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3 음식이 약이고 병이다 임낙경 우리 집에서 음식을 많이 가려먹으니 말도 많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냐? 그럼 뭐 먹고 사냐? 남들은 먹어도 잘만 사는데 왜 그러냐? 등. 먹고 싶은 것 아무거나 먹고 살아도, 재수 좋으면 6~70은 살 테고, '어차피 한 번 사는 건데'라고 하면 간단하다. 사람이 죽는 건 누구나 한 번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죽음을 잘 죽기 위해, 사람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더러운 것이 똥이라지만, 더 더러운 것은 썩은 것, 썩은 것 중에서도 동물썩은 냄새, 동물 중에서도 사람이다. 사람은 죽을 때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은 죽어도 가까이 하고 싶다. 살아서 건강관리 잘 하면 죽을 때도 편히 임종을 할 수가 있고, 병들어서 임종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음식을 끊으면 고통도 덜 하고 냄새도 덜 난다. 특히 가공식품과 육식은 병을 키우는 것이고, 명을 재촉하고 냄새를 더 만드는 것이 된다. 병에 먹혀 죽음에 이르게 되면 스스로 시신을 치우는 것은 고사하고 시신이 짐이 되고 만다. 평소 입이 좀 즐겁지 않고 몸이 고달프더라도 음식을 가려서 먹고, 일하면서 땀 흘리고 즐겁게 살면 불치병으로 죽기야 하겠는가? 또 병이 오면 '아, 내가 건강할 때 잘못했구나.' 라고 겸손히 받아들이면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본다. 제일 자기 몸을 간수 잘하는 방법은 존경받을 짓을 해야 한다. 존경받을 이들의 시체는 서로 맡으려고 한다. 잘 죽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살다가 죽었느냐다. 사람들이 병들어 즉시 죽는다면, 생로병사 중에 인간은 병사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고통속에서 죽음을 생각할 여지가 없고, 또 돼지 같이 아무거나 먹고(표현은 돼지 같이 어쩌고 했지만, 사실 돼지가 아무거나 먹어 병들어 고생하다가 죽지는 않는다. 어떤 짐승이든지 배부르면 안 먹고, 풀어놓으면 지가 알아서 먹을 것을 골라 먹는다. 우리에 가두어 놓으니 병이 생기는 것이다) 즐겁게 살다가 죽으면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느 목사들이 일주일에 10번을 설교하듯이, 음식과 건강에 관한 잔소리를 이 정도 한다. 궁극적인 것은 사람이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여 먹음으로써 깨끗하고 맑은 정신과 몸으로 살자는 거다. 우리는 음식에 대한 개념을 달리해야 하고 우리 몸이 신성한 것임을 날마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어를 배우려면 치즈, 버터를 먹어야 하고, 우리말을 배우려면 김치를 먹어야 한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건강하려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이 깨끗해야 한다. 깨끗한 정신을 소유하려면 정갈한 음식을 먹고, 되는 대로 살려면 되는 대로 먹고 숨쉬고, 아무렇게나 살고 싶으면 아무렇게나 먹으면 된다. 이렇게 음식타령을 하면, '현대사회에서 당신이 말하는 그 이론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린가?' 할텐데, 수긍을 한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음료수나, 심심해서 먹는 과자나, 밥해먹기 귀찮아서 먹는 라면, 먹기위해 모임을 만들어 원없이 먹는 음식들, 먹을 것이 있어서 그냥 먹는 그런 음식들을 먹지 말자는 얘기다. 음식이 나쁘고 좋고는 2차 문제다. 우선 먹는 것을 좀 줄여보자. 즉 독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정화운동은 결국에는 지구를 살리는 근원이 되고 생명을 살리는 시작이다. 병을 고치려면 피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부족할 때 겸손해지고 건강하지 않을 때 초연해지고 여유가 더 있는 것을 생각하면, 건강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건강하려고 너무나 많은 시간과 힘을 소비시키다가는 인생의 참을 찾는데 도움이 안된다. 다만 내 육신에 나를 담고 사는 동안은 엄숙하고 깨끗이 다루어야 할 신성한 도덕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병 상담이나 강의를 해보면, 이 무식한 나보다 훨씬 유식한 사람들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건강과 음식에 대한 상식이 없음을 보게 된다. 가령 몸에 기름이 너무 많이 끼고 관절염이 있어, 식물성이든 동물성기름을 끊어라 하면, 다 듣고는, '예, 그러면 줄여야지요'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못 먹게 하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합리화시켜 먹으려고 한다. 중풍 환자에게 닭을 못 먹게 하면 영양 보충한다고 계란이나 난황유를 먹고, 심장 신장이 약한 환자에게 커피를 못먹게 하면 홍차, 녹차, 치커리 같은 차를 마시고, 화학조미료를 못먹게 하니 입자가 굵어진 무슨 맛 다시다, 맛소금을 쳐서 먹는다.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은 독인가 약인가 좀 가려 먹자. 먹을 거 못 먹을 거 모르고 먹으면 이것도 무식이라는 병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자동차 같으면 기름을 넣는 것인데 모른다고 아무 기름이라도 넣으면 될 일인가. 프랑스인들이 일년에 한 번씩 가장 선호하는 나라 음식을 뽑는데, 중국이 5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중국 사람들이 돼지고기 기름으로 스물여섯 가지 음식을 할 정도로 음식문화가 다양하게 발전됐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곧 그들은 정신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의 비중이나 가치관을 똑같이 둔다는 것이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배우고 공부를 하듯이 먹는 것도 이와 같이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먹는 것을 소홀히 하고 음식만드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요리사들을 대학교수 정도로 대우를 안해 줄까(시골교회를 섬기시고 계신 임낙경 목사님의 '돌파리 잔소리'에서 옮겨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