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이치와 소우주로서의 인체 소제목 오행과 쌀(밥)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기(氣)와 미(味)로 나눕니다. 고추나 마늘을 먹었을 때 열이 나는 것은 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고 설사가 나는 것은 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죠. 이것을 기(氣)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味)라는 측면에서는 맛이 짜다, 달다, 맵다 등과 같은 것을 말하는데 쌀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에 있는 음식입니다. 쌀은 어느 음식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한의학의 오행(五行)중에 토(土)에 해당합니다. 또 밥을 지어먹을 때 불(火)을 때지 않습니까? 나무를 때게 되는데 그것이 목(木)입니다. 밥을 지을 때 솥을 이용하죠. 그것이 금(金)이고 그 안에 물이 있잖습니까? 물은 오행 중에 수(水)에 해당합니다. 즉 밥을 지을 때는 오행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나무 불이 아닌 가스 불을 사용하게 됩니다. 라면을 끓여보면 아시겠지만 달걀을 넣으면 그 달걀이 잘 익지 않는 것을 보게 되실 겁니다. 그 이유는 물을 전체적으로 끊여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스 불은 음식 맛을 내게 하는데는 적합하지 못한 것이죠. 한의학에서는 물이 끓는 것을 수(水)와의 교제라고 합니다. 서로 맞닿아서 교제하게 되고 변화가 돼서 모든 사물들이 좋은 것으로 된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압력솥에 압력을 넣어 물을 끓게 하면 순환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오행이 갖춰지지 않은 치우치는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것이죠. 한의학에
'자연'은 있는가 ? 天地, 乾坤, 宇宙, 萬物, 萬有 등. "天地者 萬物之上下也"({素問} [陰陽應象大論]) "天覆地載" 왜 자연이라는 개념이 없는가 ? 자연에 대한 동양적 분석 몸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동양이나 한의학에서는 하나하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말할 때 '화(和)'라는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화목하다'로 풀 수 있지만, '조화롭다'라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지내는 집도 있지만, 옛날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게 아니죠.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 당시는 가부장 사회니까 아버지의 권위와 무게가 좀 있어야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화가 이루어진 것이, 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봤던 겁니다. 이것은 인간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오장육부와의 조화, 또 외부와 내부간의 조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도,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에서도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들이 잘못 이해되어서 동양적인 세계, 한의학적인 세계는 화해와 조화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변화나 변혁에 있어서 투쟁의지를 말살시키는 것으로 오해되어 왔습니다. 물론 잘못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것은 주역체계를 따랐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를테면 남존여비같은 것들이죠. 천(天)은 높은 것이며 고귀한 것이고 지(地)는 낮은 것이며 비참한 것이고, 천(天)은 남자고 지(地)는 여자고, 남자는 세고 여자는 나쁘며 약하고. 그런 식으로 사회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던 점에서는 문제가 상당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남존여비,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가 아니었더라면 당시 사회는 유지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주장한다는 것은 반 사회적이고 사회생산력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페미니즘이 언제 나왔습니까? 여자들이 생산력으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권이 신장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나왔던 겁니다. 항상 어떤 이데올로기라든가 주의 혹은 주장은 당시의 사회적인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인 지에 대해서 지금은 논의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 모를 뿐더러,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도 차이가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전체와 부분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와 분석을 추구했습니다. 전체와 부분을 분리하여 개별에 대한 분석과 실천을 해온 서양적인 근대적인 개념은 동양에서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요? 자연철학 부분에서는 대상을 열린계로 볼 것이냐 닫힌계로 볼 것이냐와 연관될 수도 있습니다. 또 부분과 전체를 통일적이고 유기체적으로 논의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도 얘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지향하는 사회구조를 전제로 할 때 지속성을 갖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내부와 외부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음양과 오행이라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서양의학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풀어가야 할 지 큰 숙제입니다. 질문과 대답 문 : 기(氣)에 대해서 쉽게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 : 철학자들은 에테르, 아톰을 '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에서도 기는 별로 철학적인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이나 공산화된 국가에서는 기를 물질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서양적인 의미에서의 물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라는 것을 딱 정해 놓고 있지 않으니까 편한 점도 있습니다. 하나 가지고 이것저것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경락이라는 것이, 기라는 것이 실재하느냐 하는 것은 서양과학적인 측면에서 제기된 질문입니다. 저는 실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용이 있는 곳에 실재가 있다는 유물론적인 전제하에서 실제로 경락의 실체를 발견했다고 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만, 그것이 반복실험을 통해서 상당부분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하고 러시아에서 엄청난 연구를 했는데 다시 발견하는데 실패를 했습니다. 문 : 생명이라는 개념을 동양학, 한의학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답 : 생명(生命)이란 사람이 땅에서 생겨났는데
자기 명(命)을 하늘에 걸었다는 겁니다. 실로 매달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몸이라는 것은 땅이라는 음(陰)에서 만들어졌는데
그 안에 '명'이 있습니다. 명이라는 것은 하늘의 명령입니다. 그것을
하늘에다 매달았습니다. 천지가 합해져야지 사람의 생명이 태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생명이라고 했을 때는 사실 천지의 기가 합해져서
생겨난 일시적인 산물이라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기의 이합집산(離合集散)에
의해서, 음적인 땅의 기와 양(陽)적인 하늘의 기가 합해져서 사람의
생명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기의 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천지창조라는
말을 기독교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초창기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될 때, 천지라는 말이 자연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 문 : 한의학은 사회를 안정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총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것은 보편적인 원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의학적 사고가 자연과 인간이 잘 조화된다는 측면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 자체로 어떤 초월적인 측면이 있 답 : 원리 없이 이루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Art라는 측면이 한의학을 강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한의학이
철학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과학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한의학입니다. 건축학, 지리학, 식물학
다 깨졌습니다. 한의학이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한의학의
독특한 유기체적인 관점이라든지 열린계적인 사고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한의학이 '기술(技術)'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원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지향점이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하면서 살고 싶은
세상은 엑스레이 사진에 나타나듯이 사는 모습이 아니라 따뜻하고
풍부한 인간적인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원리적인 측면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저런 다양한 측면들의
고민들을 묶어 새로운 구호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조화 속에 '초월'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셨는데요.
한의학에서 신(神)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신이라는 것은 귀신이죠.
귀신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도 되지만 알 수 없는 것이죠. 요즈음
양방 병원에 가보면 '당신 신경성입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신경성이라는 말은 원인불명이라는 말하고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질적인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혹은 소변이나 혈액이나
검사 상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모른다는 것이죠. 한의학에서는
음양불측(陰陽不測)한 것 -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운동을
해 가는데 그것을 가늠할 수도 측량할 수도 없다고 하여 신기하게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신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생명
현상이 발의(발현)되는 그 자체를 신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신명난다' 그러치 않습니까? 그 신명은 '기분이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에 음양의 조화가 극에 달해서 몸도 좋고 마음도
좋다고 하는 것이죠. 마태오리치라는 분은 'God'이라는 개념을
마땅히 대치할 수 있는 개념을 중국에서 못 찾았어요. 그래서 천주라는
개념을 썼다고 하는데 이것은 동양적인 의미와 아주 딱 들어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