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속의 식물

밀은 성경에 수없이 등장하는 중요한 곡식이다. 밀의 생성은 천지창조 때 씨맺는 모든 채소와 씨가진 열매맺는 모든 나무를 지으시고 이것들을 인간에게 식물(양식)로 주신 것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사실 밀은 기원전 약 1만5천년 ~ 1만년 경부터 있었다.

창 18:6에 아브라함이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신 하나님을 대접하는 대목이 있다. 사라는 고운 가루로 대접하고 축복을 받는데 그것이 밀가루이다. 그래서 밀은 축복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또한 밀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기로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 가나안의 축복 약속에 등장하는 일곱가지 식물(밀, 보리,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 중 첫째로 등장하는 중요한 곡물이다(신 8:8).

창 30:14에 보면, 야곱시대 지중해연안 국가의 중요곡물이었으며 라헬과 레아가 다투는 대목에 루벤이 맥추 때에 들에 나가 합환채를 얻어온 것을 뺏으려 한다는 대목의 그 맥추 때는, 흔히 보리 수확 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팔레스틴에서는 밀의 수확기가 5월말로서 밀을 지칭한 것이다. 하란 고원은 밀의 풍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11~12월에 파종하여 4~5월에 수확한다. 밀 수확기는 계절 구분의 하나로(출 34:22) 보리 수확기보다 약 1개월이 늦어진다. 이것은 곡물수확의 최후기가 되므로, 농업생활을 구획하는 한 시기로서 77제가 행해진다.

밀의 첫 수확은 오순절 제사에 바쳤던 것이다. 따라서 맥추절, 칠칠절은 같은 뜻이다. 이 시기까지 1개월씩이나 이삭줍기를 할 수 있다.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가서 바로왕의 꿈을 해몽해주고 재상이 되어, 7년 풍년 때 곡물을 비축하여 다가올 7년 흉년을 대비하였는데, 그 때 비축한 곡물도 주로 밀이었다(창 41:48). 고대 바벨론이나 시리아, 팔레스틴 등은 관개시설이 없었으므로 자연 강우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었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서 기근에 허덕이는 것을, 성서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요셉 때나 룻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애굽은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농사가 잘 되기에, 기근으로 허덕이는 이웃나라들을 돕는 곡창이었다. 그래서 애굽의 부는 나일강의 물로 재배한 밀의 선물이라고도 했을 정도이다.

밀은 가루로 만들어 제단에 드리는 공물의 빵을 만드는 재료였고(출 29:2), 혼합빵의 재료(겔 4:9)이며, 발효빵을 만드는 재료였다. 이밖에 알째 쪄서 햇볕에 말린 후에 그것을 절구로 빻아서 burghul이라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멧돌로 탄 것은(잠 27:22) 고기, 양파, 향료 등과 함께 절구에 넣고 찧어서 kibbeh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도 한다. 볶은 곡식이라 한 것도 밀을 지칭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밀이라고 하면, 밀가루가 용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문화가 쌀 위에, 미국문화가 옥수수 위에 구축되었다면, 서구문화는 밀에 기초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다.

현재 밝혀진 밀의 종류는 20여 종에 이른다. 상업적으로 중요시 되는 것은, 전세계 재배 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보통밀(Common Wheat)과 5~7%를 차지하는 마카로니밀(durun wheat) 두 가지지만, 성경에 나오는 밀은 빵을 만들던 마카로니밀(T. durum Desp)과 에마밀(T. dicoccum schubl)이다. 오늘날의 밀과는 많이 다르다.

요 12:24에,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고, 마 13:3~8의 씨뿌리는 비유의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이었지만, 창 26:12의 이삭의 축복받은 수확량이 100배나 되었다는 말씀은 곡물수확에서 자칫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밀은 보통 한 알에서 평균 30배의 수확은 되며, 옥토에서는 지금도 100배의 수확도 올릴 수 있으므로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수확량에 있어서는 밀보다 보리가 50~80% 증수된다. 하지만 가격은 밀이 보리의 2배(열하 7:1, 16)라고 했고, 계 6:6에서는 "밀은 보리값의 3배가 되는데 한 데나리온에 밀 1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3되로다"라고 했다. 한 데나리온은 인부 1일의 품삯에 해당되므로 얼마나 비싼 곡물이었나를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여러 곳에서 귀한 보화나 향료와 함께 다루어졌음을 보게 된다. 이 현상은 밀의 가치를 말해준다.

밀은 벼과에 속한 1년초이다. 곧게 서는 줄기 끝에 중앙축을 따라 작은 이삭이 달려 있다. 각각의 작은 이삭에는 3~6개의 꽃이 피며, 그 중에서 몇 개만 낱알이 된다. 밀의 열매는 매우 작은 배(胚)를 가진 한 개의 씨가 있다. 씨의 껍질은 등겨로 가축의 사료가 된다.

근래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밀은 우리 자생식물은 아니다. 중국을 거쳐 들어왔는데 확실한 도입연대는 알 수 없고 중국과 문물교환이 빈번했던 삼국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도 전해졌다(최영전, '성서의식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