 분석기법 등의 한계성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393㎢라는 규모도 해도를 이용하여 측정한 것으로 정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갯벌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항공사진 등을 이용하여 보다 정확한 갯벌의 면적 산정이 필요하다.

갯벌 자연의 가치

  자연가치의 정의 - 자연 가치라 함은 자연 생태계 내의 생물들의 가치 또는 생태계의 기능이 갖는 가치를 말한다. 이를 생물다양성의 크기로 보는 시각과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기능의 크기로 인식하는 약간 다른 시각이 학계에 존재한다. 생태계 기능은 궁극적으로 생물들의 조성과 역할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쪽 시각이든 접근방법이 다를 뿐 자연을 가치화할 수 있는 실제 내용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은 유전자에서부터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각 생물내외 구조의 모든 단계에서 나타난 변이를 포괄하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는 유전자, 종, 생태계 등 기본적인 세 단계의 다양성을 일컫는다.

- 유전자 다양성(genetic diversity): 동식물과 미생물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정보의 다양성

-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 일정 생태계 또는 서식지 내에 있는 종의 수

- 생태계 다양성(ecosystem diversity): 생물계 또는 생태계 내의 서식지, 생물군집, 생태과정의 다양성

일부 학자들은 이 생물다양성에 생물지리적 다양성을 추가한다.  생물지리적인 구역이 다양하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지역 또는 국가 내에 다양한 생태계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물다양성이 자연자산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습지의 생태적인 기능으로는   물의 순환과 저장,   생물의 생산,   생지화학적인 순환과 저장,   물질의 분해와 분산,   생물의 서식지 - 희귀생물 또는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 등이 있다. 자연의 가치는 기능으로부터 나오나 모든 습지가 같은 기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습지생태계의 기능은 크고 다양하며, 주변의 다른 생태계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 가치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재화가치(또는 시장가치)로 환원할 수 있어야 가치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습지의 자연의 가치를 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생태계 기능(또는 생물다양성)의 내용들은 연구를 통해 재화가치로 변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연의 보전(또는 보존) 여부는 자연의 지속적인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에서 보전하는데 드는 경비를 제외한 값인 자연 가치의 크기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 즉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서 개발비용을 뺀 순수 이익이 보전으로 생긴 이익과 동일하거나 적으면 보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된다. 실제로 가치를 창출할 때 잠재적인 이용의 가치는 고려되기가 어려우므로 교육을 통해 장래에 대중들의 인식 변화나 과학의 발달로 잠재적인 가치도 실용화할 수 있다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PV[B(SUB) - C(SUB)]= PV[B(DEV) - C(DEV)]'
또는 'PV[B(SUB) - C(SUB)]- PV[B(DEV) - C(DEV)]> 0 '일 때
보전을 결정할 수 있음.
PV: 현재의 시장가치, B: 이익, C: 경비, SUB: 지속적인 이용, DEV: 개발

 갯벌의 가치에 대한 오해 - 국내에서 갯벌의 가치에 대한 논쟁은 보존주의자들에 의해 갯벌의 가치를 크게 하는 쪽으로 발전해왔고, 개발론자의 반론은 이전의 개발 지상주의 논리를 바꾸지 않은 체로 전개되어 왔다. 많은 외국 연구사례들을 국내에 바로 인용하는 과정에서 그 쪽의 해안습지가 마치 국내 갯벌의 가치인양 여과 없이 발표하였고, 이로 인하여 보전과 개발을 주창하는 기관들이나 학자들간에 심각한 견해 차이를 나타내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문은 해안 염습지(coastal wetland, 또는 salt marsh, tidal marsh)의 경우를 바로 우리 갯벌(tidal flat)에 대입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동해안의 염습지의 경우에는 지구상에서 식물 생산량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열대 우림보다 생산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산력이 높은 염습지의 값이 특별하게 변환하는 절차 없이 인용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동해안의 염습지인 경우 Spatina 속 (genus)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이 식물은 해마다 육상부가 다시 자라며 성장속도가 빠르고, 밀생하기 때문에 생산력이 매우 높다. 지구상 여러 생태계의 일차생산력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열대우림이 약 2,000g/m2/년인데 비해 해안염습지는 2,400g/m2/년이나 되고, 온대지역의 삼림은 약 1,000g/m2/년이지만 경작지는 약 800g/m2/년 정도에 불과하였다.

또한 Spatina는 국내의 염생식물(갈대, 지체, 칠면초 등)에 비해 물 속에 잠겨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산란장이나 성육장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대서양의 염습지를 우리 갯벌과 일방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갯벌을 생태계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염습지는 갯벌 생태계의 일부이다.  따라서 우리 갯벌 가장자리에 존재하였던 서식밀도가 높은 갈대밭과 염생식물 군락의 생물생산력을 파악하는 것이 이러한 오해의 폭을 좁히는 수단이 된다.

 갯벌 가치의 경제성 - 해안습지(갯벌과 염습지를 포함하는 개념, 습지보전법의 연안습지는 조간대만을 지칭함)에 관한 생태적 가치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에 오덤(Odum) 등의 미국의 생태학자들에 의해 시도되었고, 미국에서도 1970년대 후반에는 보존과 개발지지자들 간에 습지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그 이후 최근까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연구들이 추진되어 가치 추정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방안 개발이 있었다.

1960년대 초 오덤은 농경지에서 최고의 경작방법으로 경작한 것과 습지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는데 그 가치는 300$/acre였다.  이 때 습지는 수산물의 가치만을 나타내었고, 관광이나 다른 생태적인 기능에 따른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에 관광의 가치가 상승하고, 침식의 방지, 오염처리와 관련된 가치들이 등장하면서 그 가치가 20,000$/acre로 급상승하였다. 더 나아가 1970년대에는 오덤과 그 동료들은 해안습지의 가치를 82,000$/acre까지 높게 추정하였다. 이 중에 수산업의 가치는 2,000$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높은 가치에 대해 논리적인 반론이 있었지만, 현재 그 논쟁의 결론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쟁을 통해서 대중들이 해안습지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고, 구체적인 금액보다는 갯벌 또는 습지의 생태적의 기능이나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습지의 가치가 최소한 농경지를 경작하는 것보다는 앞선다고 것은 하나의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논거로 미국은 현재 대규모 습지와 사구의 복원에 나서고 있으며, 이제 복원은 연안 관리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복원은 대부분 습지생태계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것과 특정한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나, 일본은 습지의 정화기능을 중시하여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이시오쿠(Issyoku) 갯벌 조간대를 대상으로 한 정화능력 실험에 의하면, 조간대 10km2에서 약 988kgN/day정도의 정화가 되고, 이를 하수처리 시설과 비교하여 일일 최대 처리수량으로 환산하면 75.8톤이 된다. 한편 미가와만(Mikawa Bay)에 있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조개양식장용 갯벌에 적용하면 갯벌의 조성비가 하수시설 건설비에 비해 1/11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갯벌은 63ha 면적에 1989년 약 1,200톤(2.6억 엔)의 조개가 생산되었는데 갯벌 조성비는 약 5.3억 엔이 들었다. 이시오쿠 식의 계산 방식에 의해 하수처리 시설을 건설한다면 약 77.9억 엔이 든다는 계산에 의한 것이다. 갯벌은 하수처리의 효과뿐만 아니라 조개 생산 수익이라는 부차적인 이익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갯벌의 가치에 대한 고찰 - 갯벌을 비롯한 해안습지는 육지와 해양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완충작용을 하고 생물의 서식지 제공과 환경의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가치에 대해 무시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회적인 시대와 현실이 있었다. 이제 미국의 1970년대와 같은 습지 가치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은 현재 습지를 되찾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따라서 크고 작은 수많은 복원 사례들이 진행되었으며, 강 하구에서는 대규모 복원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온전한 해안습지와 해안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염습지와 해안사구는 대부분 크게 훼손되었고, 그래서 그 전면의 퇴적물 벌판(좁은 의미의 갯벌)만을 갯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염습지는 소규모라도 이미 농경지화 되었거나 구조물들이 들어서 있어 온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생태적 기능을 대체할 수도 없다. 이러한 갯벌을 자연에 가까운 외국의 해안습지(염습지와 갯벌이 함께 있는 온전한 곳)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염습지와 함께 하지 않은 갯벌의 가치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연구사례를 고려하면 자연적인 갯벌이 존재한다면 그 가치는 적어도 농경지보다 클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농경지(특히 논)가 갖는 정화능력은 염습지가 있는 자연갯벌과는 결코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화능력은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생물다양성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같은 단위 면적에서 비교해 보면 논과 수많은 굴과 해수의 왕복 작용 그리고 왕성한 생물의 활동이 있는 갯벌과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정화란 물리적인 여과나 식물에 흡수되는 것만이 아닌 모든 생물의 영양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논은 식용식물인 벼를 길러 사람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데, 논에 정화기능을 지나치게 부가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까지 오염물질이 농축, 환산될 가능성을 내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아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 나라 갯벌의 가치에 대한 오해와 거품이 있었다고 해서 갯벌의 기능이나 가치가 무시할 정도가 결코 아니며, 농경지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과학적인 접근으로도 농경지가 갯벌(특히 염습지를 가진 자연상태의 갯벌) 보다 생태적 가치가 앞선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갯벌의 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다른 논거로서 사회적 동의를 끌어내어야 한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전 갯벌을 매립해야 한다던가, 한편에서 절대농지가 상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지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간척사업과 갯벌보전에 대한 쟁점

간척사업과 갯벌보전에 대한 수많은 쟁점들이 있으나 새만금간척 사업에서 거론되었던 몇 가지 쟁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구갯벌과 수산물 생산 -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의 진행되는 동안에 갯벌을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새만금 간척사업이 마치 갯벌만을 간척하는 사업으로 오인된 것 같다. 실제로는 새만금 사업은 하구와 바다 그리고 갯벌을 간척하는 사업으로 갯벌은 그 일부였다. 그래서 가치를 비교하는데 있어서도 일반 갯벌과 경작지의 비교보다는 하구 또는 하구갯벌과 경작지를 비교하여야 타당하다. 하구 보전의 중요성은 하구를 기술하고 있는 모든 문헌들이 언급하고 있다. 더군다나 만경·동진강 하구는 접경 지역에 있는 한강을 제외하고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형 강의 하구이다.

하구는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유기물이 많고 뚜렷한 환경 구배가 형성되는 곳이어서 다양한 서식공간이 형성된다. 특히 해수와 담수 환경이 교차되는 기수환경을 선호하여 하구에서만 서식하는 종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생물들 중에 일부는 수산가치가 높은 종들(재첩 등)도 있다. 하구는 풍부한 유기물과 적절한 은신처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해양생물들의 산란장으로도 활용된다. 그리고 하구는 퇴적물의 공급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어서, 넓은 하구 갯벌과 염습지가 발달한다. 이러한 하구 습지는 철새들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의 이상적인 서식지가 된다.

하구와 연안은 전체 해양에서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8% 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이곳에서의 수산어획량은 전체 해양 어획량의 50% 가까이 점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가장 생산력이 높다는 용승류 지역에 못지 않은 것이다. 수산업으로나 여가용으로 가치가 있는 수많은 연안 어류와 어패류들은 생활사 가운데 적어도 한번은 하구에 의존을 하여 살아간다. 하구의 산란·성육장으로서의 기능은 미국의 대서양 연안에서 대양의 상업적 어류 자원량 유지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즉 멕시코만에서 어획되는 전체 생산량 중에 하구에 의존하는 종이 90%가 넘는다.  

또한 하구는 중요한 화학·물리적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수변이나 연안 또는 대기로부터 들어오는 영양염을 저장하고, 독성 오염물질을 여과하며, 더러운 물질을 변환시킨다. 이러한 기능은 왕성한 수괴의 움직임에 기인한다. 저층의 퇴적물은 이들의 오염원으로부터 유입되는 수많은 물질들의 저장고이다. 중요한 물리적인 기능들에는 폭풍이나 홍수 등 자연피해를 저감하고 침식되는 육상부를 보완하는 기능이 포함된다. 하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생물적, 화학적, 물리적인 실용 가능한 모든 기능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구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기수환경에만 적응하는 종들이 많으며, 이들 종들은 지리적으로 좁은 공간과 제한된 환경 여건에 적응하는 종들이어서 다른 환경에는 서식하기가 어렵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에 대량으로 서식하는 계화도조개 같은 경우에도 분포지역을 보면 저염환경을 선호하는 종임을 알 수 있다.

수산물 통계(농림수산부, 1988-1996; 해양수산부, 1997-2000)에 따르면 새만금 갯벌이 있는 전북지역의 갯벌에서 대량으로 어획되는 종 중에는 동죽, 백합, 큰죽합 등 조개류가 있으며, 이 종들의 지역 연간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 종들은 하구환경이면서 모래가 적절히 섞여 있는 퇴적상을 선호하며, 비교적 퇴적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들이다.

전라북도의 육지부 해안선은 266.7㎞ (4.2%)로 서해안의 시·도 지역의 해안보다 현저히 짧다(건설교통부, 1996). 그리고 갯벌의 규모도 113.6㎢(5%)로 적은데도 불구하고(해양수산부, 1998), 갯벌에서 생산되는 조개류의 생산은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공사 직전인 1989년의 생산량을 보면 전국 1위를 차지하여 전국 생산량의 28%를 차지하였다. 특히 모래가 우세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조개류가 생산량의 우위가 눈에 띠는데 이는 금강과 만경·동진강 하구의 혜택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동죽, 백합 등 이들 조개의 주 생산지는 강 하구에 위치한 갯벌이며, 아니면 강에서 내려간 모래들로 구성된 해안의 모래갯벌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3∼4종은 전국 생산량을 좌우할 정도이나 최근 1999년 이후에 생산량이 급감하여 전국 4위에 고작 11%를 차지할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새만금 지역으로 불리는 만경강과 동진강하구는 국내 수산물 생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1996년에만 하더라도 백합은 전국 생산량의 65.1%, 동죽은 81.0%, 맛은 48.8%를 차지하였다. 이들 전북 생산량의 대부분이 새만금과 그 인근 지역의 생산량임을 감안하면, 이 하구의 생산성을 짐작할 수 있다. 새만금 갯벌이 간척·매립된다는 것은 이러한 생물의 서식지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다른 형태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기존의 식량자원 공급처를 없앤다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더구나 이와 같은 조개류는 우리 나라 해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종들이었는데, 이들의 대규모 산지(경기도·인천광역시 갯벌)가 같은 시기에 간척 또는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 조개 자원의 급격한 감소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새만금 지역의 수산자원조사에서는 갯벌에서 생산되는 조개류에 대한 조사나 산란장이나 성육장으로서의 기능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농경지와의 단순한 경제성 비교만 이루어졌다(농림수산부, 1988). 마지막 남은 이 대형 하구를 잃으면 당분간 하구생태계와 하구의 기능을 연구할 장이 국내에서는 없어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선진국이라면 전 세계 어느 나라나 하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하구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나라도 이러한 하구의 중요성 때문에 하구 보전전략을 별도로 수립하여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복원까지 하고 있다.

하구는 생태계의 가치에 있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태계임을 여러 문헌들이 나타내고 있다. 비록 입증할 만한 우리 나라의 자료가 없지만 하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자료는 많은 것이다. 네이처(Nature) 지에 나타난 농경지의 가치는 우리 나라 여건과 다른 서구 현실에 적용한 것이라 가치가 축소되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강 하구의 가치이다. 농경지인 경우 경작 작물의 종류와 노동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자연하구의 생태적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구가 갖는 생태적 기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지역(엄밀히 따지면 만경·동진강 하구와 인근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는 모두 158종으로 이 가운데 상당히 많은 종이 이 하구를 이용하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다. 공사 추진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 갯벌을 퇴적물 벌판만 있는 갯벌로 오인을 하고 있으나, 이는 주변 식생대가 간척이나 매립에 의해서 이미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경지도 가치를 논할 때는 가장 좋은 상태를 비교하므로 갯벌도 자연상태의 것과 비교해야 타당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하구의 자연갯벌이 산란장 기능을 가지지 않는다는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  갯벌이 산란장이라고 표현할 때는 갯벌 주변의 염습지와 천해를 포괄하는 해안습지(coastal wetland)라는 의미임을 인식해야 한다. 하구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갯벌의 정화능력 - 새만금 갯벌의 세 개 지역에서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1일 평균 COD 제거율은 1.27㎏/㏊/day이었고, 이와 같은 계산 결과를 이용해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소멸되는 약 20,000㏊의 면적에서 제거될 수 있는 유기물량은 25.4톤으로 계산되었다. 이 유기물 제거량은 1997년 현재 전라북도에서 가동중인 전주와 익산 하수처리장의 COD 제거량인 전주 11.5톤/day와 익산 4.6톤/day를 합친 것보다 높았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이 소멸되면 갯벌이 가진 엄청난 자연 정화효과가 감소되고 적조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새만금사업환경영향공동조사단, 2000).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갯벌에서의 오염 정화기능은 주로 COD, BOD, 총 질소, 총 인의 제거 등으로 평가되어 왔다. 주로 생활하수 등에서 기인하는 유기물 오염에 관한 문제 해결과 주요 제거 기작인 저서생물의 섭식이나 화학적 침전이나 흡착 그리고 미생물의 활동을 통한 제거 효과를 계산하였다. 국내에서 갯벌의 정화기능은 대부분 갯벌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분해능력에 근거한 것이었다.

갯벌의 정화 연구에 대한 방법과 그 결과에 대한 확신성에 대해 연구자가 가지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다른 외국 연구에 비해 적은 양으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COD 기준으로 200㎢(20,000㏊)에서 1일 25톤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수치이다.  이는 동일 연구자가 새만금에서 실험한 경우 미생물에 의한 분해력 (BOD와 비교할 수 있음)이 10.6㎏/㏊/day로 나타났으나,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의 경우 18.3-47.4㎏/㏊/day로 나타내었다(해양수산부, 2000). 이를 전체 갯벌 20,000㏊로 환산하면 1일 366톤-948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새만금 갯벌이 높게 평가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새만금의 같은 장소에서 측정한 질산질소 제거량은 0.86∼1.48㎏N/ha/day로 나타났는데, 네덜란드의 하구갯벌 0.87kgN/ha/day와 일본 히로시마 갯벌의 23∼27kgN/ha/day, 강화도 갯벌의 23∼65kgN/ha/day 등(한국해양연구소, 1999)으로 보아 결코 과장되었다 할 수 없다.  한편 일본의 이시오쿠 갯벌을 대상으로 한 정화능력 실험에 의하면, 갯벌 10㎢에서 약 988kgN/day이라는 정화능력이 나오고, 이를 하수처리 시설과 비교하여 일일 최대 처리수량으로 환산하면 75.8톤이 된다.  

갯벌의 정화 기능의 측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력의 계산은 주로 표층에 분포하는 호기성 박테리아(탈질소화 과정 참여)가 활동한 분해력만을 측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좀 더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혐기성 박테리아의 분해력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혐기성인 황환원 박테리아(SRB, sulfate reduction bacteria)는 유기물 유입이 많은 연안의 퇴적층에서 총 유기물의 분해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황환원 박테리아에 의한 황환원율을 밝혀지면 갯벌의 유기물 분해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식생이 발달하지 않은 퇴적환경에서는 혐기성 호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새로운 갯벌의 생성 - 간척을 하고 나면 방조제 외곽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퇴적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며, 일부는 방조제 앞으로 퇴적되어 갯벌을 생성될 것이라는 것이 개발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새만금 사업인 경우 2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약 600ha 정도의 새로운 갯벌이 생기지만(농어촌연구원, 2000). 그 규모는 간척사업으로 사라지는 갯벌인 20,800ha의 1/30∼1/35에 불과하다. 방조제와 인근해서 퇴적되는 퇴적물은 해수의 움직임이 늦어져 발생하는 현상이니 만큼 상당히 세립질이 될 것이다.

농어촌진흥공사(1999)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방조제 건설에 따른 영향이 먼 곳(적어도 전체 전북해안)까지 미치게 되어 해안에 따라 침식과 퇴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새만금 방조제 남측에 세립질의 퇴적물이 퇴적되어 인근 해수욕장의 기능이 상실될 것이며, 이는 저감이 불가능한 피해라 하였다(새만금사업환경영향공동조사단, 2000). 즉 방조제가 생기고 간척이 되는 곳에만 퇴적환경이 변하는 것이 아니고 간척사업 주변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갯벌의 생성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안정적인 서식환경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흐름이 완만한 지역에 퇴적되는 세립질의 퇴적상에는 유기물이 집적될 확률도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사 이후 방조제 내부뿐만 아니라, 외곽해역에서도 상당기간 동안 불안정한 저서생태계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소수 종의 유용 종들 또는 기회종들이 대량으로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생물생산량이나 다양성의 크기를 높일 것이나, 이후 급격한 감소 양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갯벌의 생성은 지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내륙으로 만입된 내만에서 넓은 펄 갯벌이 발달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갯벌이 새롭게 생긴다고 제시한 천수만, 아산만의 지형을 추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방조제가 주변 지형과 함께 내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화도나 강화도인 경우는 내만이나 하구를 통째로 막은 경우가 아니어서 퇴적물 공급이 차단된 경우는 아니었다. 실제로 강화도 갯벌이 이전보다 더 확대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강화도 갯벌은 오히려 잦은 개발로 인하여 퇴적환경의 불안정하고 때문에 조개 등 유용 수산생물들의 서식밀도가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새만금 방조제와 위치(외곽으로 노출된 형태)와 지형이 비슷한 충남 대호방조제에서는 방조제 이면에 퇴적이 되기보다는 깎여 나가는 침식 정도가 더 크다. 더군다나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부분은 수심이 깊어 단기간에 퇴적물이 퇴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한 예상은 인공위성 자료를 통한 검증으로 입증된 바 있다.

 철새와 갯벌 보전 - 새만금 지역에 있는 하구 갯벌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동성 물새류에게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지역에만 분포하는 희귀종이나 국제 보호조류인 경우에는 이 지역이 더욱 중요하다. 간척이 되면 갯벌 서식지의 소멸로 인한 철새인 도요·물떼새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간척호수에 더 많은 새가 서식하므로 오히려 간척호가 새에게 더 좋은 서식지라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시하고 있다.

생물의 가치는 일방적인 양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성에 기초한다. 간척호수에 오는 철새는 대부분 겨울철에 도래하는 오리류이며, 오리는 주로 수심이 있는 수면에 기착한다. 간척호수는 기존의 서식지인 저수지보다 상대적으로 넓으며 사람들의 간섭이 적은 곳이어서 그 동안 여러 곳에 분산된 개체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이지 간척호수 때문에 새로운 집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조류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간척호수는 만드는 것은 해당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한편 해변을 거닐며 먹이는 찾는 도요·물떼새류는 갯벌과 같이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많으면서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곳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조석의 변화가 없는 담수호에서 서식하기가 어렵다. 도요류나 물떼새류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필요한 물질대사량은 12.6~48.0kcal이며, 그러려면 하루에 40~300kcal는 섭취해야 한다. 이 정도를 섭취하려면 작은 옆새우, 조개, 갯지렁이를 적어도 1,000개체이상을 취식해야 하므로 철새가 도래하는 갯벌에는 충분한 생산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새만금지역인 경우 하구갯벌에서 취식을 하던 보호 수종인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넓적부리도요 등의 서식지이지만 담수호가 되면 이들의 서식지는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특히 넓적부리도요는 새만금지역의 옥구염전 주변 갯벌에서만 개체군이 발견되는 멸종위기종이므로 국제적으로도 보호가 요구되고 있다. 람사협약 보호가 필요한 습지 기준을 물새류의 도래 정도를 볼 때 새만금에 기착하는 주요 물새류는 21종이나 되며, 이 가운데 오리류는 4종에 불과하고, 도요·물떼새류는 14종에 달한다(새만금사업환경영향공동조사단, 2000).

그리고 서해안에 도래하는 철새들은 도래시기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섭금류(도요, 물떼새)와 오리, 기러기류의 도래시기가 다르다. 간척호수인 경우 겨울철새인 오리류, 기러기류가 우점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에 갯벌의 경우 봄, 가을에 통과하는 도요 물떼새가 우점종을 이룬다.  국내에서 관찰되는 약 450여종의 조류중 70%이상이 철새 또는 통과조류이며, 봄과 가을에 통과하는 조류(도요, 물때새류)의 이동시기에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넓적부리도요 등의 멸종위기 조류(도요새)가 시베리아의 번식지에서 호주 이르는 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1999년 환경부의 서해안 7개 지역(새만금지역 포함) 섭금류 조사결과 20,600 개체를 관찰하였으며, 섭금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이 만경강하구 및 동진강 하구의 갯벌이었다. 1996~1997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10,000 개체가 관찰되었으며, 1985년 일본 전국의 춘계 섭금류 관찰개체수(67,000에서 11,700개체)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였다.

조류의 월동서식지는 채식(취식)장소, 휴식 및 피난처, 잠자리의 기능을 하는 핵심적인 서식지가 필요하다. 간척호수에 많은 조류가 관찰되는 것은 좁은 면적에 일시적으로 또는 안전한 피난처로서 간척호수 가운데에서 휴식을 취하는 오리류 및 기러기류가 갯벌에서 서식하는 도요 물떼새에 비해 쉽게 관찰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내륙습지(저수지 포함) 및 강 하구의 서식지가 파괴 또는 서식지 변화, 방해요인 등으로  피난처로서 넓은 면적의 간척호수로 모여드는 경향이 있다.

한 곳에 집중적으로 월동하는 오류, 기러기류 등의 조류 콜레라 의 집단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창오리(멸종위기종)와 같이 전세계 생존집단의 90%이상이 국내에서 월동하는데 천수만과 같은 간척호수에서 일시에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서해안 무인도서에서 번식하고 갯벌지역에서 먹이를 찾는 멸종위기 조류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이 있으며, 이동경로 및 채식지로서 반드시 중간 기착지로 한반도의 서해안 갯벌을 이용한다. 따라서 간척호수에 도래하는 오리류의 개체수만으로 하구 갯벌이 제공하는 철새 도래지의 기능을 대신할 수 없다.

고찰: 인천 갯벌의 보전

일반적으로 갯벌의 간척과 매립은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갯벌 자체를 없애는 것이므로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사라지므로 수산물의 생산지가 없어지는 것과 동시에 갯벌의 다양한 자연기능의 소멸되고, 둘째는 매립에 필요한 토양을 육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므로 육상생태계도 파괴하며, 셋째 갯벌 주변의 어민들은 보상으로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지역공동체와 생활근거가 파괴되고 해안 전통문화가 소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의 개발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갯벌의 매립과 간척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대형 하구나 만을 막는 사업은 1980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화호와 새만금 간척사업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 발생으로 인해 주춤한 상태이지만 아직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이전에 수립된 간척과 매립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현실에 맞게 수정한 상태는 아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 바라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시화호의 교훈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척사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네덜란드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1980년대 대규모 간척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하구나 갯벌의 환경 또는 자원가치가 간척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가치를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사하야만에서 발생한 사건들은(어민들의 데모, 제3자 조사위원회 활동)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진행과정이 시화호, 새만금 사업과 너무나 흡사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사건이 생기기 이전까지는 가장 좋은 모델로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내세워졌기 때문이었다. 방조제 공사 완료 이후,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저서생물 개체수와 종 수 격감, 적조 발생, 김 생산량 크게 감소)을 미쳐 간척사업을 근본적으로 검토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이르렀다. 이젠 일본의 이 간척지도 시화호처럼 배수갑문을 개방하기 위한 조사가 추진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간척사업으로 기대했던 상황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인천이 연하고 있는 경기만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갯벌을 가지고 있었고 한강 하구에 위치했던 관계로 풍성한 수산물 생산되었던 풍요로운 갯벌을 가지고 있었다. 강화도, 영종도, 선재도, 송도, 대부도, 남양만 등 모든 갯벌들이 특색 있는 수산물을 갯벌에서 산출하였었다. 이 일대는 동죽, 가무락조개, 백합, 바지락, 가리맛조개의 최대 산지로 각광받던 때도 있었다. 또한 영흥도, 승봉도, 자월도, 덕적도 등에는 아름다운 모래갯벌이 있어 해수욕장으로 활용되었거나 현재에도 되고 있다. 아직 많은 갯벌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갯벌의 옛 모습을 잃었다. 자연성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인천에서 내세울만한 자연이나 녹지공간은 갯벌이라고 생각한다. 숲이 보이진 않지만 숲 이상으로 기능하는 식물들이 엄청난 밀도로 갯벌에 서식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자 하는 갯벌보호 인천시민헌장을 제정하였으니, 이 지역에서도 갯벌이 보전되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 갯벌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천의 정체성에서 갯벌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다. 최대 조차를 가진 곳으로 수천년 동안 이러한 해안환경으로 인해 해안문화가 발달한 곳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한 대로 갯벌의 자연성을 잃어 가는 만큼 해안 전통문화도 찾아보기가 어려지고 있다.  자연과 전통문화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지 해안의 자연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해안을 개발하여 얻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모든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에 투자해야 할 때이다. 갯벌 보전과 해안생태계 복원은 바로 이러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수도권과 가까워 개발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으므로 주도면밀한 보전과 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즉 연안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한강하구가 가져다주는 혜택과 한강하구와 그 주변 갯벌과 바다의 체계적인 관리는 인천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연자원이 바로 하구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강 하구이므로 이를 잘 관리하고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강 하구는 인천의 의지에 의해서 보전되어 온 것이 아니나 앞으로는 도시의 장래를 위해 관리하여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구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널리 홍보하면서 관리에 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잊고 있던 보물을 다시 한번 살펴 볼 때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 이야기를 생각하며….

[발제자 소개]
 
제종길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안산시 환경자문위원회 위원장이다. 저서로는 '바닷고둥', '해양생물의 세계', '우리의 연안습지', '자연과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