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망에서 성서읽기(7)/

출애굽기/

노영상/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은 10가지 재앙으로 시작된다. 모세에 의해 하나님의 재앙이 이집트의 백성들에게 내려졌다. 첫 번째의 재앙은 나일의 물이 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의 오염으로 인해, 이집트인들은 나일의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타민족을 억압하는 이집트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환경적 재난으로 시작된다. 정의를 짓밟는 자들을 향해 땅이 소리지르고 있다. 두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의 재앙은 먹이사슬의 파괴에서 나타나는 이상현상이다. 갑자기 개구리와 이와 파리 떼가 이집트의 전역을 덮치게 된다. 여덟째의 메뚜기 재앙도 마찬가지이다. 생태계는 종간의 균형을 긴밀히 유지하며 지탱되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무너져 한 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할 때, 우리는 재앙을 만나게 된다. 다섯 번째의 재앙은 가축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재앙이다. 이러한 재앙은 우리도 최근 경험한 바 있다. 광우병, 구제역 등의 질병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도살되었었다. 정부는 월드컵의 해를 맞아 이러한 가축 질병들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일곱 번째의 재앙은 우박 재앙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재앙이다. 아홉 번째로 모세는 하나님의 힘을 통해 어두움으로 이집트의 전역을 어둡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의 재앙은 이집트 사람들과 가축들의 모든 장자가 죽는 재앙이다. 환경적 재난은 사람들의 죽음의 행렬로 이어진다. 땅으로부터 나오는 고통이 사람을 집어삼키고, 인간생명의 생존의 가능성을 위협하게 된다.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 또한 자연이 주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쓴물로 인해 백성들이 목말라 죽게 되었을 때,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세는 바위를 통해 시원한 물을 백성들에게 공급할 수 있었다. 광야의 굶주림은 백성들의 모세에 대한 원망을 증가시켰다. 하나님은 원망하는 백성들을 꾸짖으시며, 만나와 메추라기로 그들의 굶주림을 모면하시게 하였다. 백성들은 광야의 경험을 통해, 비옥한 토지에 대한 동경을 더욱 갖게 된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비옥한 땅으로의 이주를 그들은 소원하며, 출애굽한 그들의 최종목적을 다시 확인하였다.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가나안 땅은 광야에 상반된 개념으로, 척박한 땅 광야와 비옥한 땅 가나안이 출애굽기에서 대비되고 있다. 출애굽기의 구원은 저 세상적이기보다는 이 세상적이다. 그들을 이집트의 노예된 상태에서 해방하고, 비옥한 땅을 그들의 소유가 되게 하는 하나님의 구원은, 추상적 개념이기보다는 구체적인 형태로 그들에게 다가서 있다.

오늘 얼마나 많은 민족들이 척박한 땅에서 그들의 생명유지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비옥한 땅의 사람들은 그들이 자기의 영내로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봉쇄하여, 비옥함이 주는 축복을 그들과 나누려하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비옥한 땅을 일부의 민족이 독점하고 있다는 데 있다. 풍부한 수자원을 가진 강을 독점하여 다른 민족이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각각의 나라들은 국경선을 만들어 타민족이 비옥한 땅으로 오는 것을 봉쇄하고 있다. 이 자연은 일부의 사람들이 독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연의 혜택은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며,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베푸심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들은 점점 척박한 땅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연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바, 이로 인해 자연은 더욱 파괴된다. 척박한 땅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자연환경의 장소로 이주하고 싶어한다. 비옥한 땅을 빼앗기 위한 민족 사이의 혈투는 아직도 계속된다. 하나님은 지금도 땅을 가지지 못한 백성들에게 땅을 나누어주시길 원하신다. 출애굽의 구원모델은 그들이 종살이하였던 이집트 내에서 그들의 땅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그들 조상들의 고토를 회복함을 통한 해방이었다. 하나님이 모두에게 나누어주신 생산수단으로서의 분깃의 땅을 각자가 찾아 차지하게 될 때, 이 세상에 참다운 평화가 이루어지며, 그것들을 통해 하나님은 영광을 받게 되실 것이다. 하나님의 심판은 자연과 함께 오며, 하나님의 은총 또한 자연재해와 자연의 한계 극복을 통해 주어지게 됨을 출애굽기는 우리에게 보이고 있다.