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편지≫

메마른 인도땅에 희망을 심어 가렵니다

 

정호진(목사, 우리의학연구가, 인도농업선교사)

지난 10년간 생명농업에 힘쓰다 남인도교단으로부터 가난한 인도 농민을 위해 5년 동안 일해줄 것을 요청받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사로잡혀 인도선교를 떠나왔습니다. 그래 지금은 타밀라두주의 가장 북부에 위치한 벨로르(Vellore)라는 도시에 있는 10km쯤 떨어진 농촌지역에 있는 농업훈련센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센타는 1923년 미국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곳인데, 25만 평의 땅에 초등학교(200명), 중고등학교(600명), 기숙사 2개(70명/220명), 농장(10만 평 정도), 농민교육센터(200명 정도 숙식 가능)가 세워져 있습니다. 농장은 일부가 경작되고 있지만 물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통을 겪거나 많은 부분이 방치된 채 잡풀만 우거져 있습니다. 교육센터는 10년 전부터 지지부진해오다 4년 전부터는 아예 교육을 중단한 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곳곳에 폐허처럼 방치된 건물들이 널려 있기도 합니다. 제게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해나가고자 하는 몇가지 사역이 있습니다.

첫째는 푸른 인도 만들기 운동입니다. 인도에서는 몇몇 산악지역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산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도 나무 한 그루 없는 작은 언덕이나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센터 주변 10km 반경에는 작은 언덕들이 제법 많은 데도 나무나 숲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5∼6km만 나가면 강폭이 한강에 버금가는 큰 강이 있는 데도 강물은 말라 있습니다. 저는 나무가 없는 산들과 수많은 버려진 땅에 나무심기운동을 벌이고자 합니다. 그래 곳곳에서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화장실 짓기 운동을 벌이고 싶습니다. 이 곳에선 화장실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른 새벽이면 모두가 거리나 들판이나 강가 혹은 기찻길로 나가 볼 일을 봅니다. 자연으로 순환되니 좋은 일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모두가 오염의 현장입니다. 사람의 배설물들이 가야할 곳은 바로 논과 밭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른 새벽 남보다 먼저 일어나 개똥을 주워다 거름간에 넣었고 남의 집에서 오줌이 마려워도 자기 집으로 돌아가 눌 정도로 똥오줌을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그것이 바른 농민의 자세인데 인도의 농민들은 동물의 배설물은 이용하려 하면서도 사람의 똥오줌은 이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름이 충분히 들어있지 않는 대부분의 인도 농토에서 자라는 작물은 건강하고 싱싱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제가 인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비노바 바베인데, 그는 브라민 출신이면서도 하루에 한두 시간씩 거리에 싸놓은 사람들의 똥을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똥오줌이 자신이 살고 있는 조국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소중한 자원으로 여기며 살아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델이 될 만한 화장실을 지어 시범을 보일 것이고 점차 그들이 스스로 지어가도록 교육할 생각입니다. 수천년 내려온 잘못된 관습과의 씨름이지만 남은 일생을 걸고서라도 붙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해가고 싶은 일은 생명사랑의 교육운동입니다.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도자를 배출하는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푸른 인도를 만들어가고 자신의 똥오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모두 교육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운동은 그런 일을 힘있게 추진해갈 인도의 지도자를 키워내는 운동입니다. 그런 일을 위해서는 방치된 채 허물어져 가는 건물들을 새로 고치고 구식 타자기 한 대가 고작인 이 교육센터에 새로운 교육기자재들을 들여와야 할 것이고 지하수도 개발하여 먹을 물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저런 준비를 거쳐 오는 9월이면 30명의 학생을 받아들여 훈련센터의 교육을 다시 시작하게 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알고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를 도와 헌신하고 결단하는 인도의 젊은이들이 이 훈련센터를 통해 배출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하여 1-2개월씩 인도에서 저와 함께 나무도 심고 가꾸며 무너진 집도 수리하고 새로운 집도 지으며 생명농업으로 농사하며 인도의 청년들과 함께 할 비젼을 가진 한국의 뜻있는 분들도 기다립니다. 기도와 물질, 또한 몸으로의 참여를 고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