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망에서 성서읽기

에베소서

                노영상 / 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에베소서 1:23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물을 충만케 하는 자로 묘사한다. 그리스도는 인간을 충만하게 하시는 분일 뿐 아니라, 온 피조물을 그의 충만함으로 충만케 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주변을 살펴볼 때 만물의 피곤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동물들은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피나는 사투를 하여야 한다. 식물들도 겨울에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채 극한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 인간의 피곤함 또한 부족한 모습의 극치를 나타낸다. 하나님은 이런 모든 피조물의 부족함과 공허함을 충만케 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공해로 상처나고 얼룩진 산하를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사랑스런 손길을 통해 어루만지신다.

그러한 만물의 구원은 만물 자체 내에 있는 진화의 능력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중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에베소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주와 교회의 머리(head)라고 하면서도, 교회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body)이라고 언급한다. 이방의 헬라사상에서는 종종 우주가 신의 몸이라고 말하는 데 비하여, 성경은 교회만이 그리스도의 몸임을 언급한다.

그러므로 만물의 충만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의해 중재된 의미에서의 충만이지, 하나님의 유출적인 충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여 하늘에 오르신 오늘에 있어 그러한 신적인 충만을 직접적으로 매개하시는 분은 성령님으로서, 성령은 우주 만물에 하나님의 충만을 충만케 하시는 분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님이 충만의 형태로 우주 만물에 내재하여 있다고 하여서, 하나님의 초월성이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에베소서는 만물의 충만의 개념을 피력하기에 앞서, 그 만물을 충만케 하는 주체로서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여 하늘에 오르신 분, 곧 이 세계를 초월하여 계시는 분으로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님은 만유를 만유 위에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신 그런 분이시다(엡 4:6). 이 본문은 하나님이 만물을 초월하여(above), 만물을 관통하여(through), 그리고 만물 안에(in) 계신 분으로 묘사한다. 그 하나님은 이 자연 만물 속에 내재함과 동시에 초월하여 계신 분이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만물을 관통하여 있다.

성경은 영지주의의 주장과 같이 영과 육이, 정신과 물질이, 머리와 몸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이원론적인 실체로 보지 않으며, 머리와 몸이 상합하여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것으로 말한다(엡 4:15-16). 만물에 충만하여 내재하면서도 만물을 초월하여 있는 실체, 성경은 그러한 가능성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및 그것이 충만해 있는 교회에 있다고 하였다. 만물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충만이 아니며, 하나님의 충만한 분량까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떼이야르의 오메가 포인트까지의 만물의 계층적 진화 이론에는 문제가 있다. 만물은 자체의 정향적인 진화에 의해 충만한 단계에 이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의 충만을 위로부터 덧입음을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다. 이에 에베소서 2장 8절은,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에베소서의 내용을 더욱 명백히 설명한 본문이 골로새서 1:15-20의 말씀이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시고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셨다고 그 본문은 언급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창조물들을 하나님과 화해케(reconcile) 하셨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사람에게 화해의 구원을 가져다 줌과 동시에, 자연 만물에게도 하나님과 화평을 이루는 구원을 이루게 하셨음을 언급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새로운 인간상의 머리일 뿐 아니라, 모든 창조물의 새로운 으뜸과 머리가 되셔서, 그들을 구원을 향하여 이끄시고 계신다.

  에베소서 1:10에 나타나듯,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있는 것과 땅에 있는 것을 다 그 안에서 통일을 이루시게 하셨다. 여기서 통일되게 하셨다는 것은 영어로 'gather together'로서 함께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나뉘었던 것이 총제적인 관계성 속에서 하나의 유기체됨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그 본문은 땅의 것들을 벗어버리고 하늘의 존재가 되는 것을 기독교의 구원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 죄악된 세상과 물질의 한계 속에서 구현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천상적인 것들과의 하나됨을 통해, 오늘의 이 세상은 변혁의 새로움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