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산과 관통도로
양재성 /  함양제일교회 목사,함양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실 때는 저마다 고유한 속성을 주어 창조하셨습니다. 만물은 저마다 자기다움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다른 종은 물론 같은 종도 그 개체마다 다 다른 본성을 갖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러기에 소중할 뿐만 아니라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산도 여기에 준합니다. 지리산이 크고 백두산이 높아도 북한산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북한산은 북한산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모든 산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의 조화와 균형과 맞물려 있습니다. 지구의 70%가 물이고 육지의 70%가 산림이랍니다. 이 퍼센트는 하나님의 창조의 섭리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룹니다. 그런데 산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것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림은 인체로 보면 허파와 같습니다. 산림이 줄어들면 숨을 쉴 수가 없고 결국은 모두 죽게 될 것입니다.

"뭇 생명들은 북한산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북한산에 깃들어 사는 뭇 생명의 삶터를 무너뜨릴 권리는 없습니다. 인간이 보기에 미물일망정 모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으며, 섬김과 보은의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공생이 어떤 가치보다 절실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인류는 물론 자연의 유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북한산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위 글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정부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일환인 북한산 사패봉 관통도로건설을 반대한 종교환경단체들의 성명서 내용입니다. 인구팽창으로 도심지 교통란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정부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하였고 북한산을 우회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기에 가장 피해가 적다는 터널을 북한산에 뚫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개발이 향후 어떤 식으로 인간에게 돌아올지를 생각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대안입니다.

북한산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산으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온전히 보전한 수도권의 대표적인 산입니다. 북한산은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주요 암봉 사이로 수십 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이 형성되어 산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내고 있으며, 그 속에 1,3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국시대 이래 과거 2,000년의 역사가 담겨진 북한산성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 문화유적과 100여개의 사찰, 암자가 곳곳에 산재돼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생태, 문화, 역사의 배움의 장입니다. 그 면적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걸쳐 약 2,373만평이며, 산 전체가 도시지역으로 둘러싸여 생태적으로는 '고립된 섬'이지만, 도시지역에 대한 '녹색허파'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500만 명이 다녀가는 등 수도권 이천만 주민들의 자연휴식처입니다.  

북한산이 갖고 있는 지리적 역사적 가치는 지난 1,000년 동안 입증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서울은 이미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서의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녹색신호등으로 표현되는 환경지표 28항목 중 13개가 빨간불이고 6개가 노란불이며 9개가 파란불이라고 녹색연합이 발표했습니다. 이는 평균치임을 감안한다면 서울의 환경지표는 여기에 훨씬 미달합니다. 그나마 북한산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아도 되었지만 북한산마저 개발로 사라진다면 서울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될 것입니다. 아니 북한산은 서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90년 초부터 환경보존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계속 나빠졌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습지의 반이 사라졌고 산림의 넓이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50년간 농지의 3분의 2에서 토양 침식이 일어났으며 민물고기 종의 20%가 멸종 위기에 있습니다. 환경악화는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쳐 암 등 난치병이 늘어나고 생식체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구약에서 산은 신성한 곳으로 하나님을 대면한 곳이며 하나님께 율법을 받은 곳입니다. 이방신을 징벌한 곳도 산이었습니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은 산에 올라가셔서 기도하셨고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그 유명한 산상설교가 이를 입증합니다. 이렇듯 산은 종교적 심성과 깊이 맞물려 있습니다. 예전엔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 하여 기독교인들의 기도처소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언제 어느 때에 가 보아도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렇게 뜨겁게 기도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관계에 있습니다. 이를 생태계라고 합니다. 산림과 인류의 관계는 생존에 절대적입니다. 인간은 산소를 먹고 이산화탄소를 버리며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버립니다. 그러니 나무 한 그루 없이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개발과 발전이란 명목으로 엄청난 삼림이 훼손되었습니다. 또한 나무를 활용한 자재로 지금도 한반도 몇 배만한 크기의 숲이 일년에 사라지고 있답니다. 또한 기후이변으로 인하여 산림이 죽어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작년 내몽골지역에 닥친 강추위가 산림과 초원을 사막으로 만들었습니다. 올해 황사가 심했던 것도 그 영향이랍니다.

인간이 존재하기 오랜 전부터 북한산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산엔 온갖 동물과 식물과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거기에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 북한산은 이미 수도권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북한산이 없어진다면 엄청난 생명의 순환고리가 끊겨 대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산은 하나님의 창조섭리 안에 있습니다. 인간이 마음대로 훼손하는 것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