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忍苦)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