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속의 식물 (14)

몰약(沒藥)

최영전

몰약은 유황과 함께 성경에 등장하는 귀한 향료의 하나다. 마 2:11에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귀한 예물을 가지고 별을 따라 아기 예수님이 계신 곳에 이르러 엎드려 경배하고 보배함을 열어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고 하였다. 또 출 30:23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상등 향품을 취하되 액체 몰약 500세겔과 … 성소의 세겔대로 하고 올리브유 1힌을 취하여 그것으로 거룩한 관유를 만들되 향을 제조하는 법대로 향기름을 만들찌니 그것이 거룩한 관유(灌油)가 될찌라"라고 했다. 이 기름은 성별(聖別)하는 기름으로서 회막과 증거궤 등 성소와 기물들을 성결케 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모세가 기름을 발라 거룩하게 하고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할 때에도 쓰였다. 단 일반 백성이 사용하면 죽는다고 경고하고 있는, 아주 귀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오래도록 종교의식에 쓰였다.

몰약이란 어떤 식물인가? 히브리명은 mor, 그리스명은 murra라 한다. 어원은 아랍어의 mur, 즉 '몹시 쓰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 식물은 아라비아,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등 동부아프리카 해안이 원산지로서, 대개는 암석지대나 석회암의 구릉지대에서 자라는 관목(灌木)이다. 굵고 단단한 가지와 가시가 있으며 잎은 3장이 복엽(複葉)을 이루며 열매는 타원형으로 자두처럼 생겼다.

목재와 수피에 강렬한 향기가 있다. 자연적으로 줄기나 가지에서 기름기있는 고무같은 수액방울이 분비된다. 이 수액은 처음에는 말랑하고 흰 색이지만, 땅으로 떨어지면 노랑빛을 띤 갈색으로 변하며 굳어져서 나무진이 된다. 이 나무진을 수집한 것이 상품의 몰약인데, 그 맛이 쓰고 톡 쏘는 자극성이 있으며 향이 매우 짙다. 그래서 쓰다는 뜻의 이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마 27:34과 막 15:23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고자 골고다로 끌고가서 몰약을 탄 포도주를 드렸으나 드시지 않으셨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맛이 얼마나 쓴가가 쓸개 탄 포도주로 표현되어 있다.

몰약은 뜨겁게 하거나 태우면 강렬한 향기를 풍긴다. 이 향기는 악취를 제거해주며, 진통과 방부의 약리작용이 있다고 해서, 옛부터 수렴성 강장제로 사용했다. 예수님이 그 몰약을 탄 포도주를 드셨더라면 진통작용이 있으므로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으실 수 있으셨을텐데,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을 따라, 우리 인류의 고통을 담당해주셨던 것을 생각하면 송구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몰약의 향기는 청정제로도 귀중하게 여겼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다윗과 솔로몬왕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잠 7:17에 "내 침상에는 화문 요와 애굽의 문채있는 이불을 폈고 몰약과 침향과 계피를 뿌렸노라." 또 아 1:13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 품 가운데 몰약 향낭이요." 아 3:6에는 "연기 기둥과도 같고 몰약과 유향과 장사의 여러 가지 향품으로 향기롭게도 하고 거친 들에서 오는 자가 누구인고 이는 솔로몬의 연이라."

몰약은 유태인 종교의식에서만이 아니라, 고대 애굽인도 사원에서 훈제로 피웠고, 태양신의 제단에 매일 정오에 피웠던 향이었다. 또 시체를 방부보존할 때도 향품으로 사용하였다. 요 19:39에서 '니고데모가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100근쯤 가지고 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태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고 한 것으로, 몰약의 방부제 역할을 입증하고 있다.

값비싼 수입품이었던 몰약은 향료뿐 아니라, 치료와 향수로도 높이 평가받았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도 유태인 못지않게 많이 애용했으며, 페루샤(이란)의 역대왕은 왕관 속에 넣어가지고 있었다고 한다(자극성 강장제).

에 2:12엔, 에스더가 아하수에로왕에게 나아가기 전 여자에 대해 정한 규례대로 여섯 달은 몰약 기름을 쓰고 여섯 달은 향품과 여자에게 쓰는 다른 물품을 써서 12개월 동안 몸을 정결하게 하는 기한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몸을 정결하게 하는 화장품이었음도 아울러 알 수 있다.

영국에서는 죠지 3세의 통치시대(1760~1820)까지 몰약이 유향과 함께 왕실의 예배당에서 의식 때에 피운 향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하니, 몰약은 옛부터 근세까지 의식에 귀하게 쓰인 향료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창 33:25에 "한 떼의 이스마엘 족속이 길르앗에서 오는데 그 약대 등에 향품과 유향과 몰약을 싣고 애굽으로 내려가는지라."라고 하였고, 창 43:11에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로 삼을지니"라고 하였다. 이들 대목의 가장 귀한 그 지방의 소산물 중에 끼여 있는 몰약은 어떤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몰약은 myrrh, 즉 히브리어 mor를 말한다. 아라비아, 이티오피아, 소말리아 등지가 원산지인 향료로서 이스라엘에서는 나지 않는 귀한 값비싼 향료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몰약이라고 번역된 lot는 팔레스틴, 시리아산으로서 이스마엘 족속이 길르앗에서 애굽으로 팔러가는(수출) 상품이다. 야곱이 아들들을 구하려고 잃어버린 아들인 요셉이 애굽총리가 된 줄도 모른 채, 그에게 자기 지방 최고의 진귀한 소산물을 진상품(예물)으로 보냈는데, 이 때의 몰약도 진짜 몰약이 아니라 lot이라는 것이다(성서학자들의 주장이다).

히브리어 lot는, 지중해연안 특히 갈멜산에 많이 자라고 있는, 반일화(半日花)과에 속한 Rock Rose의 잎에서 분비되는 나무진의 향료를 말한다. 반일화라고 하는 것은, 꽃이 아침에 피었다가 몇시간이 지나면 곧 시들어 버리기에, 반나절밖에 피지 못한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이 식물은 석회암지대의 주로 암석지대에 스스로 나며, 꽃이 장미(들장미)꽃과 같아서 영명을 Rock Rose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라틴명인 Ladanum로 통용한다.

반일화 속에 반일향 나무진(lot)을 채취하는 것이 몇 종 있는데, 핑크색 꽃이 피는 C. Creticus는 높이 30~50cm의 작은 떨기나무로, 지름 4.5~6cm의 주름이 많은 다섯 꽃잎이 핀다. C. Salviifolius L.는 높이 70~100cm의 관목으로서, 특히 석회질 땅에서 잘 자라며 꽃은 흰빛인 점이 다르다.

공통점은 줄기가 더부룩하게 무더기로 나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꽉 찬다는 것이다. 잎에 거친 털이 있다. 봄에서 여름에 걸쳐, 잎이나 어린가지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나무진을, 가죽으로 만든 갈퀴 모양을 한 도구를 이용하여 수집한다. 이 나무진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는 말랑말랑하게 되므로, 사이프로스섬의 양치기들은 이 잎을 양들이 뜯어먹게 하여, 이 때 양의 턱이나 수염에 붙은 나무진을 빗질하여 채집하기도 한다. 긴털과 거친 털이 잎에 섞여나는 털복숭이 식물이다. 반일화 나무진은 발삼(Balsam: 향유)같은 짙은 향기와 쓴 맛이 있다. 이 나무진을 옛날에는 자극제, 거담제, 장염 등에 쓰는 유용한 약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향료로 쓰인다. 반일화는 꽃의 수명이 짧지만, 매일 새롭게 많은 꽃이 계속해서 피므로, 지금은 관상용으로 개량하여 유럽에서 널리 가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