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마당/ 생태학적 신학자들 - 19

숀 맥도나휴 - 땅의 신학자

이정배 / 부설연구소 소장, 감신대 교수

숀 맥도나휴는 카톨릭 신부로서 오랜 기간 필리핀 원주민들을 위한 선교활동에 몸담아 왔으며 그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 서구세계에 새로운 신학, 곧 땅을 중시하고 사랑하는 새로운 모형의 신학을 요청하고 있다. 이 일을 위하여 지난 수세기 동안 서구교회가 제 3세계 및 자연에 대해 얼마나 불의한 일을 행해 왔었는가를 고발하며 교회자체가 녹색가치를 입고 새롭게 태어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맥도나휴 신부의 책으로 다음 두 권이 분도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땅의 신학(황종렬 역)」, 「교회의 녹화(성찬성 역)」

맥도나휴 신부는 제 3세계 지역에서 사목활동을 하면서 그 곳의 자연 생태계가 기독교, 서구 및 자본주의 이념으로 인해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되어지고 있는지를 눈으로 목도하였다. 열대림이 망가지고, 물이 오염되고, 토양이 침식되면서 필리핀을 위시한 그 땅의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것을 가슴 아프게 지켜 본 사람이었던 것이다. 맥도나휴 신부는 서구 기독교의 생태맹(生態盲)의 원인을 역사 중심적인 그들의 창조해석에서 찾고 있다.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우주의 본성이 새롭게 이해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독교의 창조신학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만이 기독교의 원리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맥도나휴 신부는 새로운 우주론에 상응할 수 있는 기독교전통으로 지금껏 억압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진 신학사상에 주목한다.

프란치스코의 자연신비주의,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비롯하여 지금껏 종교개혁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믿어지는 켈트족의 범신론적 영성에 관심을 갖고 그 전통 속에서 생태적 영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선교경험을 통해 타종교의 정신세계, 그들의 자연관, 생명관에 관심을 갖고 그 토대 위에서 기독교적 생태신학을 수립할 의지를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숀 맥도나휴 신부의 켈트적 영성에 대한 관심은 주목할 만한 것인데 그는 그곳에서 땅의 영성을 너무도 분명하게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무속적 세계와도 같이 켈트적 영성은 나무들과 산들을 영의 거처로 이해하였고, 전 자연세계를 신(神)의 현존처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맥도나휴 신부는 켈트적 영성을 문자 그대로 수용하고자 하는 단순성의 누를 범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가 땅을 중시하는 생태학적 윤리와 영성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켈트적 우주관이나 제 3세계의 종교들이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주저하지 않고 믿는 것이다.

맥도나휴 신부의 공헌은 모든 종교의 핵심은 교리가 아니라 영성으로 보고 있는데 있다. 그는 오늘의 교회가 인간 삶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들을 외면하고 생태맹에 걸려있는 상황을 영성의 결핍에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반복하는 말이지만 오늘날의 열대림 파괴를 우리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불가역적인 악행중의 하나라고 단언하고 그 중심에 기독교가 서 있으며 그 신학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이 악행이 사라질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우리가 하느님 체험을 원하는 것과 지구 공동체내의 모든 피조물들의 안녕을 위해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역설할 수 있었다. 한자어 '영(靈)'을 보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무당이 세 개의 입을 가지고 하늘을 향해 비가 내려 주기를 바라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풀면 땅에서 풀리고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 매이도록 축복 받은 교회가 이 땅위에 생명력을 가져오는 사명을 담당할 수 있을는지 바로 그것을 맥도나휴 신부는 관심하며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성찬과 세례 즉 모든 제의는 이러한 영성을 충만히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인 것이다. 교회가 한자어 '영(靈)'의 의미처럼 영성의 공동체가 되어 이 땅에 생명력을 풍성히 하여 이 땅의 귀중한 자연자원을 손상 없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바, 그것을 위해 맥도나휴 신부는 교회의 녹색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