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환경을 위한 불교 기도문
"산과 바다와 갯벌에 생명이
있습니다"
대지혜이시며 대자비이신 부처님!
저희가 한량없는 오랜 겁 지나오면서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 때문에 몸과 말과 뜻으로 그른 길만 찾아다녀 지은 한량없는 모든 악업을 일심으로 참회하옵니다.
저희들은 산과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상생과 평화를 위해 오늘 이 자 리에 모였습니다. 저희들은 인간의 욕심만을 좇아 무자비하게
생명파괴를 일삼아온 과거를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습니다. 일체 생명에 대한 무자비함이 곧 자신에게 돌아올 독화살임을
깨달았습니 다.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가야 할 때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과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불암산,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서울외 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사업과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이러한 반성과 참회의 길을 가로막고
있 습니다. 개발 이익에 눈이 먼 자들이 낡은 시대의 유물인 경제성장의 논리를 껴안고 여전히 개발 과 파괴만이 능사라고 충동질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을 갈라놓고 인간과 인간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반성해야 할 때 반성을 모르고, 살길을 찾아야 할 때
비극적 종말을 향해가는 새만금 간척사업 과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불암산,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사업과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마치 벼랑 끝 나무 가지에 매달린 인간의 모습과도 같습니 다. 세월의 흰쥐가 나무뿌리를 갉아먹는
줄도 모른 채, 곧 천길만길 벼랑 아래로 떨어질 줄도 모 른 채, 그저 나무 가지 끝에서 떨어지는 꿀 몇 방울에 취해 있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인 것입니 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계속되면 갯벌에 서식하고 있는 조개, 백합 등 무수한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 며,
동아시아 철새들은 마지막 보루를 빼앗기고, 지역어민들은 목숨을 부지해갈 터전조차 잃게 됩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국립공원과
수행환경을 파괴하고, 서울북부지역 주민 들의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를 빼앗는 일입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터널 통과를
강행 하면 유전자의 보고인 고층습지가 사막화되고 부산의 정기가 끊어집니다.
대자비 대지혜광명이신 부처님!
진법계
허공계 시방세계 모든 중생들을 저희들이 수순하고 공경함이 바로 부처님을 받들어 섬김 이며, 온갖 사물, 풀과 나무와 산과 강, 갯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부처님의 씨앗을 거두는 일 임을 저희가 믿사오니, 새만금 갯벌과 북한산과 수락산·불암산, 천성산과 금정산 살리기 역시
그 러함입니다. 무위자연의 순수하고, 거짓이 없고, 겸허한 무정설법(無情說法)을 그대로 듣지 못하 고 부처님 법신(法身)을
해하려하는, 우리 중생들의 무명에 쌓인 탐욕심에 지혜의 광명을 비추시 옵소서.
"보살의 동체대비원은 보살이 초발심의 대서원에
따라 자기의 신명을 버림으로서 중생에게 고통 을 여의도록 하고 즐거움을 얻게 하는 것일 뿐 그 외의 다른 이유가 없다"고 가르쳐 주신
부처 님!
산과 바다와 갯벌은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니, 일체중생을 기쁘게 하는 일에서 물러서지 않고자
합니다. 원하옵건대, 지난날을 참회하고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늘의 이 서원을,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 불찰
극미진수 모든 불보살님은 증명하고 가피하옵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불기 2547(2003)년 1월
22일 생명·평화·환경을 위한 범종교인 기도회 동참 불자 대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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