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망에서 성서읽기

레위기
                               
노영상 / 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레위기 6-7장에는 다섯 가지의 제사가 나온다. 번제, 소제, 속죄제, 속건제, 화목제이다. 이에 있어 번제와 소제는 각각 동물과 곡식을 하나님 앞에서 모두 태워버리는 제사이다. 번제와 소제에선 인간을 위해 남기는 곡식과 고기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하나님의 것임을 강조하는 제사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창조자로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하나님께 귀속된다.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다른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구약의 제사는 강조한다. 곡식과 동물들은 먼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만물의 주인도 아니며, 중심도 아니다. 제사를 통해 그러한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을 위해 바쳐지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다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구약의 제사는 나타낸다. 인간은 제사를 통해, 동물들의 생명이 하나님의 것임과 같이, 그들의 생명도 하나님의 것임을 알게 된다. 이제 내가 나의 주인이 아니며, 나의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임을 깨닫게 된다. 자기가 주인이 되어 살았던 삶에서 돌이켜, 하나님 앞에 자신의 생명을 바침을 통해 우리는 다시 거듭 나게 된다. 동물들이 제사를 통해 바쳐질 때, 그 동물들의 생명은 파괴되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 안에서 더욱 온전한 생명으로 화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구약의 제사를 설명하면서, 마치 동물의 피 자체가 우리의 죄를 속하는 것과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사를 통해 동물의 피가 기계적으로 우리의 죄를 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제사의 과정에 의해, 이 세상의 자연물과 우리의 생명까지도 다 하나님의 것임을 알게 된다. 제사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바칠 결단을 하게 된다. 나의 생명, 나의 가진 것, 나의 존재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으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 주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제사를 통해 우리의 과거의 죄를 용서받음과 동시,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을 향한 미래적 결단을 하게 된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주장하시는 하나님, 나의 주인되시는 하나님 안에서 사는 것임을 일깨우는 예식이 구약의 제사이다.

레위기 25장은 희년의 법을 우리에게 말한다. 일곱 번째 되는 해는 안식년으로 땅을 쉬게 할 것을 명한다. 그 해에 자연적으로 난 땅의 소산들도 거두지 말 것을 그 희년법은 명령하고 있다. 안식은 인간과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땅과 식물에게도 해당한다. 우리는 땅을 하나의 착취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땅은 우리를 향해 무한히 줄 수 있으며, 무한히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땅도 궁극적으로 사람의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것임을 이 본문들은 강조한다. 레위기 27장은 여호와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는 것들에 대한 규정에 대해 언급한다. 이 27장에선 동물과 사람뿐 아니라, 땅과 집도 하나님 앞에 구별되어 드리는 것임을 말한다. 물론 우리는 모든 동물을 다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동물의 일부만을 하나님께 드린다 하여, 나머지 것들은 하나님과 상관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물의 일부가 하나님 앞에 대표하여 바쳐짐을 통해, 나머지의 모든 것들도 다 하나님의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동물, 인간뿐 아니라, 집과 땅도 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성경은 말한다. 집도 주님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일부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며,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인류 공동의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레위기는 특히 환경문제에 있어서의 성도의 제사장적 책임을 강조한다. 많은 교회들이 환경문제에서의 성도의 청지기적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동방교회의 신학자들 중에는 환경문제에 있어서의 성도의 제사장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청지기적 책임을 말하는 자들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환경을 돌보고 관리할 책임을 위임받았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제사장적 책임을 강조하는 신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성례전적 고찰을 강조한다. 이 자연물이 하나님께 바쳐짐을 통해 그 자연물들은 주님의 것으로 거룩하게 된다. 구약의 제사는 영어로 'sacrifice'라 한다. 이 단어는 희생제사라는 뜻과 함께 거룩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세상의 자연물이 하나님 앞에 바쳐짐을 통해, 거룩함을 입게 된다. 세속적인 것이 거룩하게 되며, 이 지상의 것이 하늘의 것으로 변화하는 의식이 제사다. 이 땅의 물질에서 하늘의 로고스를 찾게 되며, 육에서 영을 바라보게 된다. 레 19:2은 하나님은 거룩하기에, 우리도 거룩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레위기에서의 거룩은 제사를 통한 거룩이다. 자연물과 우리가 하나님께 바쳐질 때, 이 지상의 것들은 거룩함을 입게 된다. 인간은 그 자연만물 속에 있는 거룩함으로서의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