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 5

간 = 정화기

 임낙경

간이 나쁘다는 것은 입이 독을 많이 먹어 수고를 많이 해서 기능이 약한데 해야 할 작업은 많이 쌓여, 병들어 고달프다는 적신호다.

모든 피는 간을 통하여 신장, 심장으로 보내진다. 간이 나빠지면 심장이 약해진다. 무슨 큰 일을 해내면 심장 큰 사람이라 않고, 간이 크다고 한다. 지나치게 이치에 맞지 않는 큰 일을 저지르면 '간뎅이가 부었다'고 하고, 놀라면서는, '간이 콩알만하다'고 한다. '간이 벌렁 벌렁거린다'하고 '간 떨어질 뻔했다'고 한다.

이렇게 간이 심장과 직접 관계가 있고 또 장이 나빠지면 간이 나빠진다. 간을 치료하려면 장을 먼저 고쳐야 한다. 간장 나쁜 데는 쓴 나물이며 짐승 쓸개가 약이다. 어떤 짐승 쓸개도 좋지만 그 중에도 웅담이 좋다. 제약회사에서 웅담은 쓸 수 없고 '웅담 성분'의 간장약이라고 약장사를 한다.

간이 하는 일 없이 쉬게 해야 한다.

우리가 요즘 먹고 있는 음식은 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 배고플 때는 고기를 먹으면 기운이 차려졌는데, 요즘은 고기를 먹으면 더 피곤해진다. 농약에 적신 수입사료에다 각종 약품을 섞어서 먹고 자란 짐승을 사람이 먹는데, 그 독을 다 해독하려니 간이 시달려 피로해지는 것이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진단을 해야 한다. 전날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몸이 더 아프고 덜 아픈가를 알아야 한다. 방광, 신장 나쁜 환자가 진한 골탕(짐승뼈 달인 것)을 먹으면 그 날 내로 소변이 뻑뻑하니 나오고 잠을 설치게 한다. 술은 유산균이 있는 발효식품이다. 술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고, 성경에도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발효된 술과 화학주는 전혀 다르다. 간이 부실한데 화학주를 넣어 주면 간은 그 때부터 철야작업을 해야 한다.

간경화로 배가 부었을 때는 호박을 달여 먹으면 이뇨를 시키면서 독이 빠진다. 신장이 나쁠 때도 호박이 약인데, 많이 먹어야 할 때는 기운도 떨어지니 대추, 밤, 콩, 꿀을 함께 달여 먹어야 한다. 배뿐 아니라 손발이나 얼굴이 부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해독제로서는 잔치집에서 묵을 먹으면 혓바닥에 무엇이 모래알 같이 불어나는 증세는 없고,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 잔치집에 묵이 있는 것은 그날 음식으로 탈나지 말라는 밥상의 조화다.

첫돌 지난 아이가 기어다니면서 아스피린을 몇십 개 주워먹었다. 다 죽어가는데 이때 침 놓으면 안된다. 그러다 죽으면 침놓다 죽였다고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급히 보내니, 집에 가서 20분 기다려보자고 한다. 이때 녹두가루를 먹이니 땀을 흘리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식중독이 걸려 밤새 토하다 보니 물도 넘어가지 않는다. 이때 녹두죽을 끓여 먹으니 통풍이 풀리며 가라앉는다. 어느 집이든 녹두가루를 준비해놓아야 한다. 불려서 죽 끓일 시간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좋은 약을 먹을 때는 녹두를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녹두가 약 성분과 독 성분을 함께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두가 좋다고 너무 자주 먹으면 안된다. 많이 먹으면 허기와 빈혈이 함께 온다.

6.25 전쟁 때 도토리가 3년 동안 많이 열렸다. 피난생활 동안 도토리로 연명하였다. 화약, 폭약 냄새가 계속 나니 참나무는 자기 수명 다한 줄 알고 도토리를 많이 맺었다. 이 때 피난민들은 화약냄새 맡으며 화생방 전쟁 속에 도토리로 살았다. 우리나라는 소나무가 주종인 줄 알고 살았고 애국가도 '남산 위에 소나무'다. 그러나 6.25가 지나고 참나무가 주종이 되었다. 참나무는 공기를 정화시키고 참나무 낙엽은 산성비도 정화시키고 도토리는 중금속을 해독시킨다. 도토리는 영양을 주면서 해독을 시키는데 효과는 크지 않다.

메밀은 도깨비를 달래거나 쫓는다고 해왔다. 병을 도깨비가 가져다준 줄 알았었다. 정신병 중에 힘이 남아 발작을 할 때 요즈음은 무조건 힘을 빼내고 쓰러져 잠만 자도록 정신병원에서 수면제를 과하게 먹인다. 그러니 정신이 멍청해지기만 한다. 옛날에는 메밀을 먹여 몸에 힘이 빠지도록 했다. 메밀 역시 영양분을 뽑아 내고 다혈질 사람을 냉혈로 바꾸어준다.

미나리 또한 해독제로서 좋다. 변질된 생선을 먹고서 식중독에 걸리면 미나리가 좋다. 홍어회는 식중독 걸릴 확률이 제일 많으나, 미나리가 필수조건으로 들어가기에 홍어회 먹고 병났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북어도 해독제로 빼놓을 수가 없다. 북어국을 해장국으로 먹는다. 해장은 풀 해(解) 창자 장(腸)자 쓴다. 창자를 푸는 것이 아니라 간을 푸는 것인데, 창자가 풀리는 줄 알았다. 이때 동태국은 아무 효과가 없다. 말리는 과정에 흰곰팡이가 된 것이 약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있는 대로 다 집어삼켜도 녹일 수 있는 철강 공장이 아니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평생에 나누어 먹을 양이 있는데, 3~40년 안에 술을 다 먹어 치우니 간뎅이가 붓는다. 고기도 나누어서 조금씩 먹어야 할 것을 10년, 20년에 먹어 치우니 애들이 성인병에 걸려 서글픈 신세가 된다. 간뎅이 붓는 짓일랑 하지 말자(시골교회를 섬기고 계신 임낙경 목사님의 '돌파리 잔소리'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